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급 화이자 26%·모더나 13% 인상...변이 확산에 부스터샷 도입 원인
"백신으로 이익 챙기겠다" 선언한 두 기업에 외신들 비판 목소리↑
한국 mRNA 백신 공급 차질 예상...업계 "정부, 협상력 잃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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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특허 면제를 강하게 거부해왔던 화이자와 모더나가 가격 인상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내년 코로나19 mRNA 백신을 공급받아야 하는 한국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일제히 "백신으로 이익을 챙기겠다"고 선언한 두 기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국내 업계에서는 정부가 협상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가격 인상 선언...쏟아지는 비판

영국 파이낸셜타임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유럽연합(EU)에 공급되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인상한다고 전했다.

화이자 백신은 15.5유로에서 19.5유로로 25.8%, 모더나 백신은 22.6달러에서 25.5달러로 12.8% 가격이 오른다.

그동안 여러 국가에서 특허 면제 요청을 요구했던 mRNA 백신을 개발한 두 회사는 이를 거부할뿐더러 가격까지 인상한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백신 가격 인상은 이윤을 챙기겠다는 목적과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상황이 맞물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두 회사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이익을 챙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즈와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의회 하원 청문회에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으로 이윤을 남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날 모더나 스테판 호게 의장은 "코로나19 백신을 실비만 받고 판매하진 않겠다"고 언급했다.

화이자 존 영 최고사업책임자(CBO)도 "백신으로 이윤을 얻을 생각"이라며 "현재 상황은 매우 특수한 상황으로, 이를 백신 가격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mRNA 백신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던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이 미국과 유럽에서 긴급사용 승인이 늦어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부스터샷 도입 필요성이 커지면서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똑같이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얀센이 이윤을 내지 않겠다고 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외신들은 일제히 두 회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가디언은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얀센 등 비영리 노선을 걷는 제약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 등장을 이윤과 연결시킨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부스터샷이 도입되면 백신 접종률이 낮은 후진국에서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우려가 높고, 백신 물량을 다수 확보한 선진국 위주의 접종은 향후 백신 수급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펜데믹 종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이다.

포브스는 "두 기업의 mRNA 기술은 미국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여러 연구가 쌓여 탄생한 기술"이라며 "두 기업은 이미 투입한 비용을 회수했을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형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NBC도 "부스터샷의 필요성은 과대포장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제약사 경영진의 탐욕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격 인상 타격 불가피한 한국 
업계선 "야당의 참견, 정부 협상력 잃게 했다" 평가 나와

한국도 가격 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백신을 한국보다 먼저 인상된 가격에 계약하면 추후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가격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는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도입될 백신은 이미 계약이 체결돼 가격에 영향이 없다"면서도 "협의하고 있는 내년 계약은 영향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화이자, 모더나 이외에 mRNA 방식 백신이 더 개발되면 용이한 협상이 진행될 텐데 그렇지 않아 내년 백신 계약을 검토하는 데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며 "앞으로 mRNA 방식뿐 아니라 노바벡스와 같은 합성항원방식 백신 도입도 조율하면서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협상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신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이를 구매하려는 곳은 전 세계의 국가이다보니, 협상에서 공급자가 비교열위에 빠지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A 관계자는 "국회, 특히 야당에서 한국 정부가 mRNA 백신을 구하지 못한다고 압박하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고, 이는 정부가 협상력을 잃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간에 문재인 대통령 방미 당시 모더나 CEO가 구매 물량 확보 전까지 만나지 않겠다고 해 급하게 물량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모더나와의 계약 조건에 독소 조항이 많다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업계 B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가격 인상으로 협박해도 아무말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한국은 협상력을 잃은 것"이라며 "이는 한국 정부가 백신을 구하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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