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님

우리 뼈는 조골세포(osteoblast)에 의한 골형성과 파골세포(osteoclast)에 의한 골흡수를 반복하는 골재형성(bone remodeling)을 통해 밀도를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골형성이 저하되거나 골흡수가 지나치면, 뼈의 밀도가 떨어져 골감소⋅골다공증이 발생한다. 특히 폐경기에는 골재형성의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골다공증 위험도가 더욱 커진다.
 

신정호 교수(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는 “골다공증은 골절의 위험도를 높이고, 한 번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재골절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 폐경기에 골감소⋅골다공증 환자에 대한 초치료 전략은?
골감소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환자의 조건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50세 전후의 비교적 젊은 여성에서 폐경 증상과 함께 골밀도 감소가 나타났다면  여성호르몬치료를 선택한다. 폐경기에는 골재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골밀도가 급감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것이 치료 효과가 좋다.  

50대 후반~ 60대 초‧중반에서는 주로 척추의 골밀도가 급감하면서 척추 골절이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척추 골절을 타겟팅하는데 특화된 에비스타 같은 SERM제제를 사용한다. 

70대 전‧후부터는 엉덩이뼈, 고관절 골절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그 경우 데노수맙을 사용하다가 치료가 끝날 때쯤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제로 전환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 폐경기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골밀도 저하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을 야기한다. 관련해 골감소⋅골다공증 치료제 선택 시 고려하는 것은? 
SERM제제 중 하나인 랄록시펜(상품명; 에비스타 플러스)은 대규모 임상 연구들을 통해 골밀도 개선뿐 아니라 유방암의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이 입증됐다. 유방암의 경우 연구마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절반 정도에서 많게는 약 3/4까지 그 위험성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방암의 호발 연령인 50대 후반~ 60대 여성들에게 굉장히 큰 장점을 지닌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랄록시펜은 고혈압‧당뇨‧신장병을 동반한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쓸 수 있고, 해당 약물들의 작용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개 60세 이상이 되면 여러 질환으로 다양한 약제를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골다공증 치료제로써 랄록시펜의 복용은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 골감소/골다공증,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골다공증 치료는 더 이상의 골감소를 막고, 골절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지 골다공증 자체를 ‘완치’하는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골다공증이 한번 진단됐다면 평생 관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직 골다공증에 이르지 않는 골감소 환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제 골절 건수는 골다공증보다 골감소증에서 더 높고,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골절 위험성이 약 2.5배에 이를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필요시 골감소증 단계부터 조기에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골다공증 치료, 특히 장기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뼈가 약해진다는 것은 검사를 통해 나타나는 지표이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 골절을 겪은 뒤에야 자신의 뼈 상태를 인지하는 환자가 대부분인데, 골다공증성 골절을 경험하더라도 골절이 회복되고 나면 골다공증 약을 복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골다공증은 한번 진단되면 골절의 위험성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질환임을 인식해야 한다. 젊을 때의 골절은 아프고 불편한 것으로 끝나지만, 나이가 들어 골다공증성 골절을 겪게 되면 자칫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의 경우 1년 내에 사망률이 약 20%에 이르고, 폐경기 여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척추 골절 역시 재골절률과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덧붙여 골다공증 치료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는 데는 현 보험급여 체계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현재 골절 과거력이 있는 경우 초기 1~3년까지는 보험급여가 되지만 3년이 지나면 1년에 한 번씩 골밀도 검사를 통해 급여 기준에 해당되는지 확인한 뒤에 보험이 적용된다. 환자 입장에서 1년에 한 번씩 병원을 예약ㆍ방문해 가면서 검사를 이어간다는 것이 매우 불편할 수 있다. 

골다공증 치료의 보험급여를 위해 매년 골밀도 검사를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경우 한 번 골다공증이 진단되면 계속 보험 급여가 인정된다. 골다공증을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급여제도 역시 이런 점을 반영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 그러나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골다공증 치료제의 장기 복용, 안전한가?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은 효과가 좋은 약물이지만 장기 복용 시 턱뼈 괴사나 대퇴골의 비정형 골절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너무 강력하게 골흡수를 억제하다 보니 뼈가 자연스럽게 치유되는(bone turnover) 시점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사용 후 3~5년 정도가 지나거나, 또는 치과 치료에 들어갈 때에는 휴지기를 갖는다. 

랄록시펜(에비스타 플러스)의 경우 골흡수를 자연스러운 정도로 억제하면서 폐경 이전의 상태로 유지해 주기 때문에, 치과 치료뿐 아니라 장기 복용 시에도 따로 휴지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 턱뼈 괴사 등의 부작용 우려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안전한 약제라고 볼 수 있다.  

순차치료의 전략에서도 랄록시펜 사용에 이점이 크다.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를 사용하다가 다른 골형성촉진제로 바꿀 경우 그 약물의 효과가 잘 안 나타날 수도 있는데, 랄록시펜을 사용하다가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나 부갑상선호르몬제로 변경하는 경우 그 약물의 효과가 잘 발휘된다. 랄록시펜이 후속 약물의 작용을 방해하지 않는 특징은 장기적인 치료 전략에서 매우 큰 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 에비스타 플러스처럼 골다공증 치료제+비타민D 복합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골다공증 치료에 있어 칼슘과 비타민D가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따라서 골다공증 치료제는 반드시 칼슘과 비타민D의 동반 섭취가 요구된다. 

그런데 칼슘의 경우 위장장애를 동반하거나 일부에서는 지나친 칼슘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제 경우 골다공증 치료제와 비타민D는 약으로 복용하고 칼슘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전략을 취하는 편이다.  

골다공증 치료제+비타민D 복합제의 가장 큰 이점은 복약순응도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비타민D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환자분들이 장기간 치료제를 복용하다 보면 치료제만 드시고 비타민D를 안 드시는 사례가 많다. 이때 골다공증 치료제+ 비타민D 복합제를 드리면 치료제와 비타민D 섭취가 함께 지속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폐경기 여성에게 뼈 관리에 대해 조언한다면
‘폐경’은 인생에 있어 굉장히 큰 변화다. 사춘기만큼이나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으면서 뼈가 약해질 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의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폐경기에 접어들었다면 여성호르몬 감소와 그로 인해 유발되는 질환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폐경기에 뼈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남은 40~50년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보다 적극적인 관리에 들어가시라고 조언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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