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D 2023] 무작위 연구 결과, 인슐린 시작·공복혈당 증가 등 비율 위약과 비슷
사전에 정의한 2차 목표점, 메트포르민 복용 시 일부 긍정적 결과 보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임신성 당뇨병 조기 치료에 2형 당뇨병의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사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물음표가 달렸다.

임신성 당뇨병 환자 대상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 결과, 1차 목표점인 인슐린 치료 시작 또는 공복혈당 수치 증가 등 비율은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군과 위약을 투약한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1차 목표점만 본다면 임신성 당뇨병 조기 치료에 메트포르민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풀이된다.

그러나 인슐린 치료 필요성 등 사전에 정의한 일부 2차 목표점은 메트포르민 복용 시 임상적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 환자에게 메트포르민을 조기 투약할 수 있을지 정리하려면, 이번 연구에서 설정한 2차 목표점 결과에 관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추가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2~6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23)에서 발표됐고 동시에 JAMA 10월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신성 당뇨병, 생활습관 교정 실패 시 약물치료 시작해야

▲아일랜드 골웨이대학 Fidelma Dunne 교수. EASD 2023 강연 화면 캡처.

연구를 진행한 아일랜드 골웨이대학 Fidelma Dunne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이 현재 유행성 질병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임신성 당뇨병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293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다수가 인슐린 치료가 어렵거나 보관 공간이 부족해 인슐린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저·중소득 국가에서 주로 확인된다는 이유다.

임신성 당뇨병은 체중 증가, 자간전증 등 산모의 임신 예후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신생아 집중치료 위험을 높일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병 진단 이후 최적 관리법은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으면 생활습관을 교정하도록 권하고, 실패 시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경우 임신성 당뇨병 환자에게서 수주 이내 고혈당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메트포르민 조기 치료 가능한가?…학계 간 의견 엇갈려

임신성 당뇨병 환자는 메트포르민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혈당 조절을 개선하고 인슐린 치료 필요성을 줄이며 임신 중 체중 증가 가능성을 낮추는 등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또 메트포르민은 인슐린과 달리 주사제가 아니고 먹는 약이라 치료에 대한 환자 부담이 덜하며, 비용이 저렴하고 치료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을 임신성 당뇨병 조기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지 의견이 엇갈린다.

영국 국립보건임사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메트포르민이 임신성 당뇨병 1차 치료로 적합하다고 정리한다.

반면 미국당뇨병학회와 미국모체태아의학회는 임신성 당뇨병 치료에 메트포르민을 권하지 않는다. 특히 고혈압 또는 자간전증이 있거나 자궁내 성장지연 위험이 있는 임신부에게 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인슐린 치료 시작 가능성, 메트포르민군 25% 낮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임신성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르민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혈당 조절이 개선되고 인슐린 투약 필요성이 줄어드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2017년 6월~2022년 9월 아일랜드 2곳 의료기관에서 임신성 당뇨병 환자 510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이들은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평균 나이는 34.3세였다. 추적관찰은 산후 12주까지 이뤄졌다. 

전체 참가자는 메트포르민(최대 용량 2500mg) 복용군(메트포르민군)과 위약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은 임신 32주 또는 38주째에 인슐린 치료 시작 및 공복혈당 5.1mmol/L(92mg/dL) 이상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분석 결과, 1차 목표점 발생률은 메트포르민군 56.8%(150명), 위약군 63.7%(167명)였고 두 군 간 차이는 6.9%p로 조사됐다. 1차 목표점에 대한 상대위험은 메트포르민군이 위약군 대비 11% 낮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RR 0.89; 95% CI 0.78~1.02; P=0.013). 

그러나 사전에 정의한 일부 2차 목표점에 대해서는 메트포르민군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특히 메트포르민군의 인슐린 치료 필요성이 적다는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먼저 산모 관련 예후는 인슐린 치료 시작 비율은 메트포르민군 38.4%(101명), 위약군 51.1%(134명)로, 메트포르민군의 인슐린 치료 시작 가능성이 25% 유의하게 낮았다(RR 0.75; P=0.004).

이와 함께 출산 전 마지막 평가에서 확인한 인슐린 투여량은 메트포르민군 20.4IU, 위약군 24.2IU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P=0.17).

아울러 메트포르민군은 무작위 분류 이후부터 출산까지 기간에 평균 체중 증가가 적었다. 이 기간 메트포르민군은 0.8kg, 위약군은 2.0kg 늘었다(P=0.003). 

이 외에 공복혈당, 출산 시 임신주수, 임신 37주 이전 조산, 임산 관련 합병증 등 발생률은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평균 공복 혈당은 임신 32주째 메트포르민군 4.9mmol/L, 위약군 4.0mmol/L(P=0.03), 38주째 각 4.5mmol/L와 4.7mmol/L로 비슷했다(P<0.001).

출산 시 임신주수는 두 군 모두 39.1주로 같았다. 임신 37주 이전 조산율은 메트포르민군 9.2%, 위약군 6.5%였다(P=0.33). 

단, 다음 임신 시에도 같은 약물을 선택하겠다는 응답률은 메트포르민군 76.2%, 위약군 67.1%로 메트포르민군이 더 높았다(P=0.04).

이어 신생아 관련 예후의 경우, 평균 출생체중은 메트포르민군이 3393g으로 위약군 3506g보다 의미 있게 적었다(P=0.005). 체중이 4000g보다 적은 비율은 메트포르민군 7.6%, 위약군 14.8%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P=0.02).

이와 함께 출생 시 체중이 10백분위수 미만으로 임신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부당경량아(small for gestational age, SGA) 비율은 메트포르민군이 5.7%로, 위약군 2.7%보다 많은 경향을 보였다(P=0.13). 이는 이전 임신성 당뇨병 환자 대상 메트포르민 관련 연구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결과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Dunne 교수는 "종합하면, 임신성 당뇨병 조기 치료에 메트포르민을 사용했을 때 1차 목표점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그러나 1차 목표점을 구성한 각 평가요인에 대해서는 메트포르민군이 임상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사전에 정의한 2차 목표점 결과는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메트포르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울러 메트포르민 치료 시 SGA 출생률에 대한 지속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성 당뇨병 환자는 매일 4~7회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고 하루에 1~4회 인슐린을 투약한다"면서 "이 같은 치료 관련 고통을 메트포르민으로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여성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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