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엄지은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엄지은 교수
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엄지은 교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TKI는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해 왔지만 불내약성과 저항성 문제를 안고 있고, 그에 따라 극복 방안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엄지은 교수(한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TKI의 부작용 발생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질병의 조절이 더욱 중요하며, 이를 위해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이하 CML) 치료에 있어 동종조혈모세포이식과 표적항암제(이하 TKI) 치료의 차이는 무엇인가.
과거 CML은 환자와 인체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는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표준 치료였지만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더라도 10년 생존율이 50~60%, 이식을 시행할 수 없는 환자들은 중앙 생존기간이 60개월 정도로 낮았다.

그러나 1998년 1세대 TKI인 이마티닙이 개발되면서 조혈모세포이식 없이도 치료가 가능해졌고, 생존율 역시 90% 정도까지 크게 늘어났다. 이후 다사티닙, 포나티닙 등 더 발전된 2, 3세대 TKI가 등장했고 현재는 일부 가속기나 급성기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만성기 CML 환자에서 TKI 복용이 표준치료로 시도되고 있다. 

- CML 환자에서 1차 치료 시 TKI 선택 전략은.
현재 국내에서 1차로 사용할 수 있는 TKI는 1세대 이마티닙, 2세대 다사티닙, 닐로티닙, 라도티닙이다. 우선 환자가 저위험군인지 고위험군인지를 판단하는데, 만약 저위험군에 속하는 고령 환자라면(75세 이상), 약을 잘 못 견딜 수 있으므로 이마티닙으로 시작한다.

반면 급성기로의 이행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나 약을 완전히 끊을 수 있는 단계인 기능적 완치(이하 TFR)로의 도달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환자라면 보다 강력한 2세대 약을 시도한다. 2세대 약들이 이마티닙에 비해 TFR의 전제조건인 깊은 분자유전학적 반응(Deep Molecular Response, DMR)에 잘 도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에 따라 고혈압 ⋅ 당뇨가 있는지와 흡연 여부 등을 고려해 그에 따른 부작용 위험이 높은 약제는 피한다. 복약 편의성도 중요한데 특히 젊은 환자들의 경우 꾸준한 복용이 가능하도록, 식사와 관계없이 편하게 복용 가능한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 TFR의 기준과 실제 도달하는 비율은.
TFR 기준은 검사 권고안마다 조금씩 다른데 최소 MMR(주요 분자유전학적 반응, BCR-ABL1 ≤0.01%)이 지속돼야 하고, 보다 안전하게 간다면 CMR(완전 분자유전학적 반응, BCR-ABL1 ≤0.0032% 미만)에 도달한 뒤 최소 2~3년 이상 유지되면 약을 끊어보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전체 환자 중 약 50%가 약 복용 중단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그중 절반은 재발로 인해 다시 약을 시작하게 되므로, 대략 1/4 이하의 비율로 TFR에 도달한다고 볼 수 있다.  

- 2세대 TKI로 치료에 실패한 경우 다음 치료 전략은. 
만약 환자가 2세대 TKI에 치료 반응은 보이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불내약성이 생겼다면, 해당 부작용이 없는 다른 2세대 TKI로 변경한다. 

그러나 2세대 TKI 치료 실패의 근거가 저항성 때문이라면, 즉 BCR/ABL1이 1% 이상으로 올라가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다면 조기에 포나티닙(상품명 : 아이클루시그 정)으로 치료제를 변경해 볼 수 있다. 특히 유전자에 T315I 돌연변이가 발생한 경우 유일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포나티닙으로 약제를 변경한다.

- 포나티닙의 심혈관계 부작용을 극복하는 방법과 근거는? 
포나티닙에 대한 초기 PACE 연구에서 심혈관계 부작용이 약 30% 정도 보고됐다. 눈여겨볼 것은 당시 약의 용량이 45㎎으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그에 비해 후속으로 진행된 OPTIC 연구에서는 최초 용량을 45㎎, 30㎎, 15㎎로 나눠 BCR-ABL1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 각각 15㎎로 줄여가며 치료 반응을 관찰했다.

결과를 보면 45→15㎎ 군에서 약 51.6%가 치료 1년째 BCR-ABL1≤1% 반응을 보였고 심혈관계 부작용은 9.6% 정도 나타났다. 15→15mg(유지) 군에서는 약 34%가 BCR-ABL1≤1%에 도달했으며 심혈관계 부작용은 약 3% 정도 나타났다. 이는 포나티닙의 용량을 줄여가면서 부작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그렇다면 포나티닙의 용량을 무조건 15㎎으로 시작 ⋅ 유지하는 것이 좋은가.
물론 치료에 있어 부작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병의 컨트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즉 45→15㎎군과 15→15㎎(유지)군에서 부작용 발생 확률이 전자가 6% 정도 높았지만, 치료 목표(BCR-ABL1≤1% 미만) 도달률 역시 전자가 후자보다 20% 더 높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T315I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45→15㎎군은 약 60% 이상에서 치료 목표에 도달했는데 15㎎ 유지군은 약 10% 정도 도달했다. 따라서 T315I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거나 최소 한두 가지 이상의 TKI에 실패해 앞으로 예후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에 있어 포나티닙을 45mg으로 시작해 치료 목표에 도달한 뒤 부작용을 감안해 용량을 줄여 나가는 것이 적절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 CML의 치료제 전망을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T315I 돌연변이 같은 여러 돌연변이들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최근에는 BCR-ABL의 ATP 결합 부위를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전혀 다른 부위 Myristoyl Pocket에 결합해 BCR-ABL1의 활동을 억제하는 약제도 개발 ⋅ 승인됐다. 요컨대 CML의 환자군은 약에 대한 저항성 극복을 목표로 하는 군과 TFR 도달을 목표로 하는 군으로 나뉠 것이며, 임상 현장에서도 그에 따라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 CML 환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만성기 CML 환자들은 대부분 생존에 대한 걱정 없이 병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약을 잘 복용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TKI가 갖는 오프 타깃(off target)의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과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거르거나 용량을 줄이는 경우 병이 악화되므로, 치료제 복용에 따른 크고 작은 불편함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약제를 변경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등의 옵션으로 불내약성을 극복함으로써 병을 잘 조절하면, 추후 약 복용을 중단하는 등의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음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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