사람이 돼지나 원숭이 등 동물로부터 신장이나 췌장, 심장 등을 이식받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종장기이식 성공이라는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해 길을 내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건국대병원 외과에서 이종장기이식 연구를 하는 윤익진 교수도 그런 사람이다.

지난 2008년 국내 두 번째로 심장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던 수술팀 중 한명이 바로 그다.

이종장기이식, 사회적 가치 판단 필요
윤 교수는 요즘 이종장기이식 연구와 목하 열애 중이다. 형질전환된 돼지의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농업진흥청의 국가과제를 서울대병원과 임상실험을 진행 중인 것.

인간의 생명은 연장되고 있지만 건강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 장기기증 운동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그래서 대두되는 것이 이종장기이식이다.

이종장기이식의 발달 단계는 어디쯤일까? 윤 교수는 이종장기이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현재 초급성 거부반응을 적게 하기 위해 형질을 변환한 돼지의 장기를 유인원에게 이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사람에게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원숭이나 침팬지가 사람과 가장 가깝지만 이들은 질병이 많고 또 보호동물이라 최근엔 돼지를 연구에 사용하는 추세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돼지의 신장이나 간 등을 원숭이한테 이식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윤 교수도 이와 같은 이종장기이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축산연구원에서 만든 형질전환돼지의 심장과 신장, 췌장의 췌도를 원숭이한테 이식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올해 1건을 했다. 수술 후 신장에 정상적으로 혈류가 흐르고 혈색을 회복했지만 아쉽게도 8시간 만에 원숭이가 사망해 사망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원숭이가 장기생존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연구의 목적은 두 가지. 형질전환 돼지들이 장기이식에 적합한 동물이냐 아니냐를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고, 두 번째는 돼지들의 장기를 유인원에 이식했을 때 생존을 증가시키는데 효과적인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종장기이식의 연구 발달과 더불어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고 한다. 이종장기이식이 발달해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까지 이식할 수준에 올라서면 이에 대한 사회적 파장은 커질 것이란 게 윤 교수의 예상이다.

돼지 등 동물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해도 되느냐에 대한 사회적 가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란 뜻. 또 이종장기이식을 했을 때 동물로부터 전염되는 수인성 감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동물에게는 심각한 질환이 아니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 없이 살 수 있는 권리나 사람이 돼지의 심장과 신장, 췌장을 갖게 된다면 종이 혼란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종장기이식 아직은 걸음마 단계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종장기이식 수준은 아직 이런 고민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유인원 이종이식 모델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바분 원숭이가 국내에 연구용으로 수입된적도 없고, 2000년 초부터 형질전화돼지 개발이 시작됐지만, 신장 등 원숭이로의 고형장기 이식이 한번도 시도되지 못했던 것 등을 예로 꼽았다.

또 정부 각부처간의 비효율적인 투자도 이종장기이식의 발전을 막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종장기이식 사업단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이 운영하고 있다.

애초 목적은 농림부가 형질전환돼지 등의 생산을 맡고, 과기부는 과학적 과정을 밝히는 업무를 담당하고, 복지부가 임상적 활용을 담당하는 등의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애초 목적과 달리 각 부처마다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윤 교수는 "처음 목적과 달리 각 부처마다 역할분담이 정확하게 되어 있지 않고, 자유경쟁 비슷하게 운영되다보니 서로 중복되는 연구를 하게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최근에는 이종이식 연구진 사이에 비트워크를 구성하려는 시도 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식환자 토탈 케어 센터 만들고 싶다
윤 교수가 이종장기이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대병원에서 fellow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물매개 실험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또 의사로서 중요한 것은 연구와 진료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식은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분야다. 기초연구를 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이자 책임이라 생각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윤 교수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들이 연구를 필수덕목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바쁜 진료에 쫓겨 혹은 현실 탓을 하면서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식은 수술 성공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환자가 거부반응 없이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윤 교수의 앞으로의 꿈이다.

윤 교수는 "이식을 전공한 외과의사로서 이식의 가장 큰 숙제인 초기 손상과 만성거부반응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성공하고 싶다"며 "이식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수술 전 교육이나 수술 후에도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토탈 이식 케어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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