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팀, 2번째 '잉여' 손가락에 단순 절제 지침 제시
김재광 정형외과 교수 "당일 수술로 빠른 회복 가능...환자 부담 덜 것"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국내 연구팀은 최근 손가락 수가 정상보다 많은 '다지증'에는 손가락 뼈 형성 정도에 따라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김재광 교수팀(정형외과)은 한쪽 엄지손가락이 2개 이상이면 비교적 작고 기능 없는 손가락 뼈 형성도에 따라 수술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저형성증에 해당하는 엄지손가락 다지증(좌)과 저형성증이 아닌 엄지손가락 다지증(우).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저형성증에 해당하는 엄지손가락 다지증(좌)과 저형성증이 아닌 엄지손가락 다지증(우).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김 교수팀은 특히 엄지손가락 2개 중 '잉여지' 뼈 형태가 불완전하면 간단한 절제술을 시행하고, 뼈가 완전하게 형성된 경우에는 뼈·관절·힘줄에 대한 수술 및 변형에 대한 교정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엄지손가락 다지증을 분류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1969년에 개발된 '와셀-플랫(Wassel-Flatt) 분류법'이 사용됐다.

와셀-플랫 분류법은 엄지손가락 다지증을 7가지로 나누고 있지만, 잉여지의 뼈 형성 정도에 대한 구분이 없고 수술 가이드라인 역시 명확히 나눠져 있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김재광 교수(정형외과).
서울아산병원 김재광 교수(정형외과).

이번 지침 제시는 김 교수팀이 2016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 받은 엄지손가락 다지증 환자 200례에 대해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 

김 교수팀은 엄지손가락 다지증 200례를 기존 와셀-플랫 분류법에 따라 분류한 후 잉여지의 뼈가 불완전한 형태에 해당하는 76례를 '저형성 다지증'으로 분리해 구분 짓고, 저형성증 여부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저형성 다지증 경우에는 불완전하게 형성된 뼈에 살 조직만 붙어있어 간단하게 절제해 치료 가능하다. 당일 수술로 진행되며 회복도 빨라 수술 2주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반면 교수팀에 따르면 저형성증이 아닌 경우는 잉여지가 정상적인 손가락이나 뼈, 관절 등에 붙어있어 잉여지를 제거할 때 뼈 절제술이나 관절 재건술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또한 30~40%의 경우는 변형 교정을 위해 절골술이나 핀 고정술 등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저형성 다지증에 대한 별도의 분류체계가 없어 담당 의사의 경험에 의존해 수술 방법이 결정됐기 때문에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환자도 복잡한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앞으로는 저형성 다지증과 저형성 다지증이 아닌 경우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명확한 수술 계획을 수립해 엄지손가락 다지증 환자들의 부담을 덜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부외과 및 미세수술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유럽수부외과학회지(Journal of Hand Surgery-European Volume)'에 최근 게재됐다. 

한편 다지증은 손가락·발가락이 한쪽에 6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선천적 기형이고 약 85%는 엄지손가락에 생긴다. 손가락 발생 과정에서 분화가 중복되는 것이 원인이며 골관절·인대·살 조직의 크기와 형태, 배열에 따라 수술 정도와 범위가 다양하다.

엄지손가락 다지증은 단순 방사선촬영(X-ray)·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통해 진단하며, 상태에 따라 단순한 절제술이나 복잡한 재건술 등 수술로 치료한다. 손가락이 작을수록 수술이 쉽지 않고 변형을 판단하기 어려워 엄지와 검지 사이로 집기를 시작하기 전인 1세 이전에 수술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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