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N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경구 및 국소치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오피오이드, 장기간 치료 효과 근거 부족하고 위험
나트륨 채널 차단제 추가…총 네 가지 계열 약물 권고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가 미국신경과학회(AAN)가 권고하는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에서 제외됐다.

AAN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경구 및 국소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 환자에게 오피오이드를 처방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대한 장기적 치료 효과 근거가 부족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피오이드가 제외된 자리에는 나트륨 채널 차단제가 새로 이름을 올리며 총 네 가지 계열의 약물들이 치료제로 권장됐다. 

AAN은 2011년 발표한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가이드라인 중 치료 권고안을 업데이트해 Neurology 1월호를 통해 발표했다(Neurology 2022 Jan 4;98(1):31~43).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AAN 전문가 위원회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해 2008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발표된 100개 이상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 데이터를 검토했다.

가이드라인 저자인 미국 미시간대학 Brian Callaghan 교수는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일반적이면서 개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최신 근거를 바탕으로 신경과 전문의 및 다른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말초 신경병증성 통증·기능·삶의 질 등 평가 먼저

AAN은 치료제 권고에 앞서 의료진에게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말초 신경병증성 통증과 함께 통증이 기능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권고했다.

당뇨병 환자의 16% 이상에서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발생하지만 의료진은 환자와 증상에 대해 논의하지 않아 통증 치료가 종종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은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 환자의 통증 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분 또는 수면 문제 등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주문했다. 

오피오이드 '트라마돌'·'타펜타돌' 비권고

2011년 가이드라인에는 오피오이드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만성, 비암성 통증에 대한 오피오이드 사용은 2014년 AAN 성명서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라 강력하게 권장되지 않는다. 

오피오이드의 장기간 효능에 대한 근거가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으며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오피오이드의 위험과 장기간 효능 부족이 보고됐다. 

이에 AAN은 오피오이드가 장기적으로 만성 통증 및 기능을 개선하는지에 대한 유효성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재 근거는 용량 의존적으로 중증 위해 위험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오피오이드 및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의 이중 작용 메커니즘 약물인 트라마돌과 타펜타돌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에 권고하지 않았다. 

만약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게 트라마돌과 타펜타돌을 처방 중이라면, 의료진은 이들 약물을 안전하게 감량할 수 있는 치료옵션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대체 가능한 비오피오이드 치료전략을 논의하도록 주문했다.

Callaghan 교수는 "근거들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를 위해 오피오이드를 투약했을 때 위험이 혜택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므로 오피오이드를 처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TCA·SNRI·가바펜티노이드·나트륨 채널 차단제 권고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오피오이드의 공백을 메꾸듯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 나트륨 채널 차단제가 그 주인공이다.

Callaghan 교수는 "지난 가이드라인 이후 나트륨 채널 차단제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현재 이 약물이 치료에 권장되고 있다"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다른 계열의 약물만큼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신경병증성 통증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진 약물인 △삼환계 항우울제(TCA) △SNRI △가바펜티노이드 △나트륨 채널 차단제 등 네 가지 계열 중 하나를 선택해 처방하도록 주문했다.

네 가지 계열은 위약 대비 통증 개선에 대한 표준화된 평균차(SMD)가 중간 정도 효능 절단값(cutoff)인 0.5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위약과 비교해 계열별 통증 개선에 대한 SMD는 △가바펜티노이드 0.44 △SNRI 0.47 △나트륨 채널 차단제 0.56 등으로 유사했다. TCA의 SMD는 0.95로 효능 크기가 가장 컸으나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계열별 약물의 경우 TCA는 △아미트립틸린 △노르트립틸린 △이미프라민, SNRI는 △둘록세틴 △벤라팍신 △데스벤라팍신, 가바펜티노이드는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나트륨 채널 차단제는 △카바마제핀 △옥스카바제핀 △라모트리진 △라코사미드 등이 있다. 

이어 초기 약물로 통증이 의미 있게 개선되지 않거나 심각한 이상반응이 발생한다면 다른 계열의 약물로 치료하도록 권고했다.

"치료옵션 많아 환자별 치료계획 세울 수 있어"

통증 완화를 위한 국소, 비전통적 또는 비약물적 중재 시도에 관심 있는 환자에게는 캡사이신, 글리세릴 트리니트레이트 스프레이, 시트루루스 콜로신디스(Citrullus colocynthis), 운동, 명상, 인지행동치료 등을 중재법로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Callaghan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약물과 국소치료는 통증을 제거하지 못하더라도 완화할 수 있다고 확인됐다는 게 중요하다"며 "좋은 소식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를 위한 치료옵션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자별 치료계획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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