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흔히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심한 경우 관련 부위의 암까지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윤혁 교수(소화기내과)는 염증성 장질환은 단순히 증상 완화를 넘어 내시경적으로 관해에 도달하는 수준으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 말한다.


- 염증성 장질환, 어떤 질병인가
‘규명되지 않은 원인으로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며,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들 수 있다. 복통, 설사, 혈변이 흔하고 염증이 심하게 지속되면 발열이나 체중 감소, 빈혈도 나타난다. 만성화될 경우 협착, 누공, 농양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염증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이 치료되지 않은 채 장관 내에 계속 존재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고, 크론병은 소장암 위험도가 올라갈 수 있다. 

- 염증 조절 치료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염증의 정도와 치료 반응에 따라 단계별로 사용하는 약이 다르다. 염증이 심하지 않는 경우에는 흔히 항염증제인 메살라민(Mesalamine) 계열의 약을 쓰고 급성기나 중등도 이상에서는 스테로이드를 2~3개월 정도 쓴다. 그럼에도 염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면역조절제를 사용하며, 그마저 안 듣는 심한 환자들에게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 치료 후 완치, 가능한가
현재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다만 과거에는 단순히 증상만 조절하는 ‘임상적 관해’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생물학적 제제 등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내시경 상에서 궤양이 모두 치유된 것을 의미하는 ‘내시경적 관해’를 치료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현미경으로 봤을 때 염증 세포가 없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조직학적 관해’가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 생물학적 제제인 Infliximab의 작용 원리가 궁금하다.
체내에는 종양괴사인자(TNF-α)라는 강력한 염증 유발 물질이 존재하는데, infliximab은 최초로 개발된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로 종양괴사인자의 지나친 생성과 활성을 억제해 과도화된 면역 반응을 줄이는 약물이다. 고전적인 항염증제나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에 비해 효과가 강력해 증상 조절뿐 아니라 장내 점막 치유까지 도달할 확률이 높은 반면, 과도한 면역 억제에 따른 결핵 등 감염병의 위험성도 있다. 

- Infliximab을 주사로 투여하는 이유는?
생물학적 제제는 분자량이 큰 단백질 제제이므로 경구 투여 시 소화기관에서 분해돼 체내 흡수가 어렵다. 따라서 정맥주사(IV)나 피하주사(SC)를 이용해 약물이 위장관을 거치지 않고 체내에 흡수되도록 한다. 

- 최근 피하주사 ‘램시마SC’(infliximab)가 출시됐다. Infliximab 정맥주사와 피하주사에 어떤 차이가 있나   
정맥주사의 경우 고농도 주입이 가능해 초기 관해유도기에 염증을 빠르게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단점은 과민 반응이나 전신 부작용의 빈도가 피하주사제보다 높다는 것이다. 실제 infliximab 정맥주사는 첫 주사 시 아나필락시스 등을 고려해 입원 후 모니터링을 하면서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단점은 투여에 1~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과밀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피하주사는 전신 부작용이 적고 자가로 약 10초 정도 안에 복부나 허벅지, 상완부 바깥쪽 등에 투여할 수 있다.

약동학적인 측면에서는 피하주사제의 투여 간격이 짧은 대신 용량을 낮춰서 맞기 때문에 혈중 약물 농도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원하는 수준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정맥주사에 비해 2주의 한 번이라는 잦은 투여 기간은 단점이 될 수 있다. 

- 임상에서 infliximab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변경하는 사례가 있나 
최근 생물학적 제제의 트렌드는 관해유도기 때 정맥주사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관해유지기에는 피하주사로 안정적인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보통 약효가 떨어지면 증량을 고려하는데,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반응이 떨어졌을 때 용량을 올리는 것보다는 투여 간격을 좁히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아, 피하주사제로의 전환이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실제 램시마SC가 출시되면서 기존에 램시마IV로 증상 없이 관해 유지가 잘 되는 환자에 대해 램시마SC로 바꾸는 경우가 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정맥주사의 약물 용량 증량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기 때문에, 약효가 떨어지는 시점에 피하주사제로 바꾸면 약물 농도를 안정적으로 높이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램시마SC Switching study 결과의 의미는
최근 여러 국제학술대회에서 고용량의 infliximab 정맥주사를 투여한 환자에서도 피하주사제로 전환 시 약물 농도의 안정적 유지 또는 유의한 증가와 함께 그로 인한 항체 생성률 감소 등의 이득이 있을 수 있음이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실시한 REMSWITCH study에서도 고용량의 램시마IV 투여 환자들을 램시마SC로 전환하고 6개월간 관찰했을 때 재발률이 10% 미만으로 상당히 낮았으며 원래 표준 용량을 쓰는 군에 비해서도 더 높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약물 농도는 오히려 정맥주사 때보다 높게 유지됐기 때문에 일부 환자에서는 고용량 제제를 쓰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피하주사제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되며, 임상에서도 실제 경험하고 있다. 

-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시장, 전망은?
전 세계적으로 생물학적 제제 처방이 많은 게 사실이다. 램시마는 나아가 정맥주사와 피하주사라는 두 가지 제형을 갖고 있으므로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 생각하고, 환자에게는 편의성 측면에서 피하주사제가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활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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