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평형의학회 김병건 회장(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국문학술지 '국제학술지화'
한일평형의학회→아시안 학술교류학회로 발전

▲대한평형의학회 김병건 신임회장(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평형의학회 김병건 신임회장(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어지럼 등 평형 관련 질환을 다루는 대한평형의학회가 국제학회로 도약하기 위한 속도를 낸다. 

대한평형의학회 김병건 신임회장(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기존 국문학술지의 국제학술지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일평형의학회를 아시안 학술교류학회로 발전시키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평형 관련 질환의 연구 역량을 강화해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평형의학회는 1999년 이비인후과, 신경과, 생리학과가 연합해 창립한, 다양한 원인에 의한 평형장애와 어지럼질환을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유일 학회다.

본지는 이번 달 대한평형의학회 제13대 회장에 취임한 김병건 신임회장을 만나 임기 동안 학회를 이끌 계획에 대해 들었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25년 6월까지 2년이다.]

 

바라니학회서 'AI와 전정재활 활용' 발표…국제적으로 선도 위치

김 회장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학회의 '국제화'다. 2016년 전정 관련 질환의 대표 학회인 바라니학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구축한 국제적 위상,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학회와의 MOU, 해외 연구자와의 교류 등을 통해 국제화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학술 측면에서는 국내 학회가 국제적으로도 선도적 위치에 섰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지난해 마드리드에서 열린 바라니학회 첫날 첫 세션으로 대한평형의학회가 단독 심포지엄을 마련한 점을 꼽았다. 심포지엄에서 국내 연자 4명이 '전정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 인공지능과 전정재활의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딥러닝으로 안구운동을 분석해 더 정확하게 전정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에 대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치료 측면에서는 전정장애 환자, 보행장애 환자 등이 가상현실에서 훈련받고 여러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소개했다"며 "선도적 주제에 대해 국내 연구자들이 단독으로 연구 성과와 비전을 제시해, 우리나라가 이제 국제적으로 선도적 위치에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국제학술지·아시아학술교류·평형교과서 등 위원회 새 구성

김 회장은 대한평형의학회의 국제화를 위해 국제학술지위원회, 아시아학술교류위원회, 평형교과서위원회 등을 새로 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학회로 나아가기 위한 학술활동을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다.

국제학술지위원회는 대학교수의 업적 평가 등으로 인해 국문학술지에 투고되는 논문 숫자가 적어 학술지 출판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위원회에서는 유사분야 학술지를 통합하고 국제 기준에 맞춰 출판 양식 표준화 및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전문 편집인 제도를 도입해, 기존 국문학술지인 'Research in Vestibular Science'를 국제학술지로 발간할 계획이다. 위원장은 서울아산병원 박홍주 교수(이비인후과)가 맡는다.

그는 "이번 달에 본 학회 국문학술지를 국제학술지화 하기 위한 임원 워크숍을 개최한다"며 "국문학술지는 보편적 질환을 다룬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세계적 주도권을 잡으려면 회원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국문학술지를 국제학술지화하는 것이 본 학회의 가장 큰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평형의학회 김병건 신임회장(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평형의학회 김병건 신임회장(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아시아학술교류위원회 목표는 한일평형의학회를 아시안 학술교류학회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위원장은 전임 학회장인 인하대병원 김규성 교수(이비인후과)다. 

그는 "한일평형의학회는 오랜 기간 교류가 있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동안 중단됐던 한일평형의학회가 10월 일본 니키타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라며 "양국 간 정기적 교류를 공식화하는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향후 아시아 학회로 발전시킬 것"이이라고 밝혔다.

평형교과서위원회에서는 지난 10년 간 변화된 평형 관련 질환에 대한 내용을 담아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고대 구로병원 채성원 교수(이비인후과)가 맡는다. 

그는 "평형교과서 2판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지럼이나 평형 관련 질환에 대한 바리니학회의 질환분류 및 진단기준이 제정됐고, 전정 관련 질환 진단이나 전정재활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있었다"며 "이 같은 변화를 담아 전면 개정판으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확한 정보 전달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 추진

김 회장은 학회 국제화를 진행하면서 평형 관련 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에게 평형 관련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평형 관련 질환은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하다 보니 치료가 잘되지 않는다. 또 증상이 흔하지만 진단이 어렵고 만성 경과를 갖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에 잘못된 정보가 많다"며 "그동안 학회 자체에서 진행하는 대국민 홍보활동은 부족했다. 향후 국민에게 어지럼의 다양한 원인질환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국민 홍보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어지럼이나 평형장애 분야는 환자가 많고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연구에 대한 국가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이 꼽은 국가연구비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평형 관련 질환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다. 예로 환자가 어지럼을 느껴 응급실에 방문하면 어지럼 원인인 눈떨림(안진) 증상은 없어진다. 눈떨림 증상이 나타난 시기를 놓치면 진단이 어렵다. 하지만 눈떨림이 나타났을 때 이를 휴대전화로 즉시 촬영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진단에 용이하다는 게 김 회장 설명이다. 

그는 "어지럼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 순간을 놓치면 진단이 어려워진다. 환자 본인이 증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눈떨림 증상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연구비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국가연구비가 지원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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