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N 2023] 루메보크, 유전질환인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조기 공급 프로그램 통해 치료 분석 결과, 시력 상실 역전 효과 확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HON) 유전자치료제 '루메보크(lenadogene nolparvovec)'가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루메보크는 허가 전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통해 LHON 환자의 시력 상실을 역전시키는 호성적을 거뒀다. EAP에서 루메보크는 자발적 요청에 따라 제공됐다.

루메보크는 프랑스 제약사 젠사이트 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유전자치료제로, 이전 임상3상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개발사는 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산하 첨단치료위원회(CAT)와의 논의를 통해 허가 신청을 자발적으로 철회했다. 

루메보크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이번 연구는 임상연구에서 확인한 루메보크의 효능 및 안전성을 실제 진료현장에서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1~4일 헝가리에서 열린 유럽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EAN 2023)에서 공개됐다.

 

유일 치료제 '이데베논', 효과 크지 않고 근본적 치료제 아냐

LHON은 급격한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모계 유전질환이다. 망막 신경절세포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하며, 세포 손상 및 사멸을 초래한다.

이번 분석의 대상이 된 m.11778G>A MT-ND4 변이 LHON(MT-ND4-LHON)은 유럽 및 북아메리카 LHON 환자 4명 중 3명에게서 확인된다. 

가장 중증으로 LHON이 나타난 환자는 양측 눈에서 순차적 또는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면서 통증이 없는 시력 상실을 경험한다. LHON 발생 후 1년 이내에 약 97%에게서 양측 병변이 나타난다고 보고된다. 

LHON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 이데베논은 효과가 크지 않고 실명을 더디게 하지만 근본적 치료제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루메보크는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야생형 ND4 유전자(wild-type ND4 gene)를 망막 신경절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막에 직접 전달하는 치료제다. 이를 통해 돌연변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고 단백질 합성 및 에너지 생성 회복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에서 루메보크 관련 임상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유럽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EAN 2023) 전경. EAN 홈페이지 발췌.
▲유럽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EAN 2023) 전경. EAN 홈페이지 발췌.

2년 추적관찰 결과, 루메보크 투약 시 최대교정시력 개선

이번 분석은 루메보크를 투약한 MT-ND4-LHON 환자를 대상으로 루메보크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시행됐다.

2018년 8월~2022년 3월 EAP를 통해 루메보크를 투여한 MT-ND4-LHON 환자 63명에 분석에 포함됐다. 

환자군은 편측 또는 양측 유리체강내 주사로 루메보크를 각 눈에 9x1010 바이러스 게놈(viral genomes) 용량으로 투여받았다.

첫 주사 시 평균 나이는 33.7세였고 평균 유병 기간은 11.3년이었다. 10명 중 9명이 60세 이하였으며 77.8%가 남성이었다. 절반 이상인 55.6%가 프랑스인, 28.6%가 미국인이었다. 67%가 양측 눈에 치료를 받았다. 10명 중 8명(81%)은 이데베논 치료력이 있었다.

2년 추적관찰 결과, 루메보크 투약 시 최대교정시력(BCVA) 점수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든 90개 눈의 등록 당시 대비 치료 1년째 BCVA는 -0.45로그마(LogMAR)로, 차트상 시력개선지표(ETDRS) 기준으로 22.5글자 개선됐다.

같은 기간 양측에 치료받은 58개 눈은 평균 -0.49로그마, ETDRS 기준 24.5글자 좋아졌다. 편측 치료받은 32개 눈도 평균 각 -0.39로그마, 19.5글자 개선이 확인됐다.

전반적으로 치료받은 눈 64.4%가 최하점에서 0.3로그마 이상 개선됐다. EDTRS 기준 10글자 이상 향상으로 정의한 임상 관련 반응은 60%가 달성했다.

안전성 측면에서 42.9%가 한 번 이상의 안구 내 염증을 경험했고, 평균 155.8일 동안 지속됐다. 다만, 이 같은 모든 염증은 경구용 스테로이드 복용 없이 대다수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탈리아 IRCC 볼로냐 신경과 연구소 Chiara La Morgia 교수는 "이전 임상연구에서 확인한 효능 및 안전성을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입증했다"며 "치료에 따른 염증은 모두 경구용 스테로이드 복용 없이 국소 스테로이드만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었다. 또 대다수 염증 사례가 중증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승인 철회 이유…위약 주입한 눈도 호전?

한편 개발사는 지난 4월 EMA 허가 신청을 자발적으로 철회하며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추가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루메보크 허가 관련해 편측에만 주사한 환자에서도 양측 호전이 나타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3월 미국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 자신을 위약 대조군으로 설정해 한 쪽 눈에 루메보크를 투약하고 다른 쪽에 위약을 투약했을 때 위약을 주입한 눈에서도 시력이 개선됐다. RESCUE·REVERSE 등 연구에서도 루메보크를 주입하지 않는 눈에서 바이러스 벡터가 확인됐다. 

현재로서 치료제를 주입하지 않은 눈에서 바이러스 벡터가 확인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이번 연구팀 입장이다.

아울러 루메보크 단 한 번 주입만으로 효과를 보기에 충분한지 판단하려면 더 긴 추적관찰이 필요해 향후 장기간 임상연구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메보크 등 유전자 치료제의 효과가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루메보크를 진료현장에서 사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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