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배다현 기자 
취재부 배다현 기자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최근 전공의 파업이 블랙홀이 되어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 종사자, 수요자인 환자들을 넘어선 모두가 이번 사안에 대해 한 마디씩 얹고 있다. 

한의계, 간호계 등 보건의료 관련 직역 단체는 물론이고, 과기부는 과기의전원 설립 문제를, 비슷한 문제를 겪는 법조계는 판사 증원을 외치는 등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숙원사업 해결을 도모해 보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갈수록 얽히고 설키는 이해관계 속에서 누가 옳은 것인지 분별하기가 점점 쉽지 않다. 

문제는 파업의 피해는 가장 약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의사 간 강대강 갈등 구도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갈 곳 없는 환자들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또 다른 병원 인력들이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업무 가중에 시달렸던 병원 인력들은 이제 급여 문제까지 걱정하게 됐다. 파업 장기화로 적자 위기에 처한 전국 병원에서 사무, 보건, 기술, 간호직 직원들을 상대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병동을 축소하고 있다.

버젓이 책임 전가가 일어나지만 나서서 이를 막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역대 정부가 번번이 실패했던 의대 정원 확대라 물불 안 가리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부의 기조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작정 포퓰리즘 정책이라고만 몰아가기에는 필요성을 이야기해왔던 이들이 많다. 

그러나 세밀하지 못한 정책과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밥그릇을 챙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어떻게 메우려고 했을까.

정부의 강경책에 의사들이 파업 카드를 꺼내리라는 예상은 쉬운 것이었음에도, 이 정도 장기화는 예상치 못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급하게 PA 시범사업과 추가 건보재정 투입 등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땜질식 대처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구체적 대책 없이 의사들이 백기를 들 때까지 버티기를 할 생각이라면, 정부 역시 약자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과 뭐가 다를까. 대의가 '약자 복지'임에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약자를 볼모 삼은 이기주의'라는 표현은 지난 화물연대 파업 저지 시에도 어김없이 따라 붙었다. 어떠한 사회적 충돌에서도 결국 가장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약자 운운이 진정성을 띠려면 이들을 위한 안전망 구축에 더 고심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약자 복지는 정치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파업 장기화와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촘촘하고 합리적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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