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양영구 기자.
편집국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입니다.

2020년 매년 연말 교수신문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듣고 의아했다. 

수많은 사자성어가 있지만,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자성어였다. 알고 보니 아시타비는 원전이 따로 없는 말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내가 했을 때는 옳고, 남이 했을 때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하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를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라고 했다.

실제로 신조어가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갑자기 아시타비라는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가 떠오른 이유는 최근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의사 연구자의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서 공개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 아미반타맙(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임상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가 최근 열렸다.

연구 결과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이 예상보다 적어 시장에서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자 이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두 시간여 진행된 질의응답을 듣는 내내 불편했다. 자기 자식을 두둔하기 위해 남의 자식을 까내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의 핵심 주장은 렉라자+아미반타맙 연구와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연구를 직접 비교하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 두 연구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는 두 연구를 비교하는 데서 시작됐다.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닌 듯했다.

한 종양내과 교수는 "연구 결과의 수치만 놓고 보면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연구자의 윤리적 측면에서 보면 본인 성과를 위한 그의 태도는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구 윤리에서 멀어지는 줄 알면서도 원하는 연구 결과만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의 본질을 망각하는 연구자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구자는 진실성과 도덕성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타인의 연구 결과나 성과를 존중하며 연구 윤리를 실천하기 위해 공동의 가치를 준수해야 한다.

책임 있는 연구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밝히고 부당한 편견을 피하도록 하는 '객관성'은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분야 연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외국 교수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에게 일련의 상황을 설명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Oh, my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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