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백병원 정형외과 박대현 교수

부산백병원 정형외과 박대현 교수
부산백병원 정형외과 박대현 교수

- 정형외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물은 무엇인가?
정형외과 의사로서 외래 진료 시 가장 빈번하게 처방하는 약물 중 하나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 NSAID)이다.

전공의 시절부터 관절염 혹은 척추관 협착증 같은 퇴행성 질환뿐만 아니라 외상 환자나 강직성 척추염 같은 염증성 질환 환자에게 NSAID를 사용하여 통증 및 염증 조절을 해왔다. NSAID는 근골격계 통증에 1차 약물로 교과서 및 많은 문헌에서 추천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 NSAID 처방 시 부작용과 관련해 어떤 점을 고려하는가?
전문의 취득 후 진료과에 따라 통증 조절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내과 전문의가 NSAID 부작용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처방에 좀 더 주의를 기하게 되었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NSAID 작용 기전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각각의 NSAID 약물에 대한 공부는 부족했다는 점을 반성했다. 

Aspirin을 비롯한 비선택적 NSAID는 기전상 COX-1과 COX-2를 모두 비선택적으로 억제해 항혈소판 작용이 발생하고 위 점막 보호를 저해해 위장관계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적 COX-2 억제제가 개발되었고, celecoxib가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NSAID로 자리매김하였다. 문헌상으로도 선택적 COX-2 억제제의 위장관계 합병증 발생 감소는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었고, 위장관계 고위험군 환자에서 가장 먼저 추천되고 있다. 

하지만 선택적 COX-2 억제제는 혈전 유발의 잠재성이 있고, 혈소판응집(platelet aggregation)을 도모하여 심혈관계 위험성이 있다. 미국심장협회뿐만 아니라 FDA에서도 협심증,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 과거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심혈관계 위험은 정형외과 의사에겐 상당히 위험한 합병증으로 여겨진다. 

또한 최근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NSAID 처방 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은 동반질환이다. 심혈관계 질환의 과거력이나 가족력이 뚜렷한 환자 혹은 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선택적 COX-2 억제제 대신 비선택적 NSAID를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반드시 위장관계 보호약물을 함께 처방해야 한다. 

- NSAID의 위장관계 부작용에 대한 대처는?
NSAID 처방 시 위장관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misoprostol, H2 차단제 또는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가 많이 처방되어 왔다. NSAID를 지속하는 경우 misoprostol은 PPI에 비해 위장관 보호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H2 차단제는 PPI에 비해 효과가 낮고 배출(withdrawal)이 빠르다는 단점이 있는데, ranitidine은 3년 전 암 발생 위험성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PPI는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어 상부위장관계 부작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약물로 국내외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NSAID 처방 시 병용 처방되어야 하는 위장관계 보호약물로 추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혈관계 위험성이 가장 낮은 naproxen과 PPI 복합제가 개발되어 시판되었다. 

NSAID의 위장관계 부작용이 널리 알려져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지만 2010년 대한정형외과 슬관절학회지에서는 NSAID 복용 환자 중 약 35%만이 위장관계 보호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제가 2019년 CiOS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전국 40개 병원의 환자 약 2,800명 중 약 62%만이 NSAID와 위장관계 보호약물을 함께 복용한다고 조사되었다. 10여년 동안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한 실정으로 보인다. 

- PPI 처방 시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Esomeprazole 20 ㎎ 1일 2회 복약처방은 내시경 소견 없이 K29.1 코드 입력만으로 급여 적용이 가능하여 손쉽게 처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PPI 장기 복용이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대표적으로 위장관계 감염, carcinoid tumor 발생, 비타민 B12 흡수 장애가 있고 드물게는 치매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골다공증을 악화시켜 고관절 부위에서 골다공증성 골절을 야기하는 것이 보고되었고, 이러한 문헌들을 바탕으로 많은 정형외과 의사들이 PPI의 골절 위험성 증가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 PPI 대비 P-CAB의 임상적 이점은 무엇인가?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는 PPI 대비 작용기전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첫째, PPI는 전환(conversion)이 되어야 약물 효과를 나타내므로 식전 복용이 원칙이다. 고령 환자는 많은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PPI만 식전에 복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PPI를 식후에 복용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P-CAB의 경우 이러한 염려 없이 다른 약물과 함께 식후 복용이 가능하다.

둘째, PPI는 최고 약물 효과를 나타내는데 약 3-5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P-CAB은 첫 복용만으로도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 야간 위산 돌파(nocturnal acid breakthrough)가 적다는 것이다. PPI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녁에 H2 차단제를 병용 처방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추천되지 않고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P-CAB은 야간 증상이 PPI 대비 훨씬 덜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P-CAB은 아직까지 뚜렷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이는 강력한 위장관 보호제인 P-CAB을 선호하는 주요 이유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P-CAB은 하루 한 알 복용으로 동반질환이 많은 노인에서 약물 개수를 줄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정형외과 의사로서 근골격계 통증 조절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NSAID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NSAID의 발전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비선택적 NSAID의 가장 큰 약점인 위장관계 합병증 발생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다.

P-CAB은 다른 위장관계 보호약물보다 효과 면에서 우수하고, PPI 대비 복용 장점이 많아 NSAID 처방 시 병용할 수 있는 위장관 보호제로 우선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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