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약제특성 근거해 치료전략 구사
▵Cardio·renalcentric ▵Glucosecentric Approaches 양분
ASCVD·HF·CKD 동반시 SGLT2i·GLP-1RA 1차치료 가능

대한당뇨병학회 측이 최근 2023년판 당뇨병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2년 주기로 진료지침을 개정·업데이트하고 있는 당뇨병학회는 심혈관·심장·신장질환 관련 새로운 임상연구 결과를 대거 반영해 기존과 비교해 더 진보된 약물치료 알고리듬을 제시하고 있다. 진료지침의 알고리듬은 환자의 임상특성과 약제특성에 근거한 혈당강하제 선택전략을 안내하고 있다.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로드맵이 구성돼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2023 당뇨병 진료지침 제8판’의 약물치료 권고안과 알고리듬을 중심으로 혈당강하제 선택전략을 집중분석했다.

1. 약물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진료지침 권고안의 답변을 보면, 2형당뇨병 치료에 있어 혈당강하제 선택의 로드맵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권고안은 이에 대해 “약물선택 시 △동반질환(심부전-HF,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만성신장질환-CKD) 여부 △혈당강하 효과 △체중에 대한 효과 △저혈당 위험도 △부작용 △치료 수용성 △연령 △환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 △비용 등을 고려한다(전문가의견, 일반적권고)”고 답변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하는 사항은 동반질환·연령과 같은 환자의 임상특성에 더해 혈당강하·체중·저혈당·부작용 등 약제특성 부분이다.

해당 권고안은 2형당뇨병 치료에 있어 ‘환자 중심 접근법(patients-centered approach)’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다. 맞춤형(tailored medicine) 또는 개별화(individualization) 치료라고도 불리는 환자 중심 접근법은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개별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각각의 임상특성에 적합한 기전과 혜택을 갖춘 약물치료 전략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3 진료지침의 전체 내용도 이 모토(motto)를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지침의 약물치료 알고리듬 역시 환자의 임상특성 및 약제특성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으로 혈당강하제 선택을 안내하고 있다.

2. 심각한 고혈당과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이 동반돼 있는가?

약물치료 알고리듬이 2형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혈당수치, 즉 고혈당의 중증도 상황이다. 권고안은 이에 대해 “심각한 고혈당(당화혈색소-A1C >9.0%)과 함께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다음, 다뇨, 체중감소 등)이 동반된 경우 인슐린 치료를 시행한다(전문가의견, 일반적권고)”며 환자의 임상특성이 중증 고혈당에 해당할 경우 인슐린 치료로 직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뇨병 진단 환자를 진료하는 것인 만큼, 치료전략을 입안하는데 환자의 혈당수치를 근거로 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즉 A1C가 9% 이상 중증의 고혈당이라면 강력한 혈당강하 효과를 즉각 담보할 수 있는 치료전략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3. ASCVD, HF, CKD가 동반돼 있는가?

알고리듬에 따르면, 중증의 고혈당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동반질환 유무에 관한 질문이 이어진다. 바로 이 대목이 최근 가이드라인에서 강조되고 있는 SGLT-2억제제(SGLT-2i)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GLP-1RA) 계열 혈당강하제가 등장하는 시점이다.

두 계열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CVOT(심혈관 아웃컴 임상연구, cardiovascular outcome trials)에서 ASCVD·HF·CKD 개선혜택이 입증됨에 따라, 동반질환 또는 합병증 여부가 치료 초기단계에서부터 약제선택 기준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 가지 합병증 중 하나 이상을 동반했거나 고위험군인 환자들에게 SGLT-2i 또는 GLP-1RA를 1차치료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변화된 권고안이 제시됐다.

권고안에는 우선 “심부전을 동반한 경우 심부전 이익(혜택)이 입증된 SGLT-2i를 A1C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무작위대조연구, 일반적권고)”고 언급돼 있다. 다파글리플로진의 DAPA-HF·DELIVER 또는 엠파글리플로진의 EMPEROR-Reduced·EMPEROR-Preserved 등 주요 임상결과를 반영한 결정이다.

CKD와 관련해서는 “알부민뇨가 있거나 추정사구체여과율(eGFR)이 감소한 경우 신장 이익(혜택)이 입증된 SGLT-2i를 A1C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무작위대조연구, 일반적권고)”는 권고안이 자리하고 있다. 다파글리플로진 또는 엠파글리플로진의 신장질환 혜택을 입증한 CVOT를 반영한 결과다.

