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박상민·김계형 교수 연구팀, 분석 결과 발표
부모 암 진단 후 청소년 음주·우울증상·자살생각 일괄 증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통합케어클리닉 김계형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통합케어클리닉 김계형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부모가 암을 진단받으면 청소년 자녀의 건강도 취약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살 생각이 3배가량 증가하는 등 정신건강에서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돕는 사회적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가정의학과)와 김계형 교수(공공진료센터 통합케어클리닉) 연구팀은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12~19세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또래 청소년 3429명과 부모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결합해 분석한 연구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국내 여성암환자의 26%, 남성암환자의 10%는 자녀양육기인 30~49세에 암을 진단받는다.

암에 걸린 부모는 건강 악화와 의료비 부담으로 자녀 양육이 어려워지며, 청소년 자녀 역시 사춘기로 인해 신체적·정서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가족을 잃는다는 두려움으로 정신문제까지 겪을 수 있다.

연구팀은 부모의 암 진단이 청소년의 건강실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2010~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 266명과 그렇지 않은 또래 대조군 3163명의 건강행동 및 정신건강을 비교분석했다.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은 암 진단 5년 미만과 5년 이상으로 구분됐으며, 연령·성별·가계 월 소득 조정이 이뤄졌다.

그 결과, 또래 대비 건강행동(이상체중, 음주, 흡연, 예방접종)은 부모가 암 진단 5년 미만인 청소년에서 음주가 최대 1.7배, 독감 예방접종률이 약 3.2배 증가했다.

정신건강 역시 부모가 암 진단 5년 미만인 청소년에서 자살을 생각·계획·시도한 비율이 또래 대비 최대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증상은 또래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어머니의 암 진단 시에는 또래 대비 1.73배까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부모가 암 진단 5년 이상 경과한 청소년은 음주, 독감 예방접종, 우울 증상, 자살생각·계획·시도 비율 모두 또래와 비슷했다.

즉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은 처음엔 큰 스트레스를 느끼며 심리적 취약성을 보이지만, 암 진단으로부터 약 5년의 시간이 흐르면 고통에 적응하고 일반 또래집단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계형 교수는 “암환자가 암 진단 직후 신체적·정신적으로 가장 불안정하고, 5년 정도 경과하면 안정을 되찾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연구는 자녀 건강이 부모의 상태와 관련성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들의 적응과 회복을 돕기 위해 암 진단 후 1년 내 정신건강 검진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며 “진단 후 5년 내 흡연·음주를 예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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