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위산분비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 위장관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암센터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대학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연구진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5건의 코호트 연구를 메타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 및 위십이지장 궤양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약물인 양성자펌프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식도암·위암·간암·췌장암 등 위장관암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 및 엠베이스(EMBASE)에서 문헌검색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25건의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해 메타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양성자펌프 억제제를 복용한 사람들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위장관암의 위험성이 약 2배 높았으며, 위장관암 중에는 대장암을 제외하고 위암, 식도암, 췌장암, 간암, 담낭 및 담관암 등 대부분의 위장관암의 위험성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복용기간이 1년 이하인 경우는 위장관암 위험성이 약 5배로 높았고, 복용기간 3년까지는 약 1.7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양성자펌프 억제제가 위장관암 위험성을 높이는 생물학적 기전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양성자펌프 억제제는 위와 십이지장에 존재하는 G세포를 자극해 가스트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중 가스트린의 농도가 높아지면 위점막 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수용체를 자극해 암발생을 촉진한다.

또한 양성자펌프 억제제는 위장관 내 세균집락형성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발암가능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증가해 위장관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명승권 교수는 "관찰연구인 코호트 연구보다 더 높은 근거수준을 제공하는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만, 윤리적 문제로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데 많은 제한점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양성자펌프 억제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위식도 역류질환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종양학 SCIE 국제학술지인 ‘옹콜로지 레터즈(Oncology Letters)’에 2023년 11월 20일에 온라인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