여기에 더해 “ASCVD를 동반한 경우 심혈관 이익(혜택)이 입증된 GLP-1RA 혹은 SGLT-2i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한다(무작위대조연구, 일반적권고)”는 내용의 권고안도 이어졌다. 이상을 종합하면 2형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동반질환 또는 합병증 여부 등 임상특성을 먼저 파악하고, ASCVD·HF·CKD 등이 동반된 경우 해당 합병증의 개선혜택이 입증된 혈당강하제를 1차치료에 우선 적용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4. A1C가 7.5% 이상이거나 목표치보다 1.5% 이상 높은가?

2023 진료지침에서 약물치료 권고안 또는 알고리듬의 가장 큰 변화는 환자의 동반질환 여부를 파악해 치료 초기단계에서부터 이에 적합한 계열약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대목이다. 즉 ASCVD·HF·CK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을 가려내고 이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1차치료제를 적용하라는 것인데, 전체 당뇨병 환자군에서 이러한 임상특성을 나타내는 경우는 30~4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ASCVD·HF·CK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이 아닌 2형당뇨병 환자그룹에게는 기존의 치료전략을 유지해 적용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Cardio·renal-centric approach와는 별개의 Glucose-centric approach라고 칭한다. 즉, 말그대로 혈당조절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알고리듬에서는 ASCVD·HF·CKD 등이 동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2형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수치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이에 대해 권고안은 “혈당조절 실패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진단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무작위대조연구, 제한적권고), 목표 A1C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기존 약물의 증량 또는 다른 계열 약물과의 병용요법을 조속히 시행한다(무작위대조연구, 일반적권고)”는 답을 주고 있다.

알고리듬에서는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A1C가 7.5% 이상이거나 목표치보다 1.5% 높은 환자들은 바로 혈당강하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의 환자들은 기존과 같이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을 1차선택제로 처방해 치료를 진행하면 된다.

미국의 선례

대한당뇨병학회의 2023 당뇨병 진료지침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진료지침의 변화된 권고안 상당수가 북미나 유럽 등의 서양인 대상 임상연구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매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 발표해 왔다. 약물치료 알고리듬의 경우 심혈관질환·심부전·신장질환 병력 또는 위험인자의 여부·혈당수치·체중변화·저혈당증 위험 등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한 후에 이를 잘 치료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춘 약제들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혈당강하제의 선택에 있어 환자 임상특성과 약제특성이 큰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ADA의 2023년 알고리듬은 1차치료제 선택에 대한 언급 없이 치료목표에 따른 혈당강하제 선택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알고리듬에서는 2022년판의 상단부에 배치됐던 문구가 “건강한 식생활습관, 당뇨병 자가관리 교육”이라는 슬로건으로 대체되고, 그 하단에 두 갈래의 치료목표를 제시해 이에 따른 약제선택을 주문하고 있다.

알고리듬을 두 획으로 나누며 펼쳐져 있는 두 갈래의 치료목표는 바로 △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와 △혈당·체중조절이다. 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를 위해서는 SGLT-2i와 GLP-1RA가, 혈당·체중조절을 위해서는 메트포르민을 비롯한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알고리듬의 왼편을 차지하고 있는 치료목표는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료목표의 한 축으로 “목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라는 문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심혈관질환·심부전·신장질환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2형당뇨병 환자일 경우 심장·신장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혈당강하제를 선택하라는 의미다.

특히 알고리듬 하단부의 부연설명란에는 “심혈관질환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 심부전·만성신장질환 환자에서 SGLT-2i또는 GLP-1RA의 선택은 메트포르민 사용 여부와는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감소를 치료목표로 하는 당뇨병 환자그룹에서 메트포르민 1차치료와 관계없이 이들 두 계열의 약제를 첫치료로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알고리듬의 오른쪽에 포진하고 있는 치료목표는 ‘혈당과 체중조절’이 핵심이다. 심장·신장질환 비병력자 또는 비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혈당과 비만을 관리하라는 의미로 “목표: 혈당과 체중관리 목표치의 달성 및 유지”라는 문구가 배치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는 전체의 3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혜택 혈당강하제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계열약제들의 특성을 살려 2형당뇨병을 치료하고자 혈당과 체중조절에 힘을 실은 모습이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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