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간 부족으로 전문의 불합격...처분취소 청구했지만 기각
복지부 "정직 및 수련 미참여 8개월 중 7개월 추가 수련해야"
추가 수련 마치고 수료증 받은 후 전문의 시험 응시 가능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인력이 부족한 외과에서 병원의 요청으로 일찍 근무를 시작했더라도 전문의 수련 규정에서 정한 전공의 수련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련을 일찍 종료시켜 주겠다'는 외과과장의 각서도 법령 취지에 맞지 않고 당사자간 합의에 따른 임의근무에 그친다는 것이다.

또한 필수이수사항 완료 등을 이유로 병원에서 전공의의 업무 강도를 완화해줬더라도 수련기간 인정 권한은 병원이 아닌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봤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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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낸 전문의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2014년 9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를 예정으로 B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이수했다.

그러던 중 2015년 9월 A씨는 병원장으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아 해당 기간 동안 수련과정을 이수하지 못했다.

이후 병원장은 A씨의 재직기간을 2014년 9월 1일부터 2018년 11월 11일(수료예정)으로 기재한 '수료(예정)·수련증명서'를 발급해줬다.

이를 바탕으로 A씨는 전문의자격시험 1차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2차 시험에도 응시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지조사를 실시해 2018년 3월부터 A씨의 서명이 없고, 외과 전공의 근무 일정표에도 A씨가 빠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B병원의 부원장, 수련부장으로부터 'A씨는 2018년 3월부터 진료 등 수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이에 복지부는 7개월의 추가 수련을 실시하도록 조치했고, 전문의 2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서도 A씨를 제외해 불합격처분을 했다.

 

"전공의 개인별로 시기 다르면 수련 여부 확인 어려워"

R4에 낮은 강도로 근무하고 진료에는 참여? "증명 부족"

A씨 측은 복지부의 전문의 불합격처분이 정당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초 2014년 9월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외과의 인력난을 이유로 5월부터 수련을 시작해 달라는 부탁을 병원으로부터 받았다.

외과장 교수로부터는 수련을 일찍 시작한 만큼 일찍 종료시켜주겠다는 각서를 받았기 때문에 원래 수련기간은 2014년 5월~2018년 4월이라고 주장했다.

즉 정직처분 및 휴직으로 인해 수련을 받지 못한 기간 중 7개월을 추가수련받아 최종 수련 종료일은 2018년 11월 12일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3월 이후 진료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복지부의 판단도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2018년 3월 경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서 정하는 필수이수사항을 이미 완료했고, 일찍 수련을 시작한 점을 감안해 병원이 같은 해 4월부터 업무 강도를 완화해줬다는 것이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11월까지는 병원장 지시에 따라 병원 외 장소에서 논문을 작성하거나, 병원에 인력이 부족한 경우 병동 업무를 보는 식으로 복무했다"며 "병원장이 지시한 진료 등 수련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A씨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우선 병원 외과장이 작성해준 각서와 급여지급 내역서에 의하면 A씨가 2015년 5월부터 B병원에 근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근무기간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임의근무에 그친다고 봤다.

현재 전공의 수련기간은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이며 수련연도는 3월 1일부터 다음해 2월 말일까지다.

예외적으로는 의과대학의 졸업시기(2월) 및 전문의 자격시험(1월) 등을 고려해 '9월 1일부터 다음해 9월 31일까지'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전공의 개인별로 수련연도의 시기와 종기를 달리하면 법령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수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병원 측 요청으로 5월부터 근무했다고 해도 임의근무일뿐 9월 이전의 근무기간은 수련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A씨의 원칙적인 전공의 수련기간은 2014년 9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인 셈이다.

재판부는 2018년 3월 이후 예정된 수련연도 마지막날까지 약 6개월간의 수련과정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서 정하고 있는 이수사항은 수술건수를 '최소 수술건수'로, 참석해야 하는 학술회의 횟수는 '~회 이상'으로 규정하는 점 ▲교과내용의 이수 여부에 따른 기간 단축에 대해선 규정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전문의가 되려는 전공의가 오랜 기간 수련을 받도록 한 취지는 다양한 임상경험을 습득하고 공유함으로써 전문의로서의 자질을 배양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A씨가 최소한의 교과내용을 모두 이수했더라도 그 이후 남은 수련기간 동안 수련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낮은 강도로 근무했을 뿐 진료 등 수련에 참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증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전문의가 되기 위해선 복지부에게 자격 인정을 받아야 된다'는 의료법을 근거로 전문의 자격인정 및 수련기간 판단 권한은 최종적으로 병원장이 아닌 복지부에게 있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A씨에게 정직 기간 2개월과 2018년 3월부터의 6개월의 미수련기간 중 1개월을 제외한 5개월을 합한 7개월을 수련기간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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