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오랜 친구 중에 뇌전증 환자가 있다.

어릴 때부터 친구의 어머니한테 교육 아닌 교육을 받은 터라 친구가 소위 '게 거품'을 물고 쓰러질 때면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바른 자세로 눕히고 혀가 기도로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밖으로 빼주고 경련이 멈추기를 기다리곤 했었다.

침착하려 애썼지만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 연락이 닿지 않으면 혹시 또 쓰러진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고, 지금도 가끔 만나면 "요즘 약은 빼놓지 않고 먹고 있냐"는 잔소리가 인사가 됐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때쯤 당시 간질이었던 병명은 뇌전증으로 바뀌었다. 질병명을 바꿈으로써 그 이름으로 인해 갖게 되는 편견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회 통념에서 내 친구는 이상한 사람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경련하며 쓰러지는,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십수년째 찾지 못한 원인을 찾기 위해 뇌파 검사를 받는 내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일 뿐이다.

자신이 정상의 기준이 아님에도, 또 내가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사람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기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해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사건을 해결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외뿔고래에 비유한다. 자신은 낯선 흰고래들과 살고 있고, 그러다 보니 적응하기 쉽지 않고 자신을 싫어하는 고래도 많다고.

그럼에도 그게 자신의 삶이니 괜찮다고 한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다"고 말하면서.

일각에서는 실제 자폐스펙트럼 환자와 보호자의 실정은 알지 못한 채 장애 안에서도 특수한 인물을 미화한 것이라 비판한다.

그럼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상하다는 단어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은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말이다.

장애 혹은 질병이 가진 나쁜 인식과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건 첫 시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아직은 이상한 사람이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상하다'라는 말은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국어사전에는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와 비슷한 말로 '괴상하다'라는 단어를 들이민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도 우영우처럼 겁먹지 않고 회전문을 통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상해도 괜찮아"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