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헌혈 건수, 2020년 7만건에서 2021년 14만건으로 급증
"전혈 지정헌혈 상위 20개 의료기관, 실태조사 및 행정지도 필요"

17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
17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직접 헌혈자를 구하는 지정헌혈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국회에서 이어졌다.

특히 과잉수혈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전혈 지정헌혈 의뢰 상위 20개 의료기관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정부는 대한적십자사와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환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정헌혈이란 의료기관이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요청해 지정의료된 헌혈 지원자가 혈액원에서 헌혈 후 그 혈액을 지정된 환자에게 수혈하는 헌혈을 말한다.

지난 2016년부터 지정헌혈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코로나19(COVID-19) 발생 이후인 2021년 한해 동안 14만 2355개의 혈액을 환자와 환자가족이 직접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에 참여한 급성백혈병 환자는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어려웠는데 주변 지인에게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것도 어려웠다. 항암치료로 힘든 상태에서 지인에게 이를 알리느라 섬망도 겪었다"고 토로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과 함께 개인정보 노출, 유명세에 따른 수혈 불공평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과잉수혈로 인한 혈액부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관련 전문학회의 수혈가이드라인이 의료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혈관련 건강보험 급여기준도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며 "일부 환자들은 혈액을 마치 영양제처럼 생각해 수혈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혈소판은 채혈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전혈보다 길고, 보관기관도 5일로 전혈(35일)에 비해 짧다.

안 대표는 "채혈장비가 없는 헌혈의 집이 많고 헌혈 요건도 까다롭다. 성분채혈혈소판 지정헌혈은 전혈에 비해 불리한 여러 요건을 고려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2020년 전혈(적혈구제제) 지정현혈 의뢰 상위 20개 의료기관이 전체의 5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분채집혈소판 지정헌혈 의뢰 상위 20개 의료기관에는 수혈을 많이 받는 중증질환 환자가 많이 가는 빅5병원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2020년 기준 전혈 지정헌혈 의뢰 상위 20개 의료기관 현황
2020년 기준 전혈 지정헌혈 의뢰 상위 20개 의료기관 현황

안 대표는 "전혈 지정헌혈 의뢰 상위 20개는 대부분 2차 의료기관으로 백혈병, 혈액암 등 수혈을 많이 받는 중증질환 환자들이 많은 빅5병원은 하나도 포함돼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태조사 및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수혈에 필요한 혈액의 종류 및 수량을 사전예측하는 방법으로 혈액 수급을 조절하지 않고,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관행적으로 지정헌혈을 통해 헌혈자를 구해오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적혈구제제 지정헌혈 의뢰 상위 20개 의료기관부터 우선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합리적 이유없이 과잉 지정헌혈 요구를 하고 있다면 지정헌혈 요구를 중단 또는 최소화하도록 행정지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적정수혈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정수혈을 유도하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며 "최근 채혈한 채혈을 최대한 적정하게 사용하고, 수혈 대신 가급적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는 환자혈액관리(PBM)가 혈액부족 대안으로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혈액 재고량 감시체계 397개 기관 참여...단계적 확대 계획

은평성모병원 임지향 교수(진단검사의학과)도 "지정헌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환자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적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중요성 담보가 어렵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최근 대량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 왔었는데,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정헌혈을 받아왔다. 혈액은행 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는 양"이라며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임 교수는 지정헌혈의 강점을 활용해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임 교수는 "지정이라는 말 그대로 환자의 상황이 해결되기 전에는 동의를 통해 다른 환자가 사용할 수 있다. 지정헌혈을 다른 면으로 이해한다면 당연히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혈이 많이 이뤄지면 지정헌혈은 당연히 낮아지겠지만, 공공헌혈이 줄어드니 지정헌혈이 오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합심해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혈액의 필요성과 도움에 대한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안정적인 혈액수급관리 및 의료기관 지정헌혈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의료기관의 혈액 재고량을 관리할 수 있는 수급감시체계를 작동 중이며 현재 397개 기관이 참여 중이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김정숙 과장은 "현재 의료기관에서 지정헌혈을 운영 중인데, 제도 자체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 또는 사용량을 관리할 의료기관의 자체적인 체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지정헌혈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며 개선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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