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최은진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혈우병 환자의 관절 기능 정상화와 뼈 재형성을 위해 혈액응고 8인자 제제는 필수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최은진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혈우병 환자의 관절 기능 정상화와 뼈 재형성을 위해 혈액응고 8인자 제제는 필수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사람들은 혈우병이라고 하면 단순히 외상이나 특별한 요인 없이 자연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혈우병의 대표적 합병증으로는 골다골증 및 관절병증이 꼽힌다.

2019년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국내 A형 혈우병 환자의 56.1%, B형 혈우병 환자의 35.9%는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동반하고 있다.

중등도~중증 A형 혈우병 환자는 주로 근육과 관절에서 반복적이고 자발적인 출혈이 발생하는데, 출혈과 혈관절증 재발은 장애를 유발하는 혈우병성 관절병증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관절병증을 예방하려면 출혈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혈액응고제제를 투여하는 예방요법이 권고된다.

아울러 혈액응고 8인자가 부족한 A형 혈우병 환자들은 자연 출혈로 인해 골다공증 위험도 높다. 염증 조절 장애가 발생해 관절염 유발과 관련 있는 신생혈관 형성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8인자 제제의 급여기준이 개정되면서 관절 기능 정상화와 뼈 재형성 등에서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최은진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이번 급여기준 개정을 두고 환자별로 최저 응고인자 레벨이 달라 한계는 있지만, 혈우병 환자의 맞춤형 예방요법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 최근 급여기준 개정으로 사용 가능한 용량이 약 2배 늘었다. 이는 환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혈우병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고가 약제로 분류돼 적절하게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높은 비용 때문에 약제의 모든 효능을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최소한의 생명 유지와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급여가 이뤄져왔다.

이번에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른 용량은 일부 아동 환자에서 부족한 수준이었지만, 최근 급여기준이 확대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 혈액응고인자 제제와 비응고인자 제제의 차이는 무엇인가.

A형 혈우병은 8번 혈액응고인자가 부족 상황인 만큼 응고인자 제제는 이 같은 환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정상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달리 비응고인자 제제는 8번 혈액응고인자의 기능을 모방해 의학적, 생화학적 기술로 개발된 약물이다. 비응고인자 제제는 혈액응고인자 9번과 10번 인자와 결합해 수행하는 일부 기능만 모방하는 만큼 응고인자 제제의 모든 기능을 대체하지 못한다.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은 응고인자 제제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혈우병 소아 환자들은 성장하면서 몸 안에 있어야 할 응고인자가 제대로 존재해야 한다.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라는 편의성 덕분에 비응고인자 제제로 치료한 소아 환자가 8번 혈액응고인자의 기능과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면 소아과 의사로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 혈우병에서는 관절염, 골다공증 등이 주요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혈우병 예방요법은 출혈을 미리 대비하고 제어하는 개념인데, 적절한 치료제를 충분한 용량으로 투여하면 무증상 출혈로 인한 관절염 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혈우병 환자는 관절 내 출혈로 인해 철분 성분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관절을 손상시키게 된다. 관절 출혈을 경험한 무릎이나 발목은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 손상을 피할 수 없어 30~40대부터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예방요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에 8인자 자체가 뼈의 재형성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뼈는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분해되는 리모델링 과정을 겪는데 이 과정에서 8인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폰빌레브란트인자(von Willebrand factor, vWF)와 결합해 뼈의 과도한 흡수나 분해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A형 혈우병 환자들은 8인자가 결여돼 뼈 재형성에 필요한 성분이 부족한 만큼 에방요법으로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것은 환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 개정된 급여기준은 치표 패턴에 어떤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하나.

급여기준 개정에 따라 약물동태학(PK) 검사 후 표준반감기 제제는 48시간 후, 반감기연장 제제는 72시간 후 최저 응고인자 활성도가 1% 미만이면 예방요법으로서의 용량으로 부족하다고 판단, 추가 투여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환자 본인의 반감기를 확인하고 현재 투여 받는 용량이 적절한지 확인할 수 있고, 환자 본인에게 맞는 용량 조절을 통해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환자마다 혈액응고인자 활성도와 체내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관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 일례로 환자 중에서도 1% 미만의 활성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5% 활성도에서도 출혈이 발생하는 환자가 있다.

환자마다 출혈을 피하기 위한 최저 응고인자 레벨은 1%가 아닌 그 이상의 수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각 환자별로 필요한 응고인자 레벨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제공하는 게 진정한 환자 맞춤형 치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응고인자 제제의 반감기를 무조건 길게 만드는 것도 환자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본다.

- 환자와 의료진 모두 정보를 제대로 습득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약물의 장단점, 개발 배경, 치료 목적,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깊이 이해하고 연구해야 한다.

환자 역시 자신에게 처방된 약이 왜 필요한지, 약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치료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습득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혈우병 환자라고 해서 싶은 일을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말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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