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전증학회 "병역 면탈은 범죄,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 요구
길병원 신동진 교수 "정부가 의지 갖고 사회적 인식 개선에 나서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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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최근 허위로 뇌전증 진단서를 받은 후 병역 면제를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뇌전증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이용한 비열한 짓이라는 매우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3일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구모 씨 등은 온라인에서 군 전문행정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가짜 진단서를 받아 병역을 면제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프로배우 조 모 선수와 승마선수, 배우 등 수십 명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병역 면탈 합동수사팀은 구 씨가 특정 의료기관과 결탁해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뇌전증학회, 환자들에게 피해가는 일 없어야

5일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 병역 면탈은 범죄행위라며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뇌전증학회 허경 이사장은 "뇌전증은 전 연령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임상증상을 통해 의심하고 뇌파, 뇌 영상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뇌전증 환자들은 꾸준한 자기 관리와 치료를 통해 정상적 생활을 하고 있다"며 "뇌전증 환자들은 발작과 그로 인한 사고 위험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에 여러 사회생활에서 제약과 차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로 인해 뇌전증에 대한 부정적 평판이 심해져 사회적 제약과 차별이 강화되면 안 된다는 우려도 표했다. 

또 뇌전증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뇌전증 환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뇌전증편견대책위원회 회장인 길병원 신동진 교수(신경과)는 이번 사건은 약자의 약점을 이용한 매우 비열한 짓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신 교수는 "이번 일로 뇌전증 환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야 하고, 정부가 예산을 투여해  뇌전증을 비롯한 신경계질환에 대힌 인식개선과 교육 등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병원 신경과 신동진 교수 
길병원 신경과 신동진 교수 

이하 신동진 교수 1문 1답 

- 이번 사건은 뇌전증 진단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악용했다고 알려졌다.   

뇌전증은 뇌 속의 전기흐름 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뇌 속의 2만~5만개 정도의 뇌세포가 있어 모두 연결돼 있고, 전기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가 정신을 잃거나, 일부 부위에 마비가 일어난다.

전기적 흐름이 뇌파에서 확인되고, 2번 이상의 발장 등 환자의 이력을 듣고 의사가 뇌전증을 확진한다. 특히 발작의 아무런 이유가 없는 무유발 발작이 2번 이상일 때를 눈여겨본다.  뇌전증 환자가 뇌파검사를 했을 때 양성률로 판단될 때는 30% 정도다. 

- 일반인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뇌전증 증상이 있다면. 

뇌전증 환자는 3초 이상 멍하게 무언가를 쳐다보기도 하고, 입을 '쩝쩝'거리기도 한다. 또 손을 만지작거리고, 주위를 뱅뱅돌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을 정작 본인은 모르기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증상들이 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방의 의무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런 환자들의 약점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뇌전증편견대책위원회에서 뇌전증에 대한 인식개선과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의 상황은 어떤가?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뇌전증 증상에 대해 경찰에게 매년 교육을 시킨다. 이런 증상이 보이는 사람을 보호하고, 특히 총을 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뇌전증 학생의 이런 특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이번 사건이 발생하고, 병역과 관련된 뇌전증 진단서를 신경과 의사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 의견에는 반대한다. 특정 질병을 특정과 의사만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은 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사회적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뇌전증을 알리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5회 세계보건기구총회(WHA)에서 '뇌전증과 기타 신경계 질환의 범국가적 지원체계 추진을 위한 결의안'(Global Action Plan on Epilepsy and other neurological disorders 2022-2031)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 채택의 목적은 뇌전증과 함께 신경계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치료 및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 향상과 함께 2031년까지 회원국 80%가 뇌전증 환자의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보강하자는 것이었다. 

- 국내 상황은 어떤가? 

뇌전증 환자들은 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70% 이상이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편견은 심각하다. 우선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일을 해야 한다. 편견은 오해를 만들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부터 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뇌전증지원법)이 발의돼 있지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예산을 투입해야 뇌전증지원센터가 인식개선과 교육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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