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김응규 교수 (부산백병원 신경과)
좌장 김응규 교수 (부산백병원 신경과)

최근 ‘급성기 편두통 치료의 최신 지견’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김응규 교수(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를 좌장으로 모희정 교수(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와 박순원 과장(김원묵기념 봉생병원)의 강연 및 토의가 있었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편두통 치료에서 새로운 약제의 적용

연자 모희정 교수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편두통의 진단 기준
편두통은 일상생활의 장애를 유발하는 정도가 높은 질환이다. 국제두통질환분류 3판(ICHD 3)에 따르면 편두통은 크게 무조짐 편두통과 조짐 편두통으로 분류한다. 무조짐 편두통은 편측성, 박동성, 중등증 이상의 통증, 일상생활에 의한 두통의 악화 증상 중에서 2가지를 포함해, 통증이 4~72시간 지속될 때 진단한다. 또한 두통이 있는 동안 구역, 구토, 빛공포증과 소리공포증 중 한 가지 이상을 동반한다. 조짐 편두통 환자의 대부분은 시각 조짐을 갖지만 약 40-70%에서 다른 유형의 조짐을 동반하기도 한다(IHS. Cephalalgia. 2018). 

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약제
편두통 발생 기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물질은 CGRP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이다. CGRP는 편두통 발생 기전에서 매우 중요한 물질로, 통증과 관련된 경로인 삼차신경계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경막 또는 주변 혈관을 자극하면 삼차신경 말단에서 CGRP가 방출되고, CGRP는 혈관벽에 위치한 수용체에 작용하여 cAMP를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두통이 발생한다. 실제로 편두통 환자들에게 CGRP를 정맥 투여하면 두통이 발생하고, 편두통의 급성기에 CGRP가 증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GRP는 편두통의 동반증상인 빛, 소리, 냄새 등에 대한 과민증과도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CGRP를 표적하여 두통을 조절할 수 있는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CGRP 억제제는 항CGRP 단일클론항체 약물과 게판트라고 불리는 소분자 CGRP 길항제가 있다. 항CGRP 단일클론항체는 삽화편두통 및 만성편두통의 예방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Erenumab, Fremanezumab, Galcanezumab, Eptinezumab이 개발되었고, 현재 국내에서는 Galcanezumab과 Fremanezumab이 사용되고 있다. 

소분자 CGRP 수용체 길항제는 CGRP에 작용하여 혈관확장을 억제한다. 이 계열의 약제는 투여 후 2시간 이내에 편두통이 소실되는 효과를 보여 급성기 치료제로 사용된다. Rimegepant와 Ubrogepant는 간독성에 대한 문제로 약제 개발이 중단되었다가 최근 간독성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되어 급성편두통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제들은 혈관수축 작용이 없어 심혈관계 및 뇌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오심, 광과민반응, 졸림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 신기능 저하 환자에서는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

급성기 편두통 치료의 중심은 트립탄 계열 약제로, Sumatriptan이 가장 먼저 개발됐다. 이후 Naratriptan, Zolmitriptan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7종이 시판되었고, 국내에서는 편두통 증상 완화에 5종을 처방할 수 있다. 트립탄은 세로토닌 수용체 중 1B/1D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하고, 삼차신경으로부터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한다(Lee KS et al. J Korean Med Assoc. 2009)

반면, 트립탄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심혈관계 및 뇌혈관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12,000명 이상의 편두통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리얼월드 연구에 따르면 트립탄을 처방한 환자에서 Opioid/Butalbital, NSAID와 비교해 심혈관계, 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Ailani J et al. AHS. 2022). 이번 연구가 트립탄 계열 치료제가 심혈관계에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트립탄이 다른 급성기 치료제와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조절되는 일부 편두통 환자에서는 고려해 볼 만한 치료옵션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반해 디탄 계열 약제인 Lasmiditan은 세로토닌 수용체 1F형에 작용해 혈관수축 위험성이 없어 심혈관계 부작용을 줄였다(Park HK. J Korean Neurol Assoc. 2020). 다만, 치료 비용이 고가이므로 비용경제적 측면에서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CGRP 억제제를 포함하여 새롭게 개발된 약제들의 장기 사용에 대한 안전성은 실제 임상경험을 통해 향후 지속적인 확보가 필요하다.


급성기 편두통 치료

연자 박순원 과장 (김원묵기념 봉생병원 신경과)

편두통은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의사에 따라 개인적인 판단과 경험을 고려하여 엄격한 기준 또는 넓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 심한 두통이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뇌의 만성질환이라는 점은 공통 견해일 것이다. 편두통의 국내 유병률은 17%로 매우 흔하며, 일상생활에서의 장애가 큰 질환이다(Moon HS. J Korean Med Assoc. 2018).

