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독일, 교차접종 효능∙안전성 발표..한국 등도 연구 착수
교차접종, 에볼라∙HIV서 시도된 낯익은 전략
“안전성 확보 시 더 없이 좋은 방책”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발단은 백신 수급 불균형이다.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교차접종을 허용하면서 1차 아스트라제네카(AZ) – 2차 화이자 백신 등의 조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근거는 타국이 제시한 연구결과다. 스페인, 독일은 임상시험에서 교차접종의 효능∙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영국 등도 이런 발자취를 따르고 있어 관련 데이터는 풍부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차접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에볼라 예방에 우수한 면역반응을 보인 이력이 있다. 이런 가능성을 코로나19에 대입하면 변이 바이러스 방어에 역할이 기대된다. 국내 전문가는 안전성 확보 시 교차접종이 코로나19 대응에 더 없이 좋은 방책일 것으로 평가했다.  

스페인∙독일 연구, 교차접종 가능성 제시

코로나19 예방에 긴급사용승인된 백신은 AZ의 ‘ChAdOx1-S’, 얀센의 ‘Ad26.CoV2.S’, 화이자의 ‘BNT162b2’, 모더나의 ‘mRNA-1273’ 등이다.

이들 백신은 플랫폼이 다르다. AZ와 얀센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기반이며, 무해한 바이러스를 전달수단으로 활용해 항체 형성을 유발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mRNA 기반으로 체내 면역반응을 학습시켜 항체를 형성한다.

AZ,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2회에 걸쳐 접종이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제품을 교차 사용하는 방식은 효능∙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페인과 독일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 연구팀은 ‘CombivacS’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시험에는 60세 미만 성인 676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1차로 AZ 백신을 접종한 상태였다.

연구팀 참여자들을 화이자 백신 투여군 또는 관찰군으로 나누고 경과를 지켜봤다.

그 결과, 14일 경과 시점 면역글로불린G-수용체결합도메인(IgG-RBD)은 교차접종군에서 71.46(BAU/mL)으로부터 7756.68로 증가했다. 삼합체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IgG는 98.4에서 3684.87로 늘었다. 중화항체 형성률은 교차접종군에서 100%였다.

이상반응은 주로 경미했다. 주요 이상사례는 주사부위 반응, 두통, 접종부위 경화, 근육통 등이었다. 심각한 이상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AZ –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은 강력한 면역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이상반응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를란트대 연구팀은 21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참여자 중 55명은 AZ 백신 2회 접종, 64명은 화이자 또는 모더나의 mRNA 백신 2회 접종 그리고 97명은 AZ – mRNA 백신 교차접종을 마쳤다.

연구팀은 각 접종 형태별 IgG 수치를 살펴봤다.

그 결과, IgG 수치는 교차접종 그룹 3602, mRNA 백신 2회 접종 그룹 4932, 그리고 AZ 백신 2회 접종 그룹 404였다. 중화항체 활동성도 3개 그룹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교차접종 그룹과 mRNA 백신 2회 접종 그룹에서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교차접종은 항체와 T세포에 강력한 자극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IgG 수치는 mRNA 백신 2회 접종과 유사한 수준이었고, AZ 백신 2회 접종에 견줘 10배가량 높았다”고 안내했다.

스페인∙독일 연구는 아직 피어리뷰(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만큼 확증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교차접종과 관련해 우려하는 점도 근거 부족이다.  

다만, 일부 국가는 교차접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은 교차접종을 허용했고 캐나다는 교차접종을 우선 권고했다.

이런 가능성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검증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한국은 AZ –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다른 백신 조합에 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영국은 ‘Com-COV ‘ 연구에서 관련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AZ – 화이자와 더불어 모더나 - 노바백스 백신 조합을 평가한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등이 교차접종 검증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에볼라∙HIV서 시도된 낯익은 전략

교차접종은 낯익은 전략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분야에선 1990년대부터 교차접종의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T세포와 B세포를 동시 자극할 방안을 찾던 중 서로 다른 백신을 교차 접종하는 방향을 모색하게 됐다.

이런 동기는 DNA, mRNA, 바이러스 벡터 등 다양한 백신 플랫폼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교차접종은 에볼라에 대해 실제 효과를 증명했다. 얀센의 ‘잽데노(성분명:Ad26.ZEBOV)’와 ‘음바베아(MVA-BN-Filo)’가 결과물이다.

해당 제품은 유럽에서 승인됐다. 투여 방식은 잽데노 – 음바베아 순이다. 잽데노는 AZ 백신과 동일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기반했고, 음바베아는 폭스 바이러스 벡터에 기반했다. 이 조합은 면역반응 상승과 장기 유지에 일조했다.

비슷한 방식이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다. 스푸트니크V는 ‘프라임’과 ‘부스트’ 두 가지 백신이 서로 상이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갖고 있다. 임상성적은 예방 효과 91.6% 수준이었다.  

“안전성 확보 시 더 없이 좋은 방책”

국내 전문가는 안전성 확보 시 교차접종이 코로나19 예방에 더 없이 좋은 방책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방어에도 역할을 기대했다.   

향후 눈여겨볼 조합으로는 바이러스 벡터 – 단백질 백신을 꼽았다.

가톨릭대 남재환 교수(의생명과학과)는 “스페인, 독일 연구 결과는 예상 가능했다”며 “백신의 플랫폼을 바꿔 교차접종하면 면역효과가 커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고, 안전성이 관건이었는데 연구결과를 보면 크게 걱정할 이슈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교차접종 순서는 1차 바이러스 벡터 백신, 2차 단백질 또는 mRNA 백신이어야 한다”며 “순서가 바뀌면 안되는 이유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T세포를 잘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조합으로는 바이러스 벡터 – 단백질 백신을 선정했다.

남 교수는 “1차에서 바이러스 벡타 백신이 유도한 T세포를 단백질 백신으로 2차 부스팅하면 높은 수준의 면역 효과, 특히 중화항체를 유도할 수 있다”며 “이 면역학적 기전은 많은 연구를 거친 사안”이고 말했다.

교차접종의 전망에 대해서도 짚었다.

남 교수는 “교차접종이 임시방편을 넘어 지속 사용될지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몫”이라며 “개인적으로 안전성만 확보되면 교차접종이 더 없이 좋은 방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면역회피를 막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백신으로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가용한 여러 플랫폼 백신을 잘 조합해 교차접종한다면, 같은 종류의 백신을 2회 접종하는 전략보다 훨씬 높은 중화항체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좋은 방어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보다 적극적인 교차접종 전략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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