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혈당조절에 △신장 염증·섬유화 억제기전 가세
nsMRA 제제, 신장보호효과로 심혈관 및 신장사건 개선혜택 입증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의 새로운 병태생리 루트를 공략할 수 있는 신규약물이 등장함에 따라 임상현장의 치료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이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선택적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코르티코이드수용체길항제(이하 nsMRA)로 불리는 피네레논(finerenone, 제품명 케렌디아정)이다. 무기질코르티코이드수용체(이하 MR)의 과활성화에 대한 길항작용을 통해 신장의 염증 및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의 피네레논은 일련의 임상근거에 기반해 지난 2022년 식약처로부터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았고, 올해 2월에는 보험급여까지 적용되면서 국내에 본격 출시됐다. 전혀 다른 기전의 치료제가 가세함에 따라 혈압과 혈당조절이 주를 이뤘던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제 시장에도 활력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에 있어 △RAS억제제(혈압조절) △SGLT-2억제제(혈당조절)에 더해 △nsMRA 제제의 처방이 본격화됨에 따라 세 가지의 병태생리 루트를 공략할 수 있는 종합치료의 기회가 마련됐다며 기대를 표하고 있다.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만성신장질환(CKD, chronic kidney disease)은 소변 알부민 수치(UACR, 알부민-크레아티닌비율)가 지속 상승하는 알부민뇨가 나타나고, 추정사구체여과율(eGFR, 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은 낮아지는 병태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20~40%에서 CKD가 발생할 정도로 두 질환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당뇨병에서 기인한 CKD를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이라 지칭한다.

때문에 매년 업데이트되는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는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에 관한 섹션을 별도로 할애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2024년 업데이트판에서도 미세혈관합병증과 분리된 별도의 ‘만성신장질환과 위험관리’ 섹션을 만들어 CKD의 검진·진단·치료 등을 강조하고 있다.

ADA는 가이드라인에서 “1·2형당뇨병을 막론하고 CKD가 동반되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고, 이에 따른 의료비용은 상승한다”며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에 근거해 ADA는 “유병기간이 5년 이상인 1형당뇨병 환자와 치료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2형당뇨병 환자에게 적어도 매년 소변 알부민 수치(UACR)와 eGFR 검사가 적용돼야 한다”며 CKD 검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잔여 합병증 위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DA를 비롯한 내분비학·심장학계에서는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의 치료에 혈당과 혈압조절을 권고해 왔다. 혈압치료와 관련해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로 대변되는 레닌·안지오텐신계(RAS)억제제가 주된 선택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SGLT-2억제제 계열의 경구혈당강하제가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의 치료에 힘을 보태고 있는 국면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러한 약물치료 전략의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환자의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이 여전하다는 목소리를 내며, 보다 진일보된 치료제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었다.

피네레논의 등장

이러한 학계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새롭게 등장한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제가 바로 무기질코르티코이드수용체길항제(MRA, 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다.

계열내에서는 선택적 비스테로이드성(selective nonsteroidal) MRA(이하 nsMRA)로 불리는 피네레논(finerenone, 제품명 케렌디아정)이 적응증 허가와 함께 가이드라인의 권고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피네레논의 기전을 살펴보려면, 우선 체내에서 무기질코르티코이드수용체(MR, mineralcorticoid receptor)의 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MR은 체내에서 염증 및 섬유화와 체액 및 전해액 항상성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R이 활성화되면 항상성 조절과정에서 고혈압이나 전해질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만성적으로 염증반응이 나타나 출혈과 섬유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MR이 과활성화되는 경우 염증과 섬유화로 인한 신장손상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MR의 과활성화를 차단해 염증 및 섬유화 경로를 통해 매개되는 CKD 진행을 지연 또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 하에 개발된 치료제가 바로 피네레논이다.

실제로 피네레논은 전임상 단계에서 항염증·항섬유화 작용을 확인하고, 임상시험에 돌입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삼각편대 공략

피네레논은 일련의 임상근거에 기반해 지난 2021년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를 적응증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절차를 통과했다.

이어 2022년에는 식약처로부터 ‘2형당뇨병이 있는 CKD 성인환자에서 eGFR의 지속적 감소와 함께 말기신장질환(ESKD)에 도달,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위험감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최종적으로는 지난 2월 1일부로 보험급여를 적용받아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이로써 국내에서도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관리에 있어 △혈당조절 △혈압조절에 더해 △신장의 염증·섬유화 억제까지 치료의 삼각편대가 모두 갖춰졌다는 평가다.

