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벽 움직임 모사해 탈장 재발 ↓
탈장 발생 위치·모양 맞춰 스스로 형태 변형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탈장 발생 위치와 모양에 맞춰 스스로 형태를 변형하는 탈장 그물망을 국내 의료진들이 개발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성학준 교수·하현수 강사·이찬희 연구원,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이동원 교수 연구팀은 실제 복벽 운동성을 반영하고, 탈장 위치에 맞춰 스스로 형태를 바꾸는 수술 그물망을 만들었다.

이번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Small, IF 15.153)에 게재됐다.

탈장은 비만, 임신, 과격한 운동 등으로 복부에 높은 압력이 가해져 장기가 복벽 밖으로 돌출하는 병이다. 
탈장이 발생하면 메쉬(mesh)라는 그물망을 이용해 돌출 복벽을 막는 수술을 진행한다.

복벽은 계속해서 복압을 받으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가로 방향보다 세로 방향으로 더 유연하게 움직인다.

기존 메쉬는 이런 복벽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탈장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형태를 변경하기 힘들었다. 

또, 단단하게만 만들어졌을 뿐 실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재발 위험도 컸다.

연구팀은 메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복벽의 특성에 맞춘 설계와 함께 환자 체온에 맞춰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먼저 다양한 물리적 조건에서 물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예측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인 유한요소 해석으로 복벽의 움직임을 분석해 새로운 메쉬 디자인과 패턴을 도출했다. 

모든 방향으로 단단한 기존 메쉬와 다르게 복벽이 주로 움직이는 세로 방향으로 유연하고 그 외의 방향으로는 버텨줄 수 있는 디자인을 구성했다.

환자마다 다양한 복벽 구조에 맞춰 스스로 형태를 바꾸는 소재 기술을 적용했다. 
인체 사용에 적합한 고분자들을 조합해 주변 열을 흡수해 형태를 변경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개발 소재는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의 물을 가해주면 복벽 모양에 맞춰 모양을 변화한다.

연구팀은 탈장을 유발한 랫드(들쥐) 모델에서 인공망의 효능을 검증했다. 개발한 메쉬는 기존 메쉬에 비해 근섬유아세포의 분화를 촉진시켜 콜라겐과 같은 복벽 구성물질의 재생률을 6배 이상 높였다.

탈장 재발은 복벽 구성 성분 중 1형 콜라겐 비율이 높을수록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메쉬는 1형 콜라겐 비율을 2배 이상 증가시켜 성숙한 복벽 재생을 유도하고 탈장 재발 예방 효과도 보였다.

성학준 교수는 “최근 의료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한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 개발이 각광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정밀한 소재 공학과 설계 기술을 융합해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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