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영기 교수

한림대강남성싱병원 이영기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한림대강남성싱병원 이영기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만성콩팥병(만성신장질환)의 치료 목표는 크게 신질환 진행 지연과 합병증 관리 2가지로 나뉜다. 

투석을 시작해야 하는 말기신질환에 이르는 것을 늦추고, 만성콩팥병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및 감염 등의 발생을 줄이는 게 핵심이라는 의미다.

투석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되면 사망률, 입원율 등 환자의 예후가 나빠지고 의료비용 지출이 많아져 경제활동에서도 이전보다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만성콩팥병에서 투석 지연은 환자 예후 및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아직 만성콩팥병 환자의 치료법은 없지만 최근 요독물질을 제거하면 신질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영기 교수(신장내과)를 만나 만성콩팥병 환자의 치료 목표 및 방법, 요독증 관리와 연구 현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요독증은 무엇이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말기신질환 환자에서 신장(소변)으로 노폐물(요독물질)이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요독물질은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로 여러 종류가 있으며 식욕부진, 영양결핍, 빈혈, 가려움증, 피로감, 수분·전해질 이상, 대사성산증, 만성염증, 감염증, 심혈관질환, 뼈질환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투석시작 초기에만 발생하는 문제 또는 투석치료로 대개 호전되는 문제도 있지만, 가능한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거나 진행하는 이상 사례도 있다.
   
- 만성콩팥병의 치료법과 관련한 연구는 무엇이 있나?

사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완벽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이에 혈압 및 혈당 조절, 단백뇨 조절, 빈혈 관리, 심혈관 합병증 예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지만 요독물질을 제거할 시 신질환 진행이 지연된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그 예로 레나메진은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경구 흡착제인데, 기존에 사용한 약물이 파우더 형태였던 것에 비해 캡슐 형태로 만들어져 복약 순응도를 높인 약물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레나메진 사용이 신기능 감소를 지연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레나메진 투여 6개월 후의 여러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관찰연구다.

- 연구 결과는 어땠나?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2~5mg/dL인 만성콩팥병 환자 1149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적 규모가 큰 임상 연구였다. 이 중 약물 효과와 안전성 평가가 가능했던 686명을 분석했고 24주간(6개월) 레나메진을 투여한 결과 사구체여과율의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65세 이상과 수축기혈압 130mmHg 이하 환자들, 다시 말해 혈압조절이 잘되던 환자들에게서 효과가 좋았다

- 코호트 연구인 점을 고려할 때 이상사례와 복약순응도는?

전체 이상반응은 9.2%였으며 임상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부작용은 없었다. 약제 관련  이상반응은 3.6%로서 이 중 위장관 증상이 2.6%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피부증상, 부종, 근력감소가 각각 0.2~0.3% 정도였다. 

레나메진의 처방 기준은 하루 6그램·21개 캡슐 복용인데, 대상 환자들의 평균 복용량은 5.5그램·19.3캡슐로 나타나 전체적인 복약 순응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평가된다(76.8%).  

또 해당 연구에서 관찰하진 않았지만 파우더 형태였을 때보다 복약 순응도가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연구들도 있다.

- 이번 연구의 한계와 향후 연구 방향은?

만성콩팥병의 일반적인 진행속도를 고려할 때, 연구의 관찰기간이 24주로 약물의 효과를 정확히 보기에는 짧았던 점이 아쉽다. 

또 환자의 영양상태, 혈당 조절, 단백뇨 등 만성콩팥병 진행 속도 및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함께 조사하지 못했던 제한점이 있다. 

아울러 1149명이라는 비교적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나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어 향후 무작위대조시험(RCT)이 진행된다면 약제 효과에 대해 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만성콩팥병의 진행 특성을 고려해 장기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가 2~5mg/dL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신기능 저하가 아주 심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면 레나메진의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 구형흡착탄의 치료 증례 또는 처방 케이스는?

이번 연구는 사구체여과율의 변화를 관찰했을 뿐, 성공이나 치료 실패치료 라는 개념으로 약제 효과를 평가하진 않았다.  

개인 경험상 신기능 저하가 심하지 않은 환자들에서 레나메진 치료를 통해 혈청 크레아티닌이 좋아지는 경우들이 있었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신기능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일정 기간 약제 복용 후 투여를 중단해도 신기능이 잘 유지되는 환자들도 있다. 

-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고, 식사에도 제한이 따르며, 여러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등 육체적·정신적·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이 있다. 

신기능이 많이 감소해 투석치료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준비된 투석을 시작한다면 신기능을 대신해 줄 수 있다. 교육을  통해  나에게 맞는 투석방법을 미리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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