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성형외과 문경철 교수

인구 고령화로 인한 만성창상 환자의 급증에 대한 미래 대비 필요
‘은 함유 드레싱제’- 임상적 효용성과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 제도적 문제로 사용 불가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환자, 의료인, 정부 모두 win win 할 수 있어야

- ‘만성창상’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주로 수술이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화상, 찰과상 등의 ‘급성창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적으로 치유가 된다. 그에 비해 ‘만성창상’은 내적 혹은 외적 요인에 의해 치유가 지연되면서 해당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가 손상되거나 기능의 수복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만성창상으로의 이행’을 예방하는 것 매우 중요하다.

- 국내 만성창상 환자의 실태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2017년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노인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고혈압, 당뇨, 뇌졸중, 대퇴부 골절, 암과 같은 노인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의 욕창과, 당뇨 환자들의 합병증인 당뇨병성 족부궤양 역시 늘고 있다. 해당 의료비 지출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컨대 노인 환자의 만성창상 치료 및 관리는 의료인이 당면한 중요 과제이며, 사회적 관심 및 정책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 <만성창상 환자의 감염 관리를 위한 정책제안서>를 발간한 취지는 무엇인가?
현재 임상에서 만성창상을 치료하고, 창상 관련 의료인들을 교육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창상 전문가(FKWA; Fellow of Korean Wound Academy)들은 만성창상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현 급여기준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드레싱제 선택의 한계들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의학 및 조직공학의 발전으로 매년 만성창상 환자를 단기간에 치료 가능하도록 하는 수많은 드레싱제가 새롭게 개발되고 있으나 급여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사용 자체가 불법이 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특히 전 세계에서 만성창상 환자들에게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은 함유 드레싱제’ 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들어 만성창상 환자를 위한 드레싱제 선택과 관련된 현 급여기준과 정책의 문제점을 정책제안서 안에 담게 됐다.

본 정책제안서의 1차 목적은 욕창, 당뇨병성 족부궤양, 암성 창상 등 다양한 만성창상에서 ‘은 함유 드레싱제’ 사용이 가능하도록 현 요양급여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다.

‘은 함유 드레싱제’는 다양한 만성창상 환자에서 임상적 유용성 및 경제적 효용성이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중증의 심부 2도 화상 환자’에만 적응증이 인정되고 있어, 그 밖의 (실질적으로 은 함유 드레싱제 사용이 필요한) 만성창상 환자에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인 상황이다.

이에 저를 포함해 전영준 대한창상학회 회장(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 신동혁 부회장(건국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 백규원 부회장(서울삼성병원 간호본부)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관련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정리해 정책제안서를 발간했다.

제안서에는 만성창상에서 은 함유 드레싱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함께, 만성창상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과 국내 현황, 국내 만성창상 관리의 한계 및 대안, 만성창상 치료의 개선 과제 및 정책 제안 등이 폭넓게 다뤄졌다. 

- ‘은 함유 드레싱제’의 임상적 효용성과 경제적 이점이란 무엇인가?
은 함유 드레싱제는 만성창상에서 빠른 치료와 높은 통증 감소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창상 부위에 접하는 은 성분은 매우 소량만으로도 광범위 항균 작용에 관여한다. 또한 기존의 항생제와 다르게 내성이 없기 때문에, 은 함유 드레싱제가 기존의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돼 왔다. 이들은 결국 창상 치유 소요 시간 및 입원 기간 단축, 드레싱제 교체 횟수 감소, 드레싱제 교체 시 통증으로 인한 약제의 사용 감소,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의료비 지출에 있어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경제적 이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 그럼에도 현재 은 함유 드레싱제의 국내 요양 급여 기준은 ‘중증의 심부 2도 화상 치료’로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건강보험제도가 ‘저보험료, 저급여, 저수가’ 원칙에 따라 비용적인 측면이 주요하게 고려되다 보니, 창상치료에 있어서도 ‘가격이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료비 절감을 위해 적응증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은 함유 드레싱제의 적응증이 ‘중증의 심부 2도 화상’ 환자로 제한됐다는 것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사용이 꼭 필요한 만성창상 환자에서 은 함유 드레싱제를 쓸 경우, 불법이 돼 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돼 버렸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만성창상의 유병률 증가 등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만성창상 관리 제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국의 은 함유 드레싱제 사용 현황은 어떠한가?
미국, 캐나다,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은 함유 드레싱제 사용에 대한 제한과 적응증을 따로 정해 두고 않고 의료진의 판단하에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 관련해 요양급여 제도 개선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은 함유 드레싱제 사용에 대해 당장 몇 개의 적응증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환자들에서 유연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급여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 건강보험급여제도는 한정된 재정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되다 보니 비단 만성창상 분야뿐 아니라 의료계 전반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야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는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되며 정책적 관리 및 효율적인 의료비 예산 집행 등에 대한 논의가 동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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