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혈액내과 이정옥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내과 이정옥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내과 이정옥 교수

표적항암제(이하 TKI)의 등장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이하 CML)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여전히 CML 환자의 약 70~80%는 평생 약을 복용하고, 5~10% 정도는 CML과 관련해 사망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정옥 교수(혈액내과)는 CML 환자의 완치를 위해 임상 연구들의 데이터뿐 아니라 주치의의 경험과 판단력이 함께 접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만성골수성백혈병 초치료 전략은
만성기 CML이 진단되면 다수의 위험예측모델에 따라 질환의 예후를 예측해 볼 수 있고, 초치료 약제의 선택에 있어 환자의 연령과 기저 질환 등 개별적 위험요인을 주로 고려한다.  대개 약물을 끊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기능적 완치(TFR, Treatment Free Remission)’로의 도달이 치료 목표일 수 있는 환자는 1차 치료로 2세대 TKI를 선택하는 편이다.

생존율은 비슷해도 2세대 TKI가 1세대 TKI에 비해 치료 반응이 빠르고 TFR의 전제 조건인 깊은 분자유전학적 반응(Deep Molecular Response, DMR)이 잘 오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환자의 치료 목표가 TFR이 될 수는 없으므로 환자의 조건에 따라 약물을 선택하며, 진단 시 75세 이상인 환자에서는 1세대 TKI를 주로 선택한다. 

- 임상에서 TFR 도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실제 TFR까지 도달할 확률은 전체 CML 환자의 약 25%다. CML은 기본적으로 평생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되, 진단된 10명 중 5명에서 약을 끊을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오고, 그중 절반 이하에서 실제 TFR까지 성공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 1, 2세대 약물로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 다음 치료 전략은 어떻게 되나 
치료 실패의 근거가 ‘불내약성(intolerance)’이냐 ‘저항성(resistance)’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1세대 약물에서 불내약성으로 치료에 실패했다면 2세대 약물을 쓴다. 마찬가지로 2세대 약물에서 부작용으로 치료에 실패했다면 해당 부작용 문제가 없는 다른 2세대 약 혹은 1세대 약으로 바꾸면 된다. 만약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면 해당 변이를 극복할 수 있는 약으로 바꾸면 되고, 대표적인 돌연변이 중 하나인 T315I가 나왔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3세대 포나티닙을 쓴다. 

TKI에 저항성을 보일 때 보통 BCR-ABL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원인인데, 실제로 검사해 보면 돌연변이가 관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검사의 민감도 등 여러 문제들로 인해 발견을 못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첫 치료에서 2세대 TKI들 중 한 가지에 저항성을 보였다면, 다른 2세대 TKI에도 저항성을 가질, 즉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2세대 TKI에 저항성을 보이는 경우, 특정 TKI에 민감한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다른 2세대 약으로 바꾸면서 시간을 끌기 보다 즉시 3세대 포나티닙을 사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 2세대 TKI로 치료 실패 후 다른 2세대 TKI를 썼을 때와 3세대 TKI(포나티닙)을 썼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
이마티닙 초치료 후 2세대 TKI에 한 번 실패한 환자를 또 다른 2세대 TKI로 치료한 연구에서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complete cytogenetic response, CCyR)을 획득할 확률은 20~30%로 나타났다. 그런데 PACE 연구 결과를 보면 2세대 TKI에 저항성 또는 불내약성을 가지거나 T315I 돌연변이가 발생한 CML 환자군에서 포나티닙 치료 시 CCyR이 54%였다.

물론 두 사례의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자보다 후자의 치료 반응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포나티닙은 T315I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가 더 좋았지만, T315I 돌연변이를 가지지 않은 환자군에서도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2세대 TKI에서 저항성으로 치료에 실패한 경우 다음 치료제로 포나티닙 사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은 어떤가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도 1차 또는 2차에서 2세대 TKI에 저항성을 보여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포나티닙 시도를 권고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이를 적용할 때 고려할 것들도 있다. 초기 PACE 연구를 통해 대두된 포나티닙의 심혈관 부작용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자의 치료 반응에 따라 포나티닙의 용량을 줄여감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OPTIC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PACE 연구에서 45mg 용량의 포나티닙 치료 시 약 30% 이상에서 심혈관 부작용 문제가 보고됐으나 OPTIC 연구에서는 최초 용량을 3가지(45mg, 30mg, 15mg)로 시작해, 45mg 혹은 30mg로 시작한 환자에서 BCR/ABL1이 1% 이하 반응에 도달한 후 15mg으로 줄였고, 그 결과 45mg로 시작한 군에서 51.6%가 치료 1년째에 BCR/ABL1 1% 이하 반응을 보였으며, 심혈관 부작용 발생은 9.6%로 나타났다.

물론 9.6%도 적은 것은 아니지만, 2세대 TKI에 저항성을 가진 CML 환자에서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그럼에도 포나티닙을 3차 치료제로 한정 짓는 경우가 많다
주치의의 치료 전략과 경험에 따라 선택은 다를 수 있다. 환자마다 고려되는 여러 조건이 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제의 부작용 발생을 줄이는 전략수립 등에서 주치의 경험과 결단력도 필요하다. 3세대 약물에서 치료에 실패할 경우 다음 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등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환자의 컨디션은 나빠지고,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적시에’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1차 치료로 2세대 TKI에서 치료 실패 시 2차 약제로 포나티닙을 사용할 때 보험급여가 인정된다. 예전에 비해 CML 치료에서 3세대 약물 사용 실정이 달라진 것이다. 

- 국내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는가
2015년 대한혈액학회 만성골수성백혈병 연구회에서 CML 치료에 대한 국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개정이 준비 중에 있다. 최근의 임상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보험급여 등 국내 현실을 반영해 업데이트될 예정으로, 이는 국내 의료진의 CML치료전략 수립에 있어 실질적인 가이드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