즉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 시에 △RAS억제제(ACEI 또는 ARB) △SGLT-2억제제 △nsMRA(피네레논)를 모두 활용해 세 가지의 병태생리 루트를 공략하는 접근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CKD 권고안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 시 피네레논 처방의 타당성은 ADA 가이드라인에서도 적극 지지를 받고 있다.

ADA는 2024년 가이드라인의 신장질환 위험관리 섹션에서 당뇨병에 동반된 CKD의 진행을 늦추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혈당과 혈압관리를 최적화하도록 우선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혈압조절에 ACEI 또는 ARB(RAS억제제)를, 혈당조절에는 SGLT-2억제제를 앞세웠다.

여기서 주목되는 권고안은 MRA에 관한 언급이다. CKD 권고안 중에는 “2형당뇨병과 CK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감소를 위해 SGLT-2억제제(eGFR≥20mL/min/1.73㎡인 경우), GLP-1수용체작용제, 또는 nsMRA(eGFR≥25mL/min/1.73㎡인 경우)의 사용을 고려한다”는 대목에서 MRA 제제가 처음으로 거명된다.

특히 “알부민뇨가 있는 CKD 환자에서 심혈관사건과 CKD의 진행위험이 증가한다”며 “심혈관사건과 CKD 진행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받은 nsMRA가 권고된다(eGFR≥25mL/min/1.73㎡인 경우)”는 대목에서는 MRA 제제의 처방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고칼륨혈증 위험을 고려해) “칼륨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부연도 이어졌다.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nsMRA는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은 피네레논을 의미하는 것으로, 권고안에 대한 부가설명란에서 피네레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FIDELIO-DKD, FIGARO-DKD, FIDELITY)들이 근거로 제시돼 있다.

ADA는 또한 “소변 알부민 수치가 300mg/g 이상인 CKD 환자에서 CKD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30% 이상의 알부민 감소가 권고된다”며 고위험군 대상의 강력한 치료를 요구했다.

심혈관질환 권고안

피네레논은 ADA 당뇨병 가이드라인의 ‘심혈관질환 위험관리(Cardiovascular Disease and Risk Management)’ 섹션에서도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ADA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즉 대혈관합병증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관리전략이 나열돼 있는데, 이 가운데 신장질환 혜택을 입증받은 약제를 사용하도록 권고돼 있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당뇨병 관련 합병증 위험감소를 위한 종합관리 전략으로 △혈당조절 △혈압조절 △지질(콜레스테롤)조절과 함께 △심혈관 및 신장혜택이 있는 약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ADA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의 하나로 “알부민뇨가 있는 CKD를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가 최대내약용량의 ACEI 또는 ARB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심혈관아웃컴을 개선하고 CKD 진행위험의 감소를 위해 피네레논 치료를 추가하는 것이 권고된다”고 밝혔다.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을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부전 입원위험의 감소를 위해 피네레논이 권고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상의 결정 역시 피네레논 관련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한 것으로, 피네레논 전략은 RAS억제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UACR이 30mg/g 이상이며 eGFR이 25mL/min/1.73㎡ 이상인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신장·심혈관 혜택을 입증받은 바 있다.

적응증·권고안의 임상근거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nsMRA 제제 피네레논이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고 가이드라인 권고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일련의 임상연구가 배경과 근거로 자리하고 있다.

당뇨병·CKD 환자를 대상으로 피네레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사례는 FIDELIO-DKD, FIGARO-DKD, FIDELITY 연구가 대표적이다.

FIDELIO-DKD

가장 앞선 3상임상이었던 FIDELIO-DKD 연구에는 전세계 48개국 900개 이상 지역에서 2형당뇨병·CKD 동반이환 환자 5734명이 모집돼, 1 대 1 무작위 대조군 방식으로 피네레논과 위약의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치료관찰에 참여한 이들은 중등도에서 중증의 알부민뇨에 eGFR이 감소된 상태의 2형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 환자였고, 이에 따라 ACEI 또는 ARB의 최대내약용량 치료를 경험한 그룹이었다.

이들 환자그룹은 피네레논 10·20mg 1일 1회 복용군(피네레논군) 또는 위약군에 1:1 무작위 배정됐고, 추적관찰은 2.6년(중앙값) 동안 이뤄졌다. 1차종료점으로는 신장 관련 사건(신부전 발생, eGFR 40% 이상 지속 감소, 신장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을, 2차종료점은 심혈관사건(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심부전 원인 입원의 복합빈도)을 평가했다.

