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REAL 1·2, 페노피브레이트 복용 시 MACE 위험↓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

아시아 지역·인종은 유전적 요인 또는 전통적 탄수화물 식이로 인해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중성지방(TG) 수치가 높다고 알려졌다. 이에 높은 중성지방 병태인 고중성지방혈증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2’에 의하면, 국내 성인의 약 15%는 고중성지방혈증을 갖고 있다. 고중성지방혈증을 적극 조절해야 하는 이유는 높은 중성지방이 추가적인 지질이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중성지방이 높다면 HDL콜레스테롤(HDL-C)은 감소하고, LDL콜레스테롤(LDL-C)과 관련해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가 올라가는 small-dense LDL이 증가한다. 즉, 중성지방이 높다면 나쁜 성질의 LDL이 많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고중성지방혈증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이를 조절하는 약제에 관심이 모인다. 중성지방을 낮추는 대표적 약제는 페노피브레이트 제제다. 한때 페노피브레이트는 서양인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 다만 중성지방이 높고 HDL-C는 낮은 하위그룹에서는 혜택이 입증됐다. 한편 국내 리얼월드 연구인 ECLIPSE-REAL 1·2 연구에서 페노피브레이트는 유의한 심혈관 혜택을 확인하며 고중성지방혈증 관리를 위한 유용한 치료제로 재평가받고 있다. ECLIPSE-REAL 1·2 연구를 진행한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중성지방 조절이 필요한 이유와 치료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Q. 높은 중성지방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규명됐나?

유전자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멘델리안 무작위 연구에서 높은 중성지방이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와 연관됐음을 확인했다. 반면 HDL-C는 이 같은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높은 중성지방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며, 낮은 HDL-C는 부수적인 현상으로 정리되고 있다.

Q.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 혜택을 확인하기 위한 ECLIPSE-REAL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서양인 대상 FIELD와 ACCORD-Lipid 연구에서 페노피브레이트는 심혈관 혜택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런데 두 연구에 모집된 환자군의 중성지방 수치는 150~160mg/dL로 높지 않았다. 페노피브레이트가 스타틴처럼 중성지방 수치와 관계없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것으로 보고, 중성지방이 높지 않은 환자군도 연구에 모집한 것이다. 페노피브레이트로 중성지방 조절이 필요한 적절한 환자군을 선정하지 않았기에 연구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이후 FIELD와 ACCORD-Lipid 사후분석(post-hoc analysis)에서 중성지방이 높고 HDL-C는 낮은 환자군은 페노피브레이트 복용 시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성지방이 높지 않고 HDL-C가 높은 환자군은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질환 위험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많은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 혜택을 확인하기 위해 ECLIPSE-REAL 연구가 이뤄졌다.

Q. 2019년 ECLIPSE-REAL 1에 이어 지난해 11월 ECLIPSE-REAL 2 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연구인가?

ECLIPSE-REAL 1은 스타틴을 복용 중인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과 스타틴 단독요법을 비교한 연구다. 분석결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 시 주요심혈관사건(MACE)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진행된 관찰연구라 근거수준은 높지 않았지만, 아시아인 중 치료가 적합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해 가치 있는 연구라고 평가받았다.

ECLIPSE-REAL 2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스타틴을 복용하는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중성지방이 높을 때 주로 투약하는 페노피브레이트와 오메가-3지방산 중 어떤 약제의 심혈관 혜택이 더 큰지 비교했다(European Heart Journal: Cardiovascular Pharmacotherapy 2023년 11월 28일자 온라인판).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페노피브레이트와 오메가-3지방산의 심혈관 혜택을 비교한 결과, 페노피브레이트가 오메가-3지방산보다 허혈성 심장질환, 허혈성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MACE 위험을 의미 있게 낮췄다. 특히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군에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 혜택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오메가-3 복용량이 1일 2g 이하라면 페노피브레이트보다 MACE 위험이 높았고, 2g 이상 복용했을 때 약제별 위험차이가 없었다. 이는 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오메가-3지방산보다 함량이 적은 건강기능식품은 혈관건강 측면에서 혜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ECLIPSE-REAL 2 연구는 스타틴을 복용하는 대사증후군 환자, 특히 ASCVD 환자는 심혈관 혜택을 얻기 위해 페노피브레이트 또는 오메가-3지방산 1일 2g 이상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Q. 페마피브레이트는 심혈관 혜택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PROMINENT 무작위 연구는 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페마피브레이트의 심혈관 혜택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가설대로라면 페마피브레이트를 투약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피브레이트 계열약제가 심혈관 혜택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페마피브레이트의 실패로, 페노피브레이트의 실패가 아니다.

페마피브레이트와 페노피브레이트 모두 중성지방을 낮춘다. 하지만 페마피브레이트는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공격인자 총합인 아포지단백(ApoB) 수치를 높이고, 페노피브레이트는 낮춘다. 즉 페마피브레이트와 페노피브레이트는 ApoB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서로 다른 약제로 봐야 한다.

Q. ECLIPSE-REAL 2 연구가 임상의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스타틴을 복용해도 약 60%의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이 남아 있다.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중 중성지방은 LDL-C를 더 나쁘게 만들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높은 중성지방을 무시하면 안 되며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성지방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습관을 개선해 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절되지 않으면 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권고안에서는 근거수준이 높지 않을지라도 중성지방 관리를 위한 약제로 페노피브레이트나 오메가-3지방산을 권고한다. 그런데 오메가-3지방산으로 심혈관 혜택을 얻으려면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며 비싸다. 이를 고려하면 오메가-3지방산보다는 페노피브레이트가 중성지방 관리에 더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페노피브레이트는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도 갖고 있다. 즉,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 스타틴을 복용하면서 LDL-C가 조절되고 있지만 중성지방이 높다면 생활습관을 먼저 교정하고, 추가 약제가 필요하면 비용효과적이면서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페노피브레이트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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