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김지은·강미라 연구팀, 새 명칭 및 감별진단 기준 제시

▲이풍렬 교수(소화기내과), 김지은 교수(소화기내과), 강미라 교수(건강의학본부)
▲이풍렬 교수(소화기내과), 김지은 교수(소화기내과), 강미라 교수(건강의학본부)

[메디칼업저버 강수경 기자] 반복적으로 극심한 복통을 일으키는데도 진단이 어려운 정중궁인대증후군(Median arcuate ligament syndrome, MALS)을 발병 기전에 따라 보다 직관적인 ‘호두까기복통(nutcracker ganglion abdominal pain syndrome)’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이풍렬·김지은 교수(소화기내과), 강미라 교수(건강의학본부) 연구팀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 최근호에 정중궁인대증후군의 새 명칭과 감별진단 기준을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정중궁인대증후군는 복부 상부의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아치 모양으로 가로지르면서 복강신경절을 누르는 탓에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호두까기복통이 있는 경우(오른쪽) 정상인 왼쪽과 달리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Celiac Trunk)을 가로지르며 복강신경절을 눌러 통증을 유발한다.
호두까기복통이 있는 경우(오른쪽) 정상인 왼쪽과 달리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Celiac Trunk)을 가로지르며 복강신경절을 눌러 통증을 유발한다.

정중궁인대증후군은 복강 내 주요 장기가 몰려 있어 다른 병과 헷갈리기 쉽고 흔한 병이 아니라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원인을 몰라 극심한 복통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데도 통증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기도 하며, 증상에 맞춰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어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질환 인지도를 개선해야 진단이 수월해질 것이라 판단, 정중궁인대증후군의 이름을 호두까기복통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호두까기복통은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감싼 모양이 호두를 누르는 호두까기와 비슷해 붙인 이름으로, 질환 발병 특징을 병명에 담아 환자나 의료진이 질환을 인지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연구팀은 기존에 호두까기복통을 확진할 표준진단법이 없는 만큼, 새 감별진단법도 발표했다. 

호두까기복통은 호흡에 따라 횡격막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며, 호흡과 자세 변화에 따라 통증 강도가 변하고 식사나 배변과 상관없이 통증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임상적 특징과 영상검사에서 나타난 생리적 특징을 종합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원인불명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새 진단기준을 적용했고 의심 정도에 따라 그룹을 분류했다. 

연구팀은 호두까기복통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혈관조영 CT검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호두까기복통으로 최종 진단해 감별진단법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전향적 연구를 준비 중이며, 원인불명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호두까기 복통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감별진단법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호두까기복통은 드문 질환이지만 복통 원인이 확실치 않다면 논문에서 제시한 감별진단 기준을 참고해 호두까기복통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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