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 혈액병원 조병식 교수팀, 항암치료 합병증·생존율 예측 유용성 입증
신체기능·우울척도, 치료 관련 사망률·생존율 예측에 유용한 지표로 확인

(좌부터)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조병식 교수, 민기준 교수.
▲(좌부터)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조병식 교수, 민기준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노인포괄평가가 고령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초기 치료 선택에 유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혈액내과 조병식 교수팀(교신저자 조병식, 제1저자 민기준)은 고령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노인포괄평가를 통한 표준 항암화학요법 후 합병증 및 생존율을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노인포괄평가는 환자의 신체기능, 인지기능, 정서상태, 영양상태, 사회적 지지기반 및 약물복용 등 항암치료 순응도 및 회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항목들을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환자별 차이점에 기반한 정확한 예후 예측에 도움이 돼 다양한 암에서 치료 전 고령 환자 평가에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급성 골수성백혈병에서는 노인포괄평가의 유용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됐었다. 

연구에서는 2016~2019년 표준 항암화학요법을 이용해 치료받은 60세 이상 고령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치료 전 노인포괄평가를 시행해 다양한 평가항목 중 어떤 항목들이 치료 관련 합병증 및 사망률·생존율 예측에 유용한지 분석했다. 

실제로 표준 항암치료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환자들의 92%가 1개 이상의 항목에서 이상소견을 갖고 있었다. 

특히 균형잡기, 보행, 앉았다가 일어나기 동작으로 구성된 간편신체기능검사(SPPB) 결과 신체기능 이상이 확인되거나,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MMSE-KC) 결과 인지기능장애가 확인되는 경우 항암치료 기간 중 합병증 위험이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감염 합병증 위험도는 신체기능이상이 확인된 경우 3.0배, 인지기능장애가 확인된 경우 2.7배 증가했다. 급성신부전의 위험도는 신체기능이상이 확인된 경우 3.9배 증가했다. 또 인지기능장애가 있는 환자의 입원기간이 연장돼, 40일 이상 입원하게 될 가능성 4.2배 커졌다. 

아울러 간편신체기능검사(SPPB) 또는 단축형 노인우울척도검사(SGDS-K) 항목의 이상은 치료 관련 사망률·생존율을 예측하는 유용한 지표임을 확인했다. 보행속도 및 앉았다 일어나기 속도 등 세부 항목에 따라 사망률은 2~3.6배, 비재발 사망률은 1.9~3.8배 증가했다. 

이어 노인포괄평가에서 생존율 예측에 유용한 항목들을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생존예측모델에 포함시킨 결과, 정확도가 9~23% 의미 있게 향상됐다.

이번 연구에서 노인포괄평가 방법은 고령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숨겨진 장애를 발견하는 데 유용하고 특히 신체기능, 인지기능, 및 정서상태의 장애는 치료과정에서의 합병증 발생 위험도 및 생존율을 예측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개별 환자의 적절한 치료 강도·종류를 선택하는 환자별 맞춤치료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선 가능한 장애는 적극적 치료를 통해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순응도 개선 및 전반적인 치료 성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는 동양에서 고령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노인포괄평가의 유용성을 입증한 최초의 전향적 연구로, 한글로 기재돼 한국인에게 검증되고 널리 사용하고 있는 한국형 평가도구를 활용했다. 

이는 기존 서양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지역, 인종에서 노인포괄평가의 임상적 유용성이 확보됐다는 의미가 있다. 고령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전 평가의 표준으로 사용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노인학/혈액종양 분야 전문가인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하이디 클레핀(Heidi Klepin) 교수는 특별 기고를 통해 "이번 연구는 표준 항암화학요법의 적합성 평가 방법으로 노인포괄평가의 유용성을 동양 환자에서 확인했다"며 "서양의 초기 연구의 결과를 효과적으로 검증했을 뿐만 아니라 항암치료 과정에서 합병증 예측에도 효과적임을 새롭게 발견했다. 노인포괄평가가 백혈병 환자의 치료 적합성 평가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조병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포괄평가는 진료 현장에서 고령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초기 치료방법 선택 지표로 활용돼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후속으로 백혈병 진단 시 발견된 신체, 정신, 인지장애를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개선시켜 항암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검증하는 연구와 저강도 항암치료에서 노인포괄평가의 역할 분석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혈액학회 공식 저널인 Blood 1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번 논문은 미국 의사들이 확보해야 하는 CME(의사연수교육평점) 취득을 위한 논문 및 포스텍 생물학 연구정보센터(BRIC)가 소개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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