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오라메드, ORMD-0801 임상3상 '실패' 탑라인 결과 발표
2019년 노보노디스크, 임상2상 긍정적임에도 상용화 포기
영남대병원 문준성 교수 "경구용 인슐린 최적 용량·투약 시간 등 연구해야 개발 성공할 것"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주사 시대를 끝낼 먹는 인슐린 개발은 꿈으로 끝나게 될까. 

경구용 인슐린 개발에 나섰던 제약사들이 임상 실패 또는 개발 포기 등을 선언하면서 바늘 고통이 없는 먹는 인슐린 시대가 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  제약회사 오라메드는 경구용 인슐린 'ORMD-0801'의 임상3상 실패 소식을 알렸다. 그동안 연구 결과들이 긍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임상3상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앞서 노보노디스크가 경구용 인슐린 개발에 나섰지만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을 중단한 데 이어, 장밋빛 전망이 예상됐던 ORMD-0801도 유효성 달성에 실패하면서 먹는 인슐린 등장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ORMD-0801, 위약 대비 당화혈색소 변화 차이 없어

오라메드는 ORA-D-013-1로 명명된 ORMD-0801 임상3상이 1차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탑라인 결과를 1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다기관 연구로 디자인된 임상3상에는 2~3가지 경구용 항당뇨병제로 혈당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 710명이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은 ORMD-0801 8mg 1일 1회 또는 1일 2회 치료군과 위약 1일 1회 또는 1일 2회 치료군에 2:2:1:1 비율로 무작위 배정됐다. 21일 동안 스크리닝 기간을 가진 이후 26주간 치료를 진행했다.

탑라인 결과, 1차 목표점인 등록 당시 대비 26주째 당화혈색소 변화는 ORMD-0801 치료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의미 있게 다르지 않았다. 2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등록 당시 대비 26주째 평균 공복혈당 변화도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중증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라메드는 당뇨병 환자가 쉽게 인슐린 치료를 진행해 혈당을 조절하고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도록, pH와 프로테아제로부터 인슐린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해 왔다.

2020년 발표된 임상2b상 결과,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는 ORMD-0801 8mg을 1일 1회 또는 1일 2회 복용 시 당화혈색소가 등록 당시 대비 12주째 모두 0.95% 감소했다. 위약군의 당화혈색소 변화를 보정해 비교하면 각 0.81%와 0.82% 더 조절됐다. 약물 관련 이상반응, 저혈당, 체중 증가는 없었다.

기존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었던 만큼 이번 임상3상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게 오라메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오라메드는 경구용 인슐린 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라메드 Nadav Kidron 최고경영자는 "이전 긍정적 결과를 고려하면 이번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 향후 계획에 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 개발이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며 "추후 연구 전체 데이터와 계획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남대병원 문준성 교수(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오라메드 임상3상 탑라인 결과는 인슐린을 먹는 것만으로 혈당이 효과적으로 조절될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준다"며 "혈당 변화를 확인하면서 인슐린을 적절하게 투약해야 인슐린의 약동학적 변화에 따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슐린은 치료 용량뿐 아니라 투약 시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인슐린 주사제는 용량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구용은 고정돼 있다"면서 "임상연구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고정된 치료 용량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오라메드 경구용 인슐린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한 메디콕스는 오라메드가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 상용화와 발전 방안 등을 오라메드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보노디스크 'I338' 효과 있으나 상업성 없어 개발 중단

경구용 인슐린은 동물 대상의 전임상연구에서 긍정적 성과를 얻었지만, 개발 비용 등 문제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까지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효과를 입증했을지라도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최종 상용화까지 이르지 못한 후보물질도 있다. 

2019년 노보노디스크는 인슐린 투약 경험이 없는 2형 당뇨병 환자에서 경구용 인슐린 'I338(Oral insulin 338)'이 주사로 투약하는 인슐린 글라진과 유사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2형 당뇨병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8주째 공복혈당 수치를 비교한 결과, I338 치료군은 7.1mmol/L, 인슐린 주사제군은 6.8mmol/L로 두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이상반응 발생률도 I338군 15명(60%), 인슐린 주사제군 17명(68%)으로 유사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에도 개발사는 I338을 개발하려면 고용량 인슐린을 사용해야 해, 대량 생산하기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최종 개발을 중단했다. 

"경구용 필요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론 개발 어려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경구용 인슐린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학계는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제에 대한 불편함과 부담을 덜고, 쉽고 안전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경구용 인슐린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교수는 "경구용 인슐린은 당뇨병 환자의 치료 편의성을 위해 필요하다"며 "경구용 인슐린의 최적 용량과 투약 시간 등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경구용 인슐린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개발될지라도 주사제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에 비춰보면, 당분간은 경구용 인슐린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며 "체내에서 인슐린 활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전달하는 과정에서 효과가 얼마나 보존될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구용 인슐린 개발된다면, 주사제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단 보조 수준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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