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교수, 뇌졸중 환자 약 7000명 대상 코호트 연구
발병 연령 42.9세로 낮아져…여성 환자에서 18~30세 비중 10%
사망률과 기능적 회복률 등 예후는 악화…연구팀 "병원 이송시간이 원인"

▲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교수(신경과).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우리나라의 '젊은 뇌졸중'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예후는 그대로거나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조기발생 뇌졸중은 18세에서 50세 사이에 발생하는 뇌졸중으로, 전체 뇌졸중 환자 중 약 10~15%를 차지한다.

젊은 환자들은 뇌졸중 후유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기대여명이 짧은 고령에 비해 질병부담도 1.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배희준 교수(신경과)와 인하대병원 김종욱 교수 연구팀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를 통해 '젊은 뇌졸중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젊은 뇌졸중 실태 파악을 위해 2008~2019년 12년 간 전국 17개 병원에서 모집한 18~50세 사이 뇌졸중 환자 총 7050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젊은 뇌졸중 평균 발병 연령은 지난 12년동안 43.6세에서 42.9세로 낮아졌으며, 특히 여성 뇌졸중 환자에서 18~30세 비중이 6.5%(2008~2010년)에서 10.2%(2018~2019년)로, 남성은 같은 기간 4.1%에서 5.5%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치료 성적(예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혈전용해제 투여율 ▲혈전제거술 시행률 ▲스타틴 투여율 ▲복합항혈전제 사용률 등 최신 진료 지침에서 요구하는 치료 지표는 향상됐지만, ▲사망률 ▲기능적 회복률과 같은 치료 결과 지표들은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1년 내 재발률이 2011~2013년 4.1% 수준에서 2017~2019년 5.5%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예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혈관재개통치료 지표 개선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점, 증상 발견 후 병원 도착까지 시간은 여전히 8.0시간(2008년 8.4년)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할수록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는데, 12년 동안 환자들의 병원 이송 시간은 크게 단축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뇌졸중을 유발하는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 등 원인질환에 대한 인지율과 치료율이 그대로거나 악화된 점도 예후가 개선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젊은 여성의 흡연율 증가 등도 거론됐다.

배희준 교수는 "젊은 연령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발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 질환을 미리 파악, 관리해야 한다"며 "국가는 빠르게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민들도 개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심인성 색전증 등 일부 뇌졸중에서는 항응고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관련 연구와 치료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뇌졸중학회지 ‘Strok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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