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인슐린 임상3상 진행 중…주 1회 투여 기저 인슐린 개발 긍정적
몸에 붙이는 인슐린 펌프+연속혈당측정기 센서=인공췌장 기대감↑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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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학계와 산업계는 인슐린 주사의 한계를 해결하고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인슐린 제형 또는 투여를 돕는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주사에 대한 거부감을 해결한 경구제가 상업화되거나 사용 편의성을 높인 의료기기가 등장한다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치료 장벽을 낮출 것이란 기대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인슐린이 미래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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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시대 끝나고 '먹는' 시대 열릴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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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산업계는 인슐린을 '주사'하는 시대를 끝내고 '먹는' 시대를 열기 위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구제는 의약품을 전달하는 가장 간단하면서 최소 침습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단백질 성분인 인슐린을 경구제로 복용하면 위산으로 인해 음식물이 소화되듯 분해된다는 문제가 있다.

학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수십 년 동안 연구했다. 제안되는 새로운 접근법은 대표적으로 작은 형태로 만든 인슐린 주사를 캡슐에 여러 개 넣어, 캡슐을 먹으면 인슐린을 위까지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Science 2019;363(6427):611~615). 

캡슐이 위산에 녹으면 그 안에 있던 인슐린 주사가 위에 자리 잡아 인슐린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스스로 자리 잡는 밀리미터 크기의 투약기(self-orienting millimeter-scale applicator)'라고 명명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제약회사 오라메드(Oramed)사는 경구용 인슐린 'ORMD-0801'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임상2b상 결과,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는 ORMD-0801 8mg을 1일 1회 또는 1일 2회 복용 시 당화혈색소가 등록 당시 대비 모두 0.95% 감소했다. 위약군의 당화혈색소 변화를 보정해 비교하면 각 0.81%와 0.82% 더 조절됐다. 약물 관련 이상반응, 저혈당, 체중 증가는 없었다. 

이를 근거로 오라메드사는 두 가지 임상3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임상3상의 탑라인 결과는 2022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상업성은 경구용 인슐린의 큰 걸림돌이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사는 경구용 인슐린 'I338(Oral insulin 338)'을 개발, 인슐린 글라진과 비교한 임상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고용량 인슐린을 사용해야 해 대량 생산하기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주 1회 투여하는 인슐린, 게임체인저 예감

두 번째는 매일 1회 주사에서 주 1회로 투여 시간을 늘린 기저 인슐린이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품목은 노보노디스크사에서 개발 중인 기저 인슐린 유사체 아이코덱(icodec)이다. 반감기가 196시간으로 길어, 기저 인슐린으로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지난해 발표된 임상2상 결과, 아이코덱은 매일 1회 투여하는 인슐린 글라진 U100(제품명 란투스)과 비교해 치료 26주째 혈당 강하 효과와 안전성 결과가 유사했다. 이어 Diabetes Care 4월 19일자 온라인판에는 아이코덱의 유효성·내약성을 조사한 두 가지 임상2상 결과가 동시에 실려 주목받았다. 

첫 번째 임상2상에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했으나 당화혈색소가 7~10%이고 인슐린 치료 경험이 없는 2형 당뇨병 성인 환자 20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A군: 공복혈당 목표 80~130mg/dL로 아이코덱±21units/주 조정 △B군: 공복혈당 목표 80~130mg/dL로 아이코덱±28units/주 조정 △C군: 공복혈당 목표 70~108mg/dL로 아이코덱±28units/주 조정 △글라진군: 공복혈당 목표 80~130mg/dL로 매일 1회 인슐린 글라진 U100(±4units) 투여 등에 무작위 분류됐다. 

15~16주 동안 70~180mg/dL인 목표 혈당 범위 내 시간 비율(TIR)을 조사한 결과, 등록 당시와 비교해 A군 57%, B군 55.2%, C군 51%, 글라진군 55.3% 개선됐다. 혈당 조절과 저혈당 위험 등을 고려하면 A군의 결과가 가장 좋다고 평가됐다. 

두 번째 임상2상에는 당화혈색소가 7~10%로 매일 기저 인슐린을 투약하고 있으며 최소 한 가지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인 2형 당뇨병 환자 154명이 모집됐다. 

15~16주 동안 70~180mg/dL인 TIR은 초기 부하용량으로 아이코덱 100% 투여(첫 치료만 2배)한 아이코덱군 72.9%, 부하용량이 없는 아이코덱군 66%, 인슐린 글라진 U100군 65%로 조사됐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초기 부하용량을 투여한 아이코덱군이 인슐린 글라진 U100군보다 좋았다.

임상2상에 모두 참여한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Ildiko Lingvay 교수는 "주 1회 투여하는 인슐린은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면서 순응도를 개선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붙이는 인슐린 펌프, 더 '스마트'해진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의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대와 MIT 연구원들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인슐린 용량을 주입할 수 있는 '스마트 인슐린 전달 패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작은 동전 크기의 접착성 패치로, 쥐와 돼지 모델에서 연구가 수행됐다. 패치는 1mm 미만의 작은 미세바늘에 미리 로드된 인슐린을 포함하고 있다.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혈당 수치가 특정 임계값(threshold)에 도달하면 신속히 인슐린을 투약한다.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패치의 인슐린 전달 속도는 느려진다.

이를 통해 저혈당과 발작, 혼수, 사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슐린 과다투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동물 대상 개념증명연구만 진행돼, 사람 대상 임상시험 시작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정확하게 주입하는 인슐린 펌프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오플로우의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이오플로우의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

올해 미국 인슐렛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내 기업인 이오플로우가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인 '이오패치'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존 인슐린 펌프와 달리 주입선이 없는 패치 형태로 크기가 작고 가볍다. 복부, 팔 위쪽 후면, 허벅지 바깥쪽 등 지방이 많은 곳에 부착해 3.5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제품이다. 매주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패치를 교체해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이오플로우의 설명이다. 기존 인슐린 펌프와의 동등성 비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품목 허가를 받았다. 

이오플로우는 이 기술을 토대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 센서를 결합한 일체형 웨어러블 인공췌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용화되면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인공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대한당뇨병학회 목지오 홍보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패치 형태의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 센서를 결합해 혈당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하는 기계가 개발된다면, 우리 몸의 췌장 역할을 하는 인공췌장을 체외에 두고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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