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 혈액내과 김혁 교수

가천대길병원 혈액내과 김혁 교수
가천대길병원 혈액내과 김혁 교수

인류 최초의 표적항암제가 BCR-ABL1 유전자를 가진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이 증명된 후, TKI(tyrosine kinase inhibitor) 복용이 만성골수성백혈병(이하 CML)의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러 TKI들은 저마다 내성과 부작용 등 각각의 문제를 갖고 있기도 하다. 

김혁 교수(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는 TKI 선택과 변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약에 대한 ‘반응’ 여부이며, 부작용은 용량 조절 등의 옵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 CML,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최근 CML 치료의 이슈는 ‘약을 평생 쓸 것인가, 중간에 한번 끊어볼 수 있는가’이다. CML은 기본적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치료를 시작할 때 약을 끊을 만한 조건이 되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다만 75세가 넘는 고령에서는 부작용이 적은 약을 평생 복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75세 미만에서 약을 끊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환자에 한해 처음부터 조금 강력한 2세대 약을 처방하고 있다. 

- 처음 TKI를 복용하는 환자의 치료제 선택 시 고려하는 것은 
고령이거나 복합적인 합병증을 가지고 있어 약제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는 우선 1세대 이마티닙을 쓴다. 약을 끊어볼 수 있을 조건에 들어가는 환자에게는 조금 더 강력한 2세대 약물인 라도티닙, 다사티닙, 닐로티닙을 쓰는데, 약마다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기저질환을 고려하고, 약물의 복용 방법 ⋅ 시간 ⋅ 횟수에 따라 환자의 조건에 맞는 약을 선택한다.

- 저항성 및 불내약성 등으로 1, 2세대 TKI 치료제로 효과가 없는 경우, 다음 선택지는? 
치료제를 바꾸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약물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다. 치료제 복용 후 3개월, 6개월, 12개월, 1년 6개월 시점에서 BCR-ABL1 유전자가 어느 수준까지 떨어졌는지 확인한다. 그 시점에 수치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그것을 치료 실패로 볼 것인지, 경과를 조금 더 기다려 볼 상황인지(warning)를 결정한다.

‘실패’로 판단되면 약제를 바꾸고, warning으로 판단되면 기다려 보거나 약물의 용량을 올려보는 옵션이 있다. 제 경우 반응이 없다고 판단되면 유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약제를 바꾸는 편이다. 환자가 빨리 안전한 상태로 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인데, 이때도 부작용을 다른 약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대개는 부작용이 약의 용량과 비례하기 때문에, 약에 대한 반응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약의 용량을 조기에 낮춰 경과를 지켜본다. 

- T315I 돌연변이가 나타난 경우, 포나티닙(아이클루시그정)을 선택하는 이유는?
TKI의 원리는 BCR-ABL1 tyrosine kinase의 ATP(Adenosine Tri-Phosphate) 결합부위에 똑같은 구조로 결합함으로써 ATP가 들어올 수 없게 해 신호 전달을 억제하고 백혈구 세포의 과다한 생산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ATP 결합부위의 구조가 변하는 돌연변이로 인해 TKI 작용이 방해를 받게 된다.

T315I 돌연변이는 BCR-ABL 유전자의 315번째 있는 아미노산이 트레오닌(Threonine)에서 아이소류신(Isoleucine)으로 바뀌는 것인데, 이 경우 다른 치료제들은 모두 방해를 받지만, 유일하게 포나티닙은 방해를 받지 않고 결합한다. 따라서 T315I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 포나티닙을 치료제로 선택하게 된다.

- 포나티닙의 부작용과 극복 방법은? 
포나티닙과 닐로티닙 등의 TKI에서 말초동맥폐쇄증 등 혈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단연 이를 극복하는 것이 화두인데, 최근 발표된 OPTIC 연구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 연구는 세 환자군에게 각각 포나티닙을 45mg, 30mg, 15mg으로 시작해 45mg 사용군은 15mg으로, 30mg 사용군도 15mg으로, 15mg 사용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응과 부작용을 비교한 것이다.

효과 면에서는 45mg으로 시작했다가 15mg으로 줄인 군의 반응이 가장 좋았고, 부작용 역시 45mg을 사용한 군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15mg를 계속 유지한 군은 부작용이 적었지만 효과 역시 적었다. 결국 포나티닙의 부작용이 ‘용량’과 관계가 있으며 ‘용량을 높이면 효과가 좋지만, 부작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용량을 낮추는 것이 좋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진료현장에서도 적용하는지 
그렇다. 예를 들어 분자유전학적 반응(Molecular Response)으로 BCR/ABL1 1% 이하인 MR2를 얻으면 45mg에서 30mg으로 감량하고, 0.1% 이하의 분자유전학적 반응을 얻으면 15mg으로 감량하는 식이다. 약물에 대한 유의한 반응이 있다면 부작용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용량을 감량해 볼 수 있다.

실제 혈관 부작용뿐 아니라 두통이나 탈모, 피부 문제 등 우리가 볼 때는 사소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크게 느낄 수 있는 부작용들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반응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구체적인 감량 기준과 시점, 속도에 대한 이론적인 데이터를 얻기 위해 현재 임상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 

- 앞으로의 치료제 발전 방향을 어떻게 보는가
더 특징적으로 ATP 결합부위를 방어해 나가면서, 포나티닙처럼 T315I 돌연변이를 극복해가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또 하나는 ATP 결합부위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 ATP 결합을 방어함으로써 모든 돌연변이를 극복하는 약의 발전도 기대하고 있다. 

- TKI를 복용하는 환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가 첫 진단받으신 분께 꼭 말씀드리는 것이 “이 병으로 돌아가실 확률은 거의 없다, 단, 약을 잘 꼬박꼬박 잘 먹는다면”이다. 치료 중 크고 작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환자가 임의대로 약을 끊거나 줄이면 내성이 생겨 경과가 더 나빠진다. 따라서 치료제 복용으로 인한 불편함은 반드시 주치의와 적극 소통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약을 꼭 드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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