편두통의 양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두통 양상이 변하기도 하여 환자마다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환자에 따라 두통의 특징, 동반질환, 복약 순응도, 부작용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근거중심의 큰 치료 원칙과 함께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급성기 편두통의 약물치료 전략
급성기 편두통 치료는 가능한 빨리 통증과 동반증상을 해소하거나 감소시켜 일상에 복귀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부작용이 없으면서 효과가 일관적인 치료 방법이 필요하며, 재발로 인한 약물 재복용이나 구출약물(rescue medication)의 사용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경도의 편두통은 일반 의약품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중등증 이상의 편두통에는 트립탄을 비롯한 편두통 특이약물을 사용한다.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는 ‘단계치료(stepped care)’ 전략과 ‘계층치료(stratified care)’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단계치료는 단순한 진통제에서 트립탄과 같은 편두통 특이약물까지 단계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며, 계층치료는 처음부터 트립탄과 같은 차별화된 약물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효과적인 트립탄제의 선택
트립탄제 간의 직접적인 비교 연구는 없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두통 발생 1시간 이내에 트립탄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초기부터 트립탄과 같은 차별화된 약물을 사용한 계층치료가 효과적이다.

트립탄제의 통증에 대한 약물 효과를 측정하는 기준인 투여 2시간 후의 통증 완화, 통증 소실 및 투여 24시간 이내의 통증의 재발률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그림 1>.

 그림 1. 트립탄제 간 비교
 그림 1. 트립탄제 간 비교

트립탄제는 5-HT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비특이 편두통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그러나 트립탄 증상이라고 불리는 저림, 욱신거림, 온열감, 작열감, 냉감, 흉부 압박감, 조임감 등의 감각증상 부작용이 흔하며 대개 일시적이다. 또한 흉통, 떨림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약제 처방 시 환자에게 부작용과 관련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Sumatriptan은 최초로 개발된 트립탄제로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강하다. 반면에 2세대로 개발된 Naratriptan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며 24시간 내의 두통재발률이 적고 부작용도 적다. 따라서 다른 트립탄제의 사용 후에도 두통의 재발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에 Naratriptan을 투여하는 것이 적합하다.

Naratriptan 구강붕해정(orally disintegrated tablet, ODT)은 혀 아래에 넣으면 빠르게 녹아 급성기 편두통 발작을 조속하게 완화시킬 수 있게 개발되었다.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제형 선호도 조사에서 Naratriptan ODT는 물 없이도 복용 가능한 복용 편리성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Dowson A et al. Headache. 2007). 또한 위장관계를 거치지 않고 작용하기 때문에 소화장애가 적고 초회통과 효과가 없어 균일하게 높은 약효를 나타내는 장점이 있다. 

Naratriptan의 임상적 효과 및 안전성
메타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Naratriptan 2.5 mg군은 위약군 대비 편두통 경감, 통증 감소, 24시간 효과 지속 측면에서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다(Ashcroft DM et al. Pharmacoepidemiol Drug Saf. 2004). 빈번한 재발을 보이는 편두통 환자 25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Naratriptan은 Sumatriptan 대비 재발 가능성이 낮은 경향을 보여 급성기 편두통 환자의 신속한 통증 개선과 재발률 감소에 적합한 약제임을 확인했다(Göbel H et al. Clin Ther. 2000).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 Naratriptan은 위약군과 비교해 오심, 구토, 졸림, 어지러움, 흉통 등 부작용 위험 발생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 양호한 안전성을 나타냈다(Ashcroft DM et al. Pharmacoepidemiol Drug Saf. 2004). CNS 이상반응과 흉부 이상반응을 비교한 메타분석에서도 위약군과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Ferrari MD et al. Lancet. 2001).  

결론
급성기 편두통 치료 약물은 편두통 발작 초기에 투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비용, 시간 등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선제적으로 트립탄제를 사용하는 계층치료가 바람직하다. 약물과용두통을 줄이기 위하여 비특이약물은 일주일에 3일 이하, 특이약물은 2일 이하로 투여해야 하며 이를 초과하는 경우 예방치료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Q&A


Q : Naratriptan 구강붕해정은 어떻게 처방하고 계십니까?

박순원 과장 : 일주일에 2정까지 복용하도록 합니다. ICHD 3에서 트립탄을 한 달에 10일 이상씩 3개월 이상 복용하는 경우 약물남용두통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만약 두통의 발생 빈도가 잦고 만성편두통이라고 판단되면 다른 약물과의 조합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급성편두통 발작이 잦아진다면 예방적인 치료가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방 빈도를 늘리기 보다는 두통일기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편두통 유발 요인에 대해서도 평가해 환자와 함께 치료 전략에 대해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난치성 만성편두통 치료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박순원 과장: 난치성 만성편두통 환자의 치료 약제 선택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편두통은 완치의 개념보다 관리의 개념이라는 것을 환자에게 이해시키고,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생활양식을 개선하도록 교육합니다. 

모희정 교수: 아침에 심한 두통과 오전에 지속적으로 졸림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편두통으로 진단되어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수면 관련 설문조사에서 수면 중 호흡곤란 증상 등이 의심되어 검사한 결과, 수면무호흡증을 확인하였고, 이를 치료하여 증상이 개선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는 난치성 만성편두통 환자의 진료 시, 동반질환을 간과하지 말고 반드시 확인하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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