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응주 교수

▲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응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응주 교수.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부전 바이오마커로 음성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기술 발전과 맞닿아 있다.

많은 사람이 늘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해 사용자의 음성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나 모을 수 있고,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심부전 환자는 퇴원 후 병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 설치된 AI 기반 음성 분석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해 급성 악화를 조기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심부전 환자의 재입원 및 응급실 방문 위험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생존율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본지는 고대 구로병원 김응주 교수(순환기내과)를 만나 심부전 악화를 조기 감지하는 도구 중 하나로 음성이 가진 잠재력과 향후 임상 활용 방안 등을 물었다. 김 교수는 급성 비보상성 심부전을 미리 탐지하는 바이오마커로 음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열린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3)에서 발표했다.

<1> "대한민국만세" 말하니 심부전 위험 경고가?

<2> 음성 분석해 심부전 예측하는 AI 앱 주목

<3> "음성 분석 AI 앱으로 집에서 심부전 관리 가능해질 것"

■ 임상에서 심부전 환자 관리의 어려운 점은?

심부전 환자는 퇴원 후 가정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부전은 재입원 위험이 높은 질환 중 하나인 데다 예후가 좋지 않아서다. 하지만 퇴원한 심부전 환자는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는 등 가정에서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의료진 입장에서 퇴원하는 심부전 환자에게 "집에서 매일 체중을 측정하세요",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세요", "숨차거나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오세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답답하다.

심부전 환자 입장에서도 퇴원 후 병원에 내원해 NTproBNP 혈액검사를 받으며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기엔 검사 비용이 비싸고,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여러 번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의료진이 모든 심부전 환자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또 퇴원 후 체중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심부전 환자에게 중요할지라도, 체중 증가가 체내 수분이 늘어 심부전이 악화돼 나타났는지 혹은 지방이 늘어났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즉, 체중으로 심부전 악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음성이 퇴원한 심부전 환자의 악화를 탐지하는 바이오마커로서 주목받는다.

■ 심부전 외 건강 문제로 음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AI가 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AI는 사람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AI는 수집된 음성 데이터를 분석하고 질환을 예측하므로, 심부전 환자의 음성 변화를 확인해 악화를 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심부전과 심부전 외 건강 문제에 따른 음성 변화를 어떻게 구분할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본 연구팀이 이번에 진행한 연구에서도 폐렴이나 인후염, 성대질환 등이 있는 환자를 제외했다. 임상에서 심부전 바이오마커로 음성을 활용하려면 AI가 학습할 수 있는 음성 데이터가 많아야 다른 건강 문제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응주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응주 교수. ⓒ메디칼업저버

■ AI로 심부전 환자의 음성을 분석해 악화를 조기 감지하는 앱에 대한 평가는?

심부전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심부전은 퇴원 후 1년 이내 재입원 위험이 높으므로 이를 막아 생존율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심부전 환자가 퇴원 후 저렴하면서 편리한 비침습적 방법으로 건강 상태를 반복 평가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

음성을 분석해 심부전 악화를 감지하는 AI 기반 앱은 비침습적이고 저렴하며 평상시 늘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부전 환자는 이 같은 앱으로 가정에서 건강 상태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AI 기반 앱이 심부전 환자의 음성 변화를 확인해 피드백을 주고 악화를 조기 감지한다면 환자 예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 임상에서 AI 기반 앱을 심부전 환자 관리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심부전 환자가 퇴원 후 가정에서 건강 관리 용도로 음성을 분석하는 AI 기반 앱을 활용할 수 있다. AI 기반 앱은 매일 심부전 환자의 음성을 분석하고 급성 심부전으로 진행하기 전 악화를 예측해 메시지 등으로 환자에게 알림을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가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로 응급실을 찾기 전 빨리 병원을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심부전 바이오마커로 음성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 앞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현재 기술은 앱에 음성을 녹음해야 분석이 가능한 단계다. 향후에는 통화 중 음성으로도 악화를 탐지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심부전 환자의 음성 변화만으로 심부전을 진단하는 것은 아니며 악화를 조기 감지하는 여러 도구 중 하나로 음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심부전 바이오마커로서 음성에 기대하는 점은?

환자 역할이 치료의 중요한 축이기에 심부전 환자는 본인 건강 상태에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가 모니터링을 위해 병원에 방문할지라도 의료진을 만나는 시간이 제한되고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적다.

이런 상황에서 심부전 바이오마커로 음성을 활용한다면 심부전 환자는 가정에서 음성으로 간편하게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본인의 건강에 관심을 두고 치료에 신경 쓰면서 궁극적으로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

심부전 바이오마커로 음성을 활용한다면, 심부전 환자의 퇴원 후 악화로 인한 재입원과 응급실 방문 등을 막아 생존율을 개선하고 의료비 지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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