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 교수

ELN, 2세대 TKI에 반응 없다면 3세대 TKI로 바로 넘어갈 것 권고
2세대 TKI에 치료 실패 후, 3세대 TKI로 변경하는 것이 환자의 장기생존율 측면에서도 유리 

- 만성골수성백혈병(이하 CML)이란?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유전적인 변화로 인해 골수 안의 세포 수가 지나치게 증식하면서 혈액 속의 백혈구, 혈소판이 증가하는 혈액암이다. 환자들의 3분의 2 정도가 무증상이어서 건강검진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는 경우 기운이 없고 피곤하며 식은땀이 나는 등 몸살과 유사한 증상을 겪거나, 간혹 비장이 커지면서 좌측 복부 쪽에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가속기나 급성기에는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서 급성 백혈병처럼 심한 혈소판 감소증을 보이거나 백혈구 변화로 인한 출혈, 또는 발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 CML의 초치료 전략은?
CML의 표준치료는 표적항암제인 TKI 복용이다. 보통 1차 치료제로 1세대 또는 2세대 TKI를  사용한다. 1세대 TKI 복용 시 MMR(주요 분자학적 반응, BCR-ABL1 ≤0.1%)에 도달하는 환자가 약 90% 이상이고, 그 반응을 2년 정도 유지할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일반인과 비슷하다. 이후 개발된 2세대 TKI의 경우 MMR이나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complete cytogenetic response, CCyR)에 도달하는 확률이 더 높아졌다.

다만 1세대 TKI 복용 환자의 약 3분의 1 정도가 불내약성이나 저항성으로 인해 약을 중단하게 되고, 최근에는 단순히 병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 DMR(깊은 분자학적 반응, BCR-ABL1 ≤0.0032% 미만)에 도달한 뒤 최소 2~3년 이상 유지되면 약을 끊어보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젊은 환자들 같은 경우) 2세대 TKI를 초치료제로 많이 사용한다.

- 2세대 TKI에서도 불내약성이나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들의 치료 전략은?
과거에는 2세대 TKI 치료에 실패한 경우 다른 2세대 TKI로 바꾸는 전략이 많이 추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2세대 TKI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조기에 3세대 TKI(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로 넘어가는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

일부 논문에서는 2세대 TKI에서 치료 실패 시 다른 2세대 TKI로 약제를 변경하는 것보다 3세대 TKI로 변경하는 것이 장기생존율 면에서 유의하게 좋다는 연구들도 발표되고 있다.

또한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에서도 2세대 TKI 치료에 반응이 없다면 다른 2세대 TKI로 변경하지 말고 3세대 TKI로 바로 넘어가라고 권고하고 있다. 물론 약의 불내약성으로 인해 환자가 약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라면 다른 2세대 TKI로 바꿔볼 수 있지만, 2세대 TKI에 대한 치료 반응 자체가 없다면 바로 3세대 TKI(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로 넘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 T315I 돌연변이 발생 시 3세대 TKI(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의 효과는?
1,2세대 TKI 모두 T315I 돌연변이에 전혀 효과가 없지만 3세대 TKI인 포나티닙은 T315I 돌연변이에 효과가 상당히 좋다. 이는 포나티닙이 T315I가 가진 분자적인 특성을 우회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 포나티닙을 사용한 임상 연구 결과를 보면 T315I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MMR에 도달하는 확률이 약 5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장기 추적을 통한 생존율 데이터에서도 매우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 PACE와 OPTIC 연구에서 포나티닙의 심혈관계 문제에 대한 결과가 다른 이유는?    
PACE 연구에서는 포나티닙을 처음부터 끝까지 45㎎의 고정된 용량으로 사용했고, 약 30% 이상에서 심혈관 부작용 문제가 보고됐다. 반면 OPTIC 연구에서는 포나티닙 용량을 △45㎎로 시작해 15mg로 변경한 군 △30㎎으로 시작해 15㎎로 변경한 군 △15㎎으로 시작해서 지속한 군으로 나눠서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초기 용량을 45㎎로 시작해 BCR/ABL1이 1% 이하 반응에 도달한 후 15㎎으로 줄인 환자 중 51.6%가 치료 1년째에도 BCR/ABL1 1% 이하 반응을 보였으며, 심혈관 부작용 발생은 9.6%로 나타났다. 이는 포나티닙 용량을 45㎎으로 시작한 뒤 BCR/ABL1이 1% 이하 반응을 보이는 시점에 용량을 줄임으로써, 치료 효과는 유지하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포나티닙의 용량을 줄여도 심혈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그 확률은 기존에 다른 TKI 사용 환자에 비해 유의하게 높지 않으며, 대개는 환자의 연령이나 기존에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심혈관계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 후 BCR/ABL1이 1% 이하의 반응을 보일 경우 가능하면 빨리 용량을 감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CML 치료제의 발전 방향은?
보다 깊은 분자유전학적반응을 잘 유도하면서 최종 치료목표인 투약 중단까지 도달할 수 있는 약제들이 많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많은 TKI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작용과 저항성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골수 독성 문제를 피하면서 효과를 보는 약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는 최근 개발된 애시미닙처럼 다른 부위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와 TKI를 병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될 것이다. 그럼에도 치료에 실패해 급성기로 진행되면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하게 되는데 그런 환자들을 위한 신약들도 더 개발될 필요가 있다.

- CML 환자들에게 조언한다면
현재 CML은 적절한 치료만 이뤄진다면 생존율이 90%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급성기로 이행되면 평균 생존기간이 3~6개월 정도로 낮아질 수 있어 만성기에 치료를 시작해 급성기로 이행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CML은 초기 증상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증상이 있더라도 약을 복용하면 혈액검사나 분자생물학검사 결과가 좋아지면서 병이 잘 조절되다 보니, 간혹 자의로 약을 중단하는 환자분들이 있다. 그 경우 가속기나 급속기로 이행되면서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함부로 복약을 중단해서는 안 되며, 부작용을 견디기 힘든 경우라도 반드시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면서 경과를 잘 유지한다면 추후 깊은 반응에 도달해 안전하게 약을 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