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정관 개정으로 회장직 신설
한미, OCI그룹 통합 따른 경영권 분쟁 분수령될 듯
대웅 전승호 대표이사 대신 박승수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국내 제약업계 지난해 실적과 올해 사업계획이 발표될 정기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올랐다.

지난 15일부터 28일까지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이번 주주총회의 관전 포인트는 임기 만료되는 대표이사들의 연임 여부와 새로운 경영진 면면이다.

또,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 간 통합에 따른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어떻게 해결될지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유한양행을 시작으로 20일 제일약품이 개최했으며, 일동제약과 삼진제약은 22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정기주총은 26일, 27일과 28일 집중적으로 개최된다.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임원 변동 사항을 공시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 중 3월 중 임기가 만료되는 대표이사들은 14명으로 대부분 재선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만료 CEO 대부분 연임,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

CEO 재선임은 기업의 리더십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국내 제약사 CEO들은 △유한양행 조욱제 △종근당 김영주 △대웅제약 이창재 △동아쏘시오홀딩스 정재훈 △일동홀딩스 박대창 △HK이노엔 곽달원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삼일제약 김상진 △삼천당제약 전인석 △유유제약 박노용 △한올바이오파마 정승원 △CMG제약 이주형 △신일제약 정미근 △서울제약 신봉환 대표 등이다.

다만, 공동 대표이사 체제인 대웅의 경우 이창재 대표이사는 재선임됐지만, 전승호 대표이사는 대웅 계열사인 대웅인베스트먼트와 아피셀테라퓨틱스 CEO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전승호 대표이사를 대신해 박성수 부사장이 새롭게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대웅은 특유의 임기 3년+중임 CEO 체체를 유지하고 있다.

대웅 관계자는 "대웅은 오랜 기업 경험을 통해 임기 3년+중임을 CEO의 이상적 임기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며 "3월 퇴임하는 전승호 대표이사의 사례는 전형적 대웅 스타일 CEO 운용"이라며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CEO 선임 후 2021년 연임 절차를 거쳐 6년 간 대웅제약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대웅은 CEO 체제를 이원화해 각자대표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3년 글로벌 사업+R&D를 전승호 대표가, 국내사업+마케팅은 이창재 대표가 맡았다. 전 대표는 이미 검증된 글로벌 R&D 역량으로 대웅의 한 축을 견인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15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하고, 28년 만에 회장 및 부회장 직제을 다시 신설했다.

회장 및 부회장 직제 신설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유한양행은 글로벌 50대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위해 선제적으로 직급 유연화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회장 직제 신설에 대해 창업주인 故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우려를 나타냈지만, 주총에서 회장 직제 신설이 통과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정관 개정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이라며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외부인재 영입 시 현 직급 대비 차상위 직급을 요구하는 경우, 글로벌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수한 외부인재 영입을 위한 필요한 조치였다"며 "대표이사 사장으로 정관상 표기돼 있는 것을 표준정관에 맞게 대표이사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관 변경 목적은 사업의 목적 추가, 공고방법 변경 등 다양한 조항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으로, 직제 신설 또한 미래 지향적인 조치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1969년부터 지속된 전문경영인 체제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 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 의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멤버는 사외이사 수가 사내이사 수보다 많고, 감사위원회제도 등 투명 경영시스템이 정착돼 있다고 유한양행 측은 강조했다.

유한양행 조욱제 대표이사는 지난 2021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이번 주총에서 연임돼 3년간 더 유한양행을 이끌게 됐다.
 

유한·한미, 정관 변경 따른 회장직 신설과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각각 27일, 28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한미사이언스의 이번 정기주주총회는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발표 이후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제약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다.

이번 주총에서 한미사언스 송영숙 회장측과 장남 임종윤 사장측 간 경영권 분쟁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종윤 사장측은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제출했다.

이에 송영숙 회장을 비롯한 한미사이언스 측은 OCI그룹과의 통합은 한미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R&D 재원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임종윤 사장측은 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이 표면적으로 경영상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송영숙 회장측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고, 임종윤 사장측의 경영권을 배제하기 위한 신주 발행이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임종윤 사장 측은 사내이사 후보로 임종윤, 임종훈을, 기타비상무이사에 권규찬, 사외이사로 배보경 후보를 추천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사내이사에 임주현, 이우현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최인영, 사외이사로 박경진 및 서정모, 김하일 후보를 추천한 바 있다.

이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는 한미사이언스측이 추천한 6명의 후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밝힌 반면, 임종윤 사장측이 추천한 후보 5인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 대결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JW중외제약은 한성권 JW홀딩스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는 대신 차성남 현 JW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새롭게 취임할 예정이다.
 

주주친화적 경영 일환 배당 확대

한편,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정기 배당을 지난해보다 규모를 늘렸다.

유한양행과 종근당, 녹십자, 경동제약 및 삼진제약은 올해 현금 배당으로 100억원 이상 지출할 계획이며, 일양약품과 안국약품, 동아ST 등은 매출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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