치료관찰 결과, 피네레논군과 위약군의 1차종료점 빈도가 17.8% 대 21.1%로 피네레논군의 신장 관련 사건 상대위험도가 18%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82, P=0.001). 2차종료점 발생빈도는 13.0% 대 14.8%로 위약군 대비 피네레논군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14%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hazard ratio 0.86, P=0.03).

전반적인 부작용 위험은 두 군에서 비슷했다. 반면 고칼륨혈증 관련 치료중단은 전체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인 가운데 피네레논군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2형당뇨병과 CKD 동반환자에서 피네레논 치료가 위약 대비 CKD의 진행과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고 보고했다. FIDELIO-DKD 연구의 최종결과는 NEJM 2020에 게재됐다.

FIGARO-DKD

또 다른 3상임상인 FIGARO-DKD 연구결과도 발표와 동시에 NEJM 2021에 게재되며 피네레논이 가이드라인 권고안에 이름을 올리는데 일조했다. 이 연구는 다양한 범주의 CKD(1~4기, 중등도~중증 알부민뇨)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피네레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연구에는 △UACR 30~299mg/g에 eGFR이 25~90mL/min/1.73㎡인 CKD 2~4기 △UACR 300~5000mg/g에 eGFR이 60mL/min/1.73㎡ 이상에 해당하는 CKD 1·2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환자 총 7437명이 참여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 역시 RAS억제제 최대내약용량 치료대상이었으며, 피네레논 10mg 또는 20mg 1일 1회 복용군(피네레논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3.4년(중앙값)의 치료관찰이 이뤄졌다.

1차종료점은 4-point MACE로 심혈관 사망·비치명적 심근경색·비치명적 뇌졸중·심부전 원인 입원의 복합빈도로 정의했다. 2차종료점으로는 신부전 발생·기저 대비 eGFR 40% 이상 지속 감소, 신장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치료관찰 결과, 1차종료점이었던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는 두 군이 12.4% 대 14.2%로 피네레논군의 상대위험도가 13% 유의하게 낮았던 것으로 귀결됐다(hazard ratio 0.87, P=0.03).

특히 이러한 결과는 심부전 원인 입원의 감소에서 주로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개별종료점에서 심부전 원인 입원은 피네레논군의 상대위험도가 29% 낮았고, 이 또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였다(hazard ratio 0.71, 95% CI 0.56-0.90).

신장 관련 사건은 9.5% 대 10.8%로 피네레논군의 상대위험도가 13% 낮은 경향을 보였다(hazard ratio 0.87, P=0.07). 한편 소변 알부민 수치(UACR)는 피네레논군에서 위약 대비 32%까지 월등하게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hazard ratio 0.68, 95% CI 0.65-0.70).

전반적인 부작용 위험은 두 군 간에 차이가 없었던 가운데, 고칼륨혈증 관련 치료중단 빈도는 전체적으로 낮은 수치였으나 피네레논군에서 높았다(1.2% 대 0.4%).

FIDELITY

FIDELIO-DKD와 FIGARO-DKD 연구에 참여한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피네레논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두 연구를 한 데 모아 사전에 계획된 대규모의 종합분석(prespecified pooled analysis)을 실시한 결과도 있다.

보다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의 CKD 환자그룹에서 피네레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었다.

FIDELITY로 명명된 이 연구에서는 1만 3171명의 당뇨병 동반 CKD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사건(4-point MACE,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입원)과 신장사건(신부전 발생, 기저 대비 eGFR 57% 이상 지속 감소·신장 원인 사망)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두 연구에 대한 종합분석 결과, 피네레논과 위약군의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는 12.7% 대 14.4%로 피네레논군의 상대위험도가 14%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86, P=0.0018).

한편 메타분석에서도 피네레논의 심부전 입원 위험감소 혜택이 22%(hazard ratio 0.78, P=0.0030)로, 전체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끌어 내리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eGFR 57% 이상 지속 감소를 포함하는 신장사건에서는 두 군의 복합빈도가 5.5% 대 7.1%로 피네레논의 상대위험도가 23% 유의하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7, P=0.0002).

특히 신장사건 개별종료점의 상대위험도를 보면 신장 원인 사망을 제외한 △신부전: 16%↓, P=0.039 △말기신장질환(ESKD): 20%↓, P=0.040 △eGFR 57% 이상 지속 감소: 30%↓, P<0.0001 등에서 일관되게 유의한 혜택이 관찰됐다.

한편 FIDELITY 연구팀은 전반적인 부작용 위험이 두 군 간에 비슷한 가운데 피네레논군에서 고칼륨혈증 발생률의 증가가 있었으나 임상적 영향은 낮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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