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오픈 이노베이션 모범 사례...기술 도입-제품화-빅파마 협업
유한양행, 원천기술 확보 박차...다음 타깃은 mRNA, 마이크로바이옴
대웅·종근당·보령 등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보 진행 중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모범사례로 여겨지는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뒤를 잇기 위한 국내 제약업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의 핫 키워드 중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 국한되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혁신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 내부에서만 진행하는 연구개발(R&D) 활동을 외부로 적극 확장해, 자원 투입과 시간을 절약하고 그 기술을 또 다른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선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이 유한양행 렉라자다.

유한양행은 2015년 7월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1조 4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렉라자는 얀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해당 병용요법은 현재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허가받으며 단일제로도 상용화에도 성공했으며, 현재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서도 유효성을 입증해 회사 측은 올해 허가 변경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렉라자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유한양행, 오픈 이노베이션 다음 타깃은 '원천기술' 확보

이에 유한양행은 제2, 제3의 렉라자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주된 타깃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마이크로바이옴, 지질나노입자(LNP) 등이다.

회사 측은 해당 기술로 신규 항암제 파이프라인 가능성을 확인 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유한양행은 이화여대, 미국 신시내티대학 연구팀과 각각 mRNA와 LNP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확보하는 원천기술을 활용해 mRNA, LNP 치료제의 전임상 및 임상개발을 통해 사업화에 나선다.

이번 오픈 이노베이션은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mRNA, LNP 등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은 치료제뿐만 아니라 백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서 추후 상용화까지 성공하면 새로운 기전의 신약 탄생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의 가능성도 확인한다. 회사 측은 지난해 9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전문 기업 에이투젠의 지분을 인수했다.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9.9%를 확보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의미한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제2의 유전체'라고도 불릴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별도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유한양행은 에이투젠뿐만 아니라 메디오젠, 지아이바이옴에도 투자했다. 메디오젠은 질 환경개선과 혈당조절, 지방분화, 구강, 간 기능성 향상 특화된 균주를 개발하고 있다. 지아이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한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위무력증 치료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등도 해외 파트너사를 통해 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대웅∙종근당∙보령,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보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채택

유한양행 외에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제약업계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회사 중 하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세포 유전자 치료제·항체,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및 플랫폼 기술, 특화 제제 및 약물전달 플랫폼, 줄기세포, 디지털 치료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1년 대웅제약은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벤처 넥스아이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섰다. 

넥스아이는 독자적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신생 바이오벤처로, 면역치료법을 사용할 수 없거나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환자 대상 단독 또는 기존 면역치료제와 병용요법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한다. 

종근당은 최근 유망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섰다. 이번달 초 종근당은 네덜란드 시나픽스(Synaffix B.V)와 ADC 플랫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종근당은 자사가 개발하는 항체와 시나픽스의 ADC 플랫폼 기술을 접목시켜 ADC 기반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보령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항암제 개발 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2월 보령은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와 나노입자 항암제 'SNB-101'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해 8월에는 메콕스큐어메드와 경구용, 나노 항암제 공동개발에 나섰다.  

한독은 에이비엘바이오, 컴패스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이중항체플랫폼을 활용한 차세대 항암 치료제 'ABL001(CTX-009)'를 개발 중이다. 

ABL0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항암제다. 현재는 한독이 에이비엘바이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국내 임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판매권은 미국 컴패스테라퓨틱스가 갖고 있다.

지난달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3)에서 ABL001은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살펴본 임상2상 결과, 객관적반응율(ORR) 37.5%를 기록하며 상용화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