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산 중 면역학 요인 20~50%
과잉 면역체계 완화 통해 임신 유지 효과 높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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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결혼한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성관계를 가져도 자연적으로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난임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난임 인구는 22만명을 넘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난임 부부 중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반복적으로 유산을 경험하는 습관성 유산은 난임 부부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습관성 유산은 유산 경험 횟수가 늘어날수록 유산 확률이 높아진다. 세 번 유산한 경우 네 번째 유산 확률은 30%, 네 번 유산 후 다섯 번째 유산 확률은 40~50%까지 치솟는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 해부학적 요인, 내분비적 요인, 감염 요인, 면역학적 요인, 기타 요인 등이다. 이 중 면역학적 요인의 항인지질항체 증후군과 유전적 요인의 유전적 혈전성향증은 혈전 요인으로 따로 분리하기도 한다.

습관성 유산을 일으키는 요인들의 빈도는 부모로부터 기인된 유전적 요인은 3~6%, 면역학적 요인이 20~50%, 해부학적 요인이 12~16%, 내분비적 요인 17~20%, 감염 요인이 0.5~5%, 기타 요인이 1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즉, 습관성 유산의 상당 부분은 면역학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태아 공격하지 않는 면역글로불린요법 면역학적 요인은 임신부의 면역체계가 배아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배아를 제거하거나, 배아 성장을 억제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임신 과정에서 태아는 임신부의 일부지만 절반은 외부에서 들어온 정자 세포가 포함돼 있어 임신부의 면역체계가 외부 물질로 인식해 태아를 공격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자궁은 면역체계상 이런 외부물질에 대한 공격을 덜 하는 immune tolerance (면역 관용)가 적용돼 태아를 공격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면역반응이 과도한 임신부는 면역체계가 태아 성장을 억제하고, 태반으로 들어가는 혈류를 방해해 유산이 된다. 동종면역거부반응의 원인 기전으로 NK cell의 활성화 및 말초 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성공적인 임신을 위해서는 NK cell에 대한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며 임신 전 또는 임신 초기의 말초혈액 내 어느 특정 NK cell의 수적 증가는 습관성 유산의 원인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면역학적 요인에 따른 습관성 유산을 막기 위해서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혈액제제인 정맥 내 면역글로불린 요법을 통해 면역학적 요인의 습관성 유산을 치료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요법은 전신의 NK cell 활성을 저하시키며, 특히 착상 부위의 NK cell의 활성을 억제시켜 유산을 방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임상연구에서 2회 이상 연속적으로 세포성 면역 이상으로 유산을 경험한 환자에게 임신 4~6주부터 30주까지 3주 간격으로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체중 kg당 0.4 g씩 투여했을 때 출생률이 84.7%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Am J Reprod Immunol. 2016).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와 비교하면 효과는 더 뚜렷해진다. 반복적으로 유산한 환자에게 임신 3개월까지는 3주 간격으로 체중 kg당 0.4 g씩 투여하고, 이후 36주까지 4주 간격으로 0.2 g씩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투여한 결과 출산율은 96.3%였다. 하지만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하지 않은 그룹은 30.6%에 불과했다.

특히, 착상에 실패하는 난임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배아 이식 전 24시간 내, 임신 15일, 이후 3주 간격으로 체중 kg당 0.4 g씩 투여한 결과 임신 성공률이 93.8%에 달한 반면, 미투여군의 임신 성공률은 26.2%에 그쳤다는 것이다(Am J Repod Immunol. 2014).

다수의 국내 및 해외 임상연구로 면역글로불린 제제의 습관성 유산에 대한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지만, 치료 프로토콜에 대한 합의나 지침이 정립된 바 없었다. 이에 2017년 대한생식면역학회는 습관성 유산 환자에 대한 정맥 내 면역글로불린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면역 이상으로 인한 습관성 유산, 반복된 착상 실패 환자에게 말초혈액 NK cell 백분율과 세포독성(cytotoxicity), 사이토카인 Th1/Th2 비율 검사를 기반으로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권고했다(evidence level A).

하지만, 면역학적 요인에 따른 습관성 유산을 치료하기 위한 면역글로불린 요법은 까다로운 건강보험 기준으로 인해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난임 가족들은 지난 2019년 면역글로불린 제제 사용을 위해 유산 3회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청와대 국민 게시판에 청원한 바 있다.

난임 가족들은 유산을 경험할 때마다 괴롭고 힘든 일이라며, 정부가 보장성 강화와 저출산 문제 대책을 추진하면서 습관성 유산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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