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산하 IARC, 아스파탐 '인체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 분류
JECFA, 아스파탐 1일 섭취허용량 40mg/kg 유지
美FDA, 아스파탐 인체 발암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지만, 아직은 발암성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기구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지난 14일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미국식품의약국(FDA)은 WHO 발표가 나온 직후 이 같은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스파탐의 발암성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스파탐이 암 및 건강에 미치는 위험 여부를 파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아스파탐은 1974년 FDA 허가를 받은 인공감미료다. 열량은 1g당 4㎉로 설탕과 비슷하지만 단맛은 180~200배 더 높다. 이에 1980년대부터 다이어트 음료,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기침약, 씹는 비타민 등 다양한 식품 및 음료에 첨가되고 있다. 1981년 JECFA는 아스파탐 1일 허용섭취량을 40mg/kg으로 정했다. 

아스파탐, 암 위험 높인다는 근거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IARC와 JECFA는 사람에서 아스파탐의 발암성에 대한 '제한된 근거'를 인용하며 아스파탐이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2B군으로 분류했다.

IARC가 아스파탐 위험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JECFA는 세 번째다.

IARC는 암 유발 가능성에 따라 △1군: 인체 발암 확인 물질 △2A군: 인체 발암 추정 물질 △2B군: 인체 발암 가능 물질 △3군: 인체 발암 물질로 분류하지 않는 물질 등으로 나눈다.

IARC가 검토한 데이터를 보면, 유럽 10개국 47만여 명을 11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가 함유된 탄산음료를 주당 6회(servings) 이상 마시면 간세포암 위험이 1.83배 의미 있게 높아졌다(Eur J Nutr 2016;55(1):7~20).

미국 기반 코호트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음료 섭취가 당뇨병 환자의 간암 발생과 연관됐다(Cancer Epidemiol 2022;79:102201).

또 프랑스 성인 10만여 명 대상의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산음료, 유제품, 식탁용 감미료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식품으로 아스파탐을 많이 섭취한 성인에서 유방암과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PLoS Med 2022;19(3):e1003950).

그러나 IARC는 아스파탐이 암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검토 가능한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실험용 동물이나 사람에서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JECFA는 현재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인 40mg/kg을 유지했다. 해당 용량 내에서 아스파탐 섭취가 안전하다는 것을 재확인했기에 변경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아스파탐 1일 섭취허용량을 초과하려면 체중 70kg 성인이 다른 식품을 통해 아스파탐을 먹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아스파탐 200mg 또는 300mg이 포함된 다이어트 탄산음료 한 캔을 하루 9~14캔 마셔야 한다. 

美FDA "IARC 검토 연구 '중요한 결함' 있어"

미국식품의약국(FDA)

FDA는 이 같은 WHO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스파탐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IARC가 검토한 연구에서 '중요한 결함'이 있다는 것. 

특히 JECFA가 기존 아스파탐 1일 섭취허용량을 변경하지 않고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수준의 아스파탐 섭취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DA는 홈페이지를 통해 "과학적 근거들은 아스파탐이 우수 식품·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인 GMP에 따라 제조되고 승인된 조건에 따라 사용될 때 일반인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계속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페닐케톤뇨증과 같은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어 페닐알라닌 대사가 어렵다면 아스파탐을 먹지 않거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아스파탐, 발암 가능성 과학적 근거 '제한적'
"장기간 추적관찰 등 발전된 연구 필요"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을 살펴본 연구들은 디자인 한계와 함께 교란요인을 배제할 수 없고, 1일 섭취량을 참가자들이 자가보고했다는 제한점이 있다.

미국암학회 최고과학책임자인 William Dahut 박사는 "스스로 작성하는 식이 기록을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또 아스파탐만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 화학물과 혼합해 섭취한다"고 지적했다.

아스파탐의 체내 대사과정을 거쳐 생성되는 메탄올은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포름산으로 대사돼 발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스파탐 분해로 생성되는 메탄올 양은 10% 수준으로 미미하다.

이 때문에 IACR은 아스파탐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IARC 특별연구프로그램(Monographs programme)의 Mary Schubauer-Berigan 박사는 "사람과 동물에서 확인된 아스파탐의 발암성 근거는 제한적"이라며 "아스파탐이 암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 표준 및 과학 자문 책임자인 Moez Sanaa 박사는 "JECFA는 동물 및 사람 대상 연구에서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을 고찰했고, 연관성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며 "기존 코호트를 장기간 추적관찰하고 식이 설문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등 발전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발암성과 연관된 인슐린 조절,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과 관련된 메커니즘 연구를 포함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JECFA가 현재 아스파탐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현행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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