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연구회 장재영 회장(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알코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재영 교수(소화기내과)
알코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재영 교수(소화기내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최근 간질환을 연구하는 의사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성 간질환의 급성 악화에 따른 간부전(Acute-on-chronic liver failure, ACLF)'. 

ACLF는 간경변을 포함한 만성간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급성으로 악화되는 경과를 가지며, 흔히 다발성 장기부전을 동반해 단기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질병의 경과가 가역적이라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고, 간질환의 원인과 유발요인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질병이다.

하지만 아직 ACLF는 미지의 영역이라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간학회 산하 알코올연구회에서도 ACLF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간학회 정책이사이면서 알코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재영 교수(소화기내과)를 만나 ACLF 연구 동향에 대해 알아봤다.

-세계적으로 ACLF 진단 기준이 정립돼 있는지 궁금하다. 

ACLF는 단기 사망률이 높아 비대상성 간경변 악화 또는 말기 간 질환의 악화와는 다른 질환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아직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ACLF를 진단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을 겪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간학회 ACLF 컨소시움(AARC)과 유럽 간학회 CLIF 컨소시움(EASL CLIF-C)의 정의가 각각 다르다. 

- 두 기관의 정의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AARC은 기저 간질환으로서 간경변증이 동반되지 않은 만성간질환을 포함했지만, 이전에 황달, 복수, 간성뇌증 등의 급성악화를 경험한 비대상성 간경변은 기준에서 제외했다. 이에 반해 EASL CLIF-C는 비대상성 간경변을 포함한 간경변만을 대상으로 간경변이 없는 만성간질환은 제외했다. 

또 황달 및 응고장애와 더불어 발생하는 복수 또는 간성뇌증 등 간부전에 초점을 두고 있는 AARC와 달리 EASL CLIF-C는 황달, 응고장애, 간성뇌증 등이 없어도 단일 장기부전으로 신부전이 있는 경우 ACLF로 정의했다. 

AARC의 정의는 CLIF-C의 정의에 비해 실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어 ACLF 진단에 용이하지만, AARC의 정의로는 환자의 위험도를 구분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없다.

또 간경변이 없는 만성간질환이 포함돼 급성간부전과의 감별을 위해 흔히 간 조직검사를 요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외에도 급성손상, 유발요인, 감염 등의 항목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내 데이터 쌓기 위해 '전향적-KACLiF 연구' 진행 중 

- 알코올연구회에서도 ACLF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AARC와 EASL CLIF-C의 정의가 다르고, 진단 기준도 다르다. 그래서 알코올연구회에서도 우리나라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코호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향적-KACLiF 연구'인데, AARC와 EASL CLIF-C 기준이 우리나라에 적합한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송도선 교수가 주축이 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1500명 정도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이 코호트에서 앞으로 좋은 연구가 많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대한알코올연구회 장재영 회장 
대한알코올연구회 장재영 회장 

- 알코올성 간질환 가이드라인은 2013년 이후 업데이트된 것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현재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지만 펜톡시필린(pentoxifyline)을 제외하는 것 말고는 특별하게 개정할 내용이 없어서다.

2015년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펜톡시필린은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하지 못하고 사망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알코올연구회에서 역점을 두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2009년 알코올과 간질환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이 모여 알코올연구회를 만들었다. 주로 임상연구에 포커스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전향적-KACLiF 연구가 중심이고, 최근까지 알코올성 간염에 스테로이드 치료 시 백혈구 증가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이 연구는 중단한 상태다. 

음주 폐해를 알리기 위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과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음주 정책에 대한 정부와 논의를 하기도 한다.

연구회가 주류 접근성을 제한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태도는 미온적이다. 정부가 금연 정책을 대하는 태도와 온도 차가 너무 커 의아하다.

간학회 차원에서 알코올이 간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홍보 등을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정부가 나서서 음주 폐해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 간학회 차원에서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C형 간염 검사를 도입하기 위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질병관리청이 대한간학회에 요청해 진행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연구 및 선별검진의 사후관리방안' 용역 보고서를 이미 공개했다.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것 등 정부가 요구한 5개 항목을 모두 충족했지만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56~65세 환자를 대상으로 4500원 정도면 검진을 진행할 수 있고, 진단 키트를 사용하면 4000원이면 충분하다. 대략 30억이면 충분한 비용임에도 정부는 미온적이다.

C형간염은 조기에 진단해 8-12주 치료를 하면 98% 이상 완치에 도달할 수 있고, 치료제도 있어 국가 검진 항목에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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