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유럽, 초고위험군 55mg/dL 미만조절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19.2%로 과거에 이어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성인인구 4명 중 1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2013~2018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LDL콜레스테롤(LDL-C) 병태가 심각한 보건문제로 자리하면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목표치 설정과 약물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LDL-C 조절 목표치가 지난 10년간 계속 하향조정되면서 큰 변화를 보여 온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심혈관질환 병력자에 해당하는 초고위험군에서 목표치가 100 → 70 → 55mg/dL 미만까지 하향세를 반복하면서 강력한 지질치료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LDL 이론

LDL-C 조절 목표치의 하향국면은 ‘LDL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LDL 이론’은 지난 2017년 보고된 유럽동맥경화학회(EAS)의 전문가 합의성명을 통해 가설에서 통설로 역전되며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 EAS는 European Heart Journal 2017에 성명을 발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LDL-C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의 인과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AS는 연구검토에 근거해 “ASCVD의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LDL-C가 원인인자라는 강력하고 일관된 근거가 있다”며 “LDL-C를 낮출수록 임상혜택은 더 커진다”고 밝혔다. 또 “LDL-C 감소 정도에 따라 심혈관질환 상대위험도와 절대위험도 감소가 모두 달라진다”며 강하의 폭이 클수록 심혈관 임상혜택도 커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내분비학계

같은 해 ‘LDL 이론’의 상승세에 힘을 실어준 것은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였다. 미국 내분비학계가 새로운 지질 가이드라인을 발표, 기존 LDL-C 목표치로도 심혈관질환 예방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즉 심혈관질환 위험이 극에 달한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지질치료를 주문하고 나섰다.

AACE는 지난 2017년 미국내분비학회(ACE)와 공동으로 ‘이상지질혈증 관리와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먼저 ACC·AHA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과 달리 지질 목표치를 명시했다. 심혈관질환 병력과 위험인자에 따라 ASCVD 위험도를 저·중·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위험군에 적합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제시했다.

Extreme Risk

AACE 가이드라인의 ASCVD 위험도에 따르면, 저위험군(low risk)·중위험군(moderate risk)에 이어 고위험군(high risk)·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의 분류에 극위험군(extreme risk)이라는 최상위 등급이 신설됐다. 극위험군은 LDL-C 70mg/dL 미만 달성 후에도 불안정형 협심증을 포함한 진행성 ASCVD를 겪고 있는 환자그룹이다.

여기에 당뇨병, 만성신장질환(CKD) 3·4기, 이형접합형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동반 심혈관질환 환자와 ASCVD 조기 발병력(남성 55세 미만, 여성 65세 미만)의 환자그룹도 극위험군에 속한다.

AACE는 이 대목에서 ‘LDL 이론’을 차용해 역대 가장 파격적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진보를 시험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C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하고 이를 극한의 목표치로 제시한 반면, AACE는 초고위험군 위에 극위험군을 추가하고 이들에게 55mg/dL 미만까지 LDL-C를 낮추라고 권고했다.

AACE는 이와 관련해 “ASCVD 극위험군 환자에서 고용량 스타틴 집중치료 또는 스타틴 + 에제티미브나 PCSK9억제제 병용을 통해 LDL-C를 더 낮추고 55mg/dL 미만 목표치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LDL-C를 55mg/dL 미만까지 조절하도록 권고한 것은 이상지질혈증 치료 이래 AACE가 처음이다.

유럽 심장학계

유럽심장학회(ESC)와 동맥경화학회(EAS)는 지난 2021년 새로운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 이전보다 강한 LDL-C 조절을 주문했다. 역시 전에 없던 목표치가 등장한 것이 새롭다. 전반적으로는 초고·고·중등도 등 각각의 심혈관질환(CVD) 위험군에서 이전보다 낮은 LDL-C 목표치를 권고하고 있다. 전체 LDL-C 조절의 판도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ESC·EAS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의 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에서 2차예방을 위해 LDL-C를 기저치의 50% 이상 그리고(and) 55mg/dL 미만까지 조절하도록 권고한다(Class I, Level A)”고 밝혔다. 2016년 유럽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전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에서 초고위험군에게 LDL-C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가이드라인에서 주목을 끈 대목은 LDL-C 40mg/dL이 언급된 부분이다. ESC·EAS는 권고안을 통해 “스타틴 기반요법 최대내약용량 치료에도 불구하고 2년 이내에 두 번째 혈관질환을 경험한 ASCVD 환자의 경우, LDL-C 40mg/dL 미만 목표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IIb, B)”고 언급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와 같이 전세계적인 LDL-C 목표치 강화기조를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 반영했다. 그 중에서도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적용한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학회는 “△관상동맥질환 △당뇨병(표적장기손상이나 3개 이상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경우) 환자군을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으로 보고 이들에게 LDL-C 55mg/dL 미만과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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