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혈액병원 이종욱 교수, 국제 다기관 임상3상 주도
다니코판군, 위약군 대비 12주 동안 혈색소 증가 개선

▲서울성모병원 이종욱 교수.
▲서울성모병원 이종욱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주도한 희귀난치성 혈액질환인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신약 임상3상이 긍정적 효과를 입증하며 진일보된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장 이종욱 교수(혈액내과)가 주도한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신약 '다니코판(danicopan)' 임상3상 결과, 다니코판 투약 시 위약 대비 혈색소 증가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

발작성야간혈색뇨증은 PIG-A 유전자 변이로 인해 적혈구를 보호하는 단백질 합성의 장애가 초래되며, 인구 100만명당 10~15명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병명처럼 파괴된 혈구세포가 소변과 함께 섞여 나와 갑작스러운 콜라색 소변을 보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적혈구가 체내의 보체공격을 받아 파괴(용혈)되므로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중증 빈혈이 발생할 뿐 아니라 혈관 내 용혈로 인한 혈색뇨증 및 신부전, 혈전증, 폐동맥고혈압, 평활근수축(심한 복통) 등 증상과 합병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치료제는 말단보체억제제인 에쿨리주맙 혹은 라불리주맙이 있다. 이들 치료제는 용혈을 차단해 빈혈 개선, 신부전 및 혈전증을 예방해 발작성야간혈색뇨증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다. 그러나 말단보체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 약 20%는 혈관 외 용혈로 인한 빈혈이 지속돼 삶의 질 척도 저하 및 수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니코판은 경구용 D인자 억제제로서 보체 상위단계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다니코판 단독요법 임상2상에도 참여해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했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Blood와 Haematologica에 게재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에쿨리주맙 혹은 라불리주맙을 투여받고 있는 발작성야간혈색뇨증 환자 중 혈관 외 용혈로 인한 빈혈(혈색소 9.5g/dL 이하)이 있는 환자만 대상으로 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5개국 다양한 인종의 73명 환자가 등록돼 지속적인 에쿨리주맙 혹은 라불리주맙 치료를 받으면서 다니코판 병용투여군 및 위약군으로 2:1로 배정돼 12주간 치료받았다. 

연구 설계 단계에서 계획된 중간분석에서 63명(다니코판 투여군 42명, 위약군 21명)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1차 유효변수인 혈색소 증가가 다니코판군이 위약군에 비해 12주 동안 의미 있게 향상됐다. 2차 유효변수인 혈색소 2g/dL 이상 증가율, 수혈회피율(수혈이 불필요한 비율), 삶의 질 척도 개선율, 절대망상적혈구수 변화 등 모두 다니코판군이 의미 있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교수는 "다니코판은 보체 상위단계를 차단하는 말단보체억제제(라불리주맙) 치료 중 혈관 외 용혈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빈혈을 개선시키는 유용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며 "라불리주맙은 혈관 내 용혈을 완전히 차단해 줄 수 있고 다니코판은 일부 환자에게 나타나는 혈관 외 용혈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병합요법이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치료의 진일보된 연구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학 학술지 Lancet Haematology 11월 2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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