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상식육종·시자리증후군 환자 기대여명 2~3년 뿐 환자들 절박함 호소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 명확한 기준으로 급여 결정 논의 희망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세 김상희 씨(가명, 여)는 피부T세포림프종인 균상식육종 4기로 방사선 치료까지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손가락이 뻣뻣해져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같은 나이대의 여성들이 누리고 있는 젊음과 활력을 전혀 경험할 수 없다. 손이 자유롭지 못해 음식도 혼자서 먹을 수 없어 어머니가 먹여주고 있다. 심지어 화장실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 마저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그녀의 기대 여명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김상희 씨를 진료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윤덕현 교수(종양내과)는 치료 의사로서 김 씨 같은 희귀난치질환인 균상식육종 및 시자리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를 볼 때마다 그들의 절박함에 답답함만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균상식육종과 시자리증후군은 피부T세포림프종(Cutaneous T cell Lymphoma, 이하 CTCL)의 한 유형으로 희귀난치질환이다.

균상식육종은 다양한 모양의 반이 발생해 수년간 지속되다가 악성세포가 증식하면서 병변이 단단해지고 여러 모양의 판, 결절, 홍색피부증이나 종양으로 진행된다.

윤덕현 교수는 "균상식육종이라는 명칭 때문에 일반인들은 곰팡이 감염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균상식육종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혼자서 질환과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균상식육종은 전 세계적으로 정확한 유병률 조차 조사되지 못하는 희귀질환으로, 미국이 괌과 하와이 등 아시아계 태평양 원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10만명당 5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인구가 5000만명이라면 대략 250여명이 균상식육종을 앓고 있다는 것.

윤 교수는 "전체 비호긴림프종 중 피부T세포림프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4% 정도 된다"며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비호지킨림프종 환자가 약 6300여명 정도로, 그 중 4%는 250여명 정도가 균상식육종 환자라고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연간 국내에서 100~200여명의 균상식육종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 마저 지키기 어려운 균상식육종 환자들 

윤덕현 교수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균상식육종 환자 중 70%는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 2기 전반기로, 치료 경과가 좋은 상황"이라며 "나머지 30%의 환자들이 본격적인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라고 전했다.

피부T세포림프종이 드문 질환이지만 다행히 대다수는 피부과 치료와 방사선치료로 좋은 경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피부질환이 다양하고, 피부T세포림프종이 희귀질환이다 보니 조기 진단이 어렵고, 조직검사에서 조차 정확하게 진단되지 못하고 있다.

윤덕현 교수는 "피부T세포림프종은 발병 이후 대략 진단까지 6~7년 이상 걸리고 있으며, 조직검사에서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오래 전부터 피부질환을 앓고 있어 피부과에서 습진 및 건선 등 치료를 받아도 호전되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오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피부T세포림프종은 혈액종양내과에서 조차 흔하게 볼 수 없는 희귀질환이다. 

환자들은 극심한 가려움증과 피부에 생기는 판이 점차 혹으로 변하고, 진물까지 나오면서 또 다른 감염증이 발생한다. 심하면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 옵션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

윤 교수는 "피부T세포림프종은 다른 림프종과 달리 항암제를 사용해도 반응률이 매우 낮다"며 "항암제 종류마다 반응률에 차이가 있지만 0%에서 많아야 5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부T세포림프종은 항암제를 투여하더라도 잠깐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된다"며 "MTX는 반응률이 20~30% 수준이며, 최근 보험급여 적용을 받고 있는 애드세트리스가 있지만 3주 간격으로 16회로 사용이 제한돼 있다. 특히 애드세트리스 투여 후 17개월이 지나면 50%는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포텔리지오가 지난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도입된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포텔리지오(성분명 모가물리주맙)와 보리노스타트(vorinostat)의 비교임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이 포텔리지오가 28.0%, 보리노스타트는 4.8%로 낮게 나왔다.

이런 결과에 대해 윤 교수는 "어떤 임상시험이든 참여하는 환자군이 어떠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포텔리지오와 보리노스타트를 비교한 MAVORIC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병기가 낮은 환자를이 참여한 임상연구에서는 항암제 반응률이 높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도 병기가 매우 어려운 환자들이 참여한 임상시험에서는 치료효과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미국 FDA 허가를 받은 보리노스타트가 4.8%밖에 안 나왔다는 것을 봐도 어려운 환자군이 많이 포함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약제의 객관적 반응률이 다른 임상시험에 비해 낮다는 것만으로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텔리지오, 보리노스타트와 비교해 객관적 반응률 6배 높아 

포텔리지오는 CCR4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진 균상식육종 및 시자리증후군 치료제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는 보리노스타트와 비교한 MAVORIC 연구 결과 우위성을 확인한 바 있다.

포텔리지오는 보리노스타트에 비해 무진행생존(PFS)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포텔리지오의 PFS 중앙값은 7.7개월이었던 반면, 대조군은 3.1개월에 불과했다. 

포텔리지오가 보리노스타트 대비 상대적 질병 진행 위험을 47% 감소시킨 것이다(95% CI 0.41~0.69; P<0.0001). 

아울러 객관적반응률(ORR)은 포텔리지오 투여군이 대조군에 비해 약 6배 높았고, 반응기간(DOR)은 약 5개월 더 길었다(ORR 28% vs 4.8%; P<0.001, DOR 14.1개월 vs 9.1개월).

특히 유럽에서 포텔리지오 승인 후 투여된 환자의 리얼월드데이트(RWD)는 3상 임상연구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프랑스 균상식육종 및 시자리증후군 환자 122명이 참여한 RWD연구는 병기 2기 후반 환자 77.8%가 포함됐다.

RWD 연구 결과에 따르면, PFS는 15개월, ORR은 58.7%를 기록했다.

또, 피부, 혈액 등 구획별 ORR은 피부의 경우 63.3%였으며, 혈액은 71.7%로 혈액침범이 있는 중증 환자군에서의 반응 평가는 포텔리지오가 최초였다.
높은 반응률을 보여 실제 임상현장에서 효능을 재입증했다는 평가다. 
 

생명과 직결된 균상식육종 및 시자리증후군 보험급여 절실

윤 교수는 "어떤 치료제도 반응하지 않고 생존기간도 매우 짧은 환자들에게 포텔리지오는 피부T세포림프종 환자들에게 반응률이 60%~70% 이상 보인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균상식육종 환자 중 병기가 2기 후반의 환자는 기대 여명이 2~3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살아 있는 기간 동안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환자들은 절박하다"며 "균상식육종과 시자리증후군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희귀질환"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포텔리지오는 2022년 9월 식약처 국내 허가 후 급여 여부 평가를 진행 중이며, 지난 2월 중증질환심의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결과, 급여 적용 여부를 기대해 왔던 환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덕현 교수는 "진료현장은 답답하다. 모든 치료제에 대해 보험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서 "다만,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개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적 측면에서 보면 최근 폐암 1차 치료제로 진입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재정 규모와 비교할 수 없다"며 "균상식육종 환자 중 연간 30~50여명 환자들이 대상으로 정부도 전향적으로 급여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T세포림프종 치료 위해서는 다학제적 치료 필요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6월부터 국내에서 최초이며 유일하게 피부T세포림프종 다학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피부T세포림프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네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실력있는 피부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4개과가 모여 피부T세포림프종 환자를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지 않으면 피부과 의사와 혈액종양내과 의사들은 서로 어떤 진료를 하는지 모른다"며 "피부T세포림프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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