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ER'팀 가동 중인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백장현 교수

급성뇌졸중 환자 치료를 위한 FAST-ER팀을 기획하고 운영 중인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백장현 교수 
급성뇌졸중 환자 치료를 위한 FAST-ER팀을 기획하고 운영 중인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백장현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최근 진행된 강북삼성병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신현철 병원장 앞자리에 앉게 됐다.

요즘 젊은 의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은 꺼린다는 얘기로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병원 내에는 고된 일을 좋은 마음으로 하는 의사가 더 많다는 강북삼성병원의 자랑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뇌졸중을 진료하는 신경과 백장현 교수의 칭찬이 귀에 들어왔다. 어떻게 환자를 진료하고 있길래 병원장이 공식적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12월 초 병원에서 백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를 끝내고 뒤돌아 나오면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의사구나"라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응급콜을 놓칠까 봐 샤워할 때도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가고, 자다가 일어나서도 가장 먼저 놓친 전화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마음. 

그리고 뇌졸중 환자들이 마비 등 후유증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병원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생각한 배짱, 또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획력 모두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것들이었다. 

스스로 'FAST-ER'팀을 설계하다 

백 교수는 국립의료원에서 근무하다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왔다. 수련을 받을 때부터 고민거리였던 강북삼성병원 내 뇌졸중 환자 치료 시스템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백 교수는 "강북삼성서울병원은 공간이 좁아 뇌졸중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웠고, CT 등도 응급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없어 FAST-ER팀을 구상했다"며 "뇌졸중을 진료하는 다른 교수들도 트리거가 없었을 뿐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한다.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의 전문의와 전문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FAST-ER팀은 급성뇌졸중 환자를 위한 신속대응팀이다. 뇌졸중 스텝(신경과와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5명),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공의(8명), 전담 PA(간호사 4명), 인터벤션팀(간호사, 방사선사 9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24시간, 365일 뇌졸중 환자를 진료한다. 강북삼성서울병원에 오는 환자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협력병원도 핫라인으로 FAST-ER팀에 연락하면 이 팀이 가동된다. 

백 교수가 눈에 띄는 이유는 FAST-ER팀 기획한 것은 물론  환자 선별, 응급실에서의 CT 및 MR 프로토콜, 뇌출혈 프로토콜, FAST-ER 프로그램 종료, 외부 전원 프로세스 등 모든 과정을 만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 프로토콜을 들고 병원장 등 경영진을 설득해 병원 내 시스템으로 안착시켰다는 점이다. 

백 교수는 "급성뇌졸중 환자가 내원했을 때 재관류시술을 할 수 있는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등 3명의 의사가 1년 365일, 24시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으로 탈바꿈했다"며 "응급실 상황과 무관하게 비어 있는 병상 2개를 확보했다"고 말한다. 

또 "FAST-ER팀이 가동되면서 우리 병원 응급실에 들어온 급성뇌졸중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일은 없어졌다"며 "보통 재관류술 시술은 40~50분 정도 걸리는데, 우리 병원은 약 30분 소요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FAST-ER팀이 가동되면서 환자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생각하지 못했던 긍정적 변화들이 생겼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FAST-ER팀원들이 급성뇌졸중 환자를 응대하면서 전공의들이 업무가 50%로 줄면서 만족도는 증가한 것.  

다른 병원도 벤치마킹할 수 있나? 

다른 병원이 'FAST-ER'팀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신경과와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하나 된 목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백 교수의 조언이다. 또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기획안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병원 공간을 넓히고, 병상과 인력을 확보했을 때 경영진이 납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백 교수는 "응급실 내 다른 팀을 설득하기 위한 묘수(?)도 있어야 한다"며 "우리 병원은 FAST-ER팀 간호사가 응급 환자가 오면 CPR도 하고 다른 업무도 도와준다. 이처럼 FAST-ER 팀이 있으면 도움이 되고, 마치 제3의 인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웃는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까? 

인터뷰 끝자락에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백 교수는 "글쎄요. 왜 열심히 하는지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웃었다. 
 
늘 열정적이지만, 가끔은 회의가 들 때가 있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나 심장혈관흉부외과 등이 어려운 것은 정부가 알기 때문에 지원도 하고, 격려도 하는데, 뇌졸중 치료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백 교수는 "온전한 휴가를 즐겨본 때가 언제인가 싶다. 휴가일 때 병원에서 전화를 받는 일은 일상"이라며 "그냥 열심히 하면, 우리 후배들까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희망이 있다면 완전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정부가 인력 지원과 당직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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