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표적장기손상·심혈관질환과의 밀접한 연관성 강조
백의·가면고혈압 원인의 불필요한 약물치료 예방효과

대한고혈압학회 가정혈압포럼이 가정혈압 관리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에서는 가정혈압의 임상적 중요성, 올바른 측정방법, 가정혈압 관련 해외학회의 진료지침 내용, 최근의 모바일 혈압측정 관련내용도 함께 정리했다. 학회는 가정혈압의 임상적 중요성이 다양한 근거로 구축되고 있는 가운데 임상현장에서 더 많이 가정혈압 측정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지침에서 제시한 2016년 가정혈압 측정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가정혈압 측정이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89.4%인데 비해 ‘환자에게 가정혈압을 측정하도록 권유’하는 경우는 49.7%로 나타났다.

가정혈압의 임상적 중요성

지침에서는 가정혈압이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손상을 예측할 수 있고 심혈관질환 예후를 예측하는데 유용한 도구라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가정혈압과 장기손상 예후 간  연관성을 평가한 근거들에서는 가정혈압을 철저하게 조절할 경우 일반적으로 조절했을 때보다 좌심실 비대 소견이 더 낮았고, 높은 가정혈압은 높은 진료실혈압보다 좌심실 근량 증가나 좌심실비대와 연관성이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침 가정혈압이 진료실혈압이나 저녁 가정혈압보다 좌심실비대와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에서는 단백뇨, 경동맥내막중막두께도 진료실혈압보다 가정혈압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지침에서는 궁극적으로 가정혈압이 심혈관질환 위험 예측에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양한 근거에서 가정혈압은 진료실혈압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률, 주요장기 손상에 더 높은 연관성을 보고했다. 이에 관련해 일본 오하사마(Ohasama) 지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가정혈압이 1mmHg 상승하면 전체 사망률, 심혈관 사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핀란드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가정혈압이 10mmHg 상승하면 심혈관 위험이 1.22배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가정혈압 적응증

진료지침에서는 가정혈압을 진료실혈압 측정 보조수단으로 권고하고 있다. 진료실혈압으로는 백의고혈압, 가면고혈압, 아침고혈압, 야간고혈압 등 형태에 대한 진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년 진료지침을 통해 가정혈압 측정을 권고했고(권고등급 Ⅰ, 근거수준 A), 정확한 가정혈압 측정을 위해 모든 환자에게 가정혈압 측정법을 교육하도록 권고했다(Ⅰ, C). 특히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을 사전에 배제하는데 유용하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가정혈압 측정 혈압계

지침에서는 가정혈압 측정은 진동법 혈압계로 국한돼 있다는 점을 먼저 제시했다. 청진법이나 반자동 혈압계는 권고되지 않았다. 진동법을 이용한 혈압 측정 기기는 자동식 전자 혈압계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혈압계가 여기에 해당하지만, 비수은혈압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혈압계는 측정하는 부위에 따라 손가락혈압계, 손목혈압계, 위팔혈압계가 있지만, 손가락혈압계는 말초 혈관 수축 여부에 따라 측정값이 변하고 측정위치가 심장에서 너무 멀어 혈압변동이 심할 수 있고, 팔의 높이가 심장 높이와 같지 않을 때는 부정확한 측정값이 얻어질 수 있다며, 권고대상에서 제외했다.

손목혈압계는 요골 동맥의 혈압을 측정하는 혈압계로 손가락혈압계보다 정확하지만, 손가락혈압계와 동일하게 손목의 높이가 심장의 높이와 같이 않거나 손목을 굽히거나 젖히는 자세에 따라 부정확한 측정값을 얻을 수 있다.

또 손목 압박 시 요골 동맥이 완전히 압박되지 않으면 요골 동맥과 척골 동맥 진동파의 영향을 모두 받아 혈압 평가를 위한 정확한 알고리듬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부정확해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았다. 단 비만이나 노인 환자 등 위팔 혈압을 측정하기 힘든 경우에는 고려하도록 했다.

위팔혈압계는 대규모 고혈압 임상연구에서 가장 믿을만한 기기로 확인됐고, 국제적으로도 위팔혈압계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진료지침에서는 올바른 혈압 측정을 위해 국제적으로 검증된 기종의 선택과 팔 둘레에 맞는 적절한 크기의 커프를 선택하고 측정값은 자동으로 저장되는 기기를 고를 것을 당부했다. 최근에는 불규칙 맥박 감지, 블루투스 기능 포함 기기 등 200여종이 검증돼 사용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노인, 임산부, 소아, 팔 둘레가 매우 얇거나 두꺼운 환자, 동맥경직도 등 환자 특성에 따른 오차는 고려하도록 했다.

한편 지침에서는 “진동법 자동혈압계는 진동파의 최대 진폭과 진동비율, 표준 지표들을 이용해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평균 혈압으로부터 도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고 설명하면서도, “세부적인 기기의 알고리듬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진동법 자동혈압계의 검증 프로토콜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점 및 제한점

지침에서는 가정혈압이 주간활동혈압과 다르게 장기간 측정이 용이하고, 측정방법이 간편하며, 측정할 때 불편함이 없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가정혈압을 통해 환자의 직접 참여를 통해 치료에 대한 순응도가 높아지고, 고혈압 관련 약물 사용을 줄임과 동시에 고혈압의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유도하게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제한점에 대해서도 별도로 정리했다. 우선 진동법 자동혈압계로 측정하는만큼 중증 부정맥 환자에서는 측정값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산부의 경우 체액량과 심박출량 증가, 말초혈관저항 감소, 맥압 증가의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진동법을 사용하는 가정혈압 측정값이 부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임산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면 중 혈압측정도 가정혈압의 약점으로 꼽았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야간고혈압 동반 여부, 수면 중 혈압저하(nighttime dipping), 아침혈압 상승(morning surge) 평가가 어렵다고 적시했다.

모바일기기의 현주소

이번 지침에서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혈압측정 전략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국내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70세 이상 인구에서도 40%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침에서는 모바일 기기의 감지센서와 신호분석으로 혈압을 측정하기 위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발표되고 있고, 일부는 의료기기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아직 광센서(photoplethysmor-graphic sensor)의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혈압측정 장소 주변에 근적외선(near-infrared) 광원이 있으면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가 적절한 훈련을 받았어도 자가 측정 시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안정된 자세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오차가 다 커진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의 제한점도 정리했다.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측정계로 얻은 혈압계를 스마트폰 혈압측정 앱에 주기적으로 입력해 보적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기존 혈압계로 혈압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손목을 바꾸면 보정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도 양팔의 혈압 차이에 대한 오차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30~40대에서 고혈압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고혈압 관리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다는 잠재적 혜택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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