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장영섭 교수 인터뷰
만성전립선염 치료, 과거 항생제 위주 처방에서
증상에 따른 UPOINTS 분류법으로 다양해져

건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장영섭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건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장영섭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성인 남성이라면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 만성전립선염의 진료 현장은 1990년대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만성전립선염의 종류가 재정비되고 치료법도 이전보다 더욱 세밀하게 설계돼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시작은 지난 1995년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만성전립선염을 크게 네 종류로 나누면서부터다. 이후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만 생각되던 만성전립선염의 치료방법은 다양화의 길을 걸었다.

건양대병원 장영섭 교수(비뇨의학과)를 만나 만성전립선염의 증상에 따른 치료법과 새로운 치료 옵션의 중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만성전립선염은 '만성비세균성전립선염'으로 분류

2000년대 이전에는 만성전립선염을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만 생각해 장기간 항생제 처방 위주로 치료에 전념했다. 하지만 전립선염을 유발하는 비세균적 요인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만성전립선염의 정의도 다양해졌다.

NIH에서 분류한 만성전립선염은 크게 △급성세균성전립선염(제1형) △만성세균성전립선염(제2형) △만성비세균성전립선염(제3형) △무증상전립선염(제4형)으로 분류된다.

이 중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만성전립선염은 만성비세균성전립선염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염증성(3-A형)과 비염증성(3-B형)으로 나뉜다.

장 교수는 "만성전립선염이라고 부르던 병이 카테고리가 세분화되면서 만성골반통증증후군(Chronic Pelvic Pain Syndrome)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며 "만성골반통증증후군은 통증의 부위가 다양하고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단순 항생제만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균동정검사가 어렵던 과거에는 만성전립선염이 대부분 세균감염일 것으로 의심해 항생제와 소염제 위주의 처방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실제로 세균이 발견되는 전립선염은 전체의 7~10% 정도밖에 되지 않고 비세균성 전립선염이 오히려 많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금은 증상이 오래되고 과거력이 있는 경우 항생제 치료가 권유되지 않는다.

장 교수는 "이전에는 전립선염이 의심되면 세균성이 아니어도 무조건 항생제 치료만 하다 보니 치료도 제대로 안 되고 환자가 의료기관을 바꿔가며 방문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현재는 경험적으로 4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항생제 치료를 한 후 환자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법인 UPOINTS가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 증상 7가지 영역으로 분류한 'UPOINTS' 분류법

UPOINTS 분류법은 전립선염 환자의 증상을 7가지 영역으로 분류해 환자에 따라 다른 접근과 치료법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영역은 △Urinary(배뇨영역) △Psychosocial(정신사회영역) △Organ specific(특정장기영역) △Infection(감염영역) △Neurologic/systemic(신경학적영역) △Tenderness(압통영역) △Sexual(성적영역)이다.

장 교수는 "만성전립선염은 성인 남성의 50% 이상이 한 번쯤은 증상을 갖는 질환인데, 비뇨의학과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라며 "항생제 처방 위주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환자의 증상 호소 종류에 따른 UPOINTS 분류법을 기반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즉, 다양한 증상들이 얽혀있는 질환인 만성전립선염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주증상이 무엇인지, 병력은 어떤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의 상황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장기적인 통증이나 불편함 해소하는 제2의 옵션 필요

문제는 만성전립선염의 다양한 증상 중 배뇨영역, 정신사회영역, 특정장기영역, 성적영역 등은 병행할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이 다양하지만 장기적인 통증을 해소할 마땅한 약물이 없다는 점이다. 항생제를 계속 사용할 수 없어 장기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부족하다는 것.

장 교수는 "통증 관리 차원에서 부작용이 없는 보완 약물이 필요하다"며 "확실한 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제2 옵션으로 생약제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립선염에 사용이 가능한 대표적인 생약제제는 호밀의 화분에서 추출한 쎄닐톤이 있다. 쎄닐톤은 국내외 여러 치료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비뇨의학과 교과서 Campbell-Walsh Urology 등을 통해 만성골반통증증후군 치료에 권고되고 있다.

단지, 아직 논문 데이터가 많지 않아 생약제제에 대한 의구심 탓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약제제 외에 만성전립선염 통증치료를 보완할 두 번째 옵션이 없어 이를 무시하는 것도 난감하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생약제제의 치료 성과가 뛰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의문도 있지만 외국 논문과 교과서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만큼 흔히 사용하는 1차 약제에서 벗어나 두 번째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부작용 없이 증상 관리를 도울 수 있다면 만성전립선염 환자 치료에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만성전립선염은 다양한 증상 때문에 의사와 많은 대화를 하고 상담을 하며 적절한 치료법에 접근할수록 환자가 빠르게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불임 가능성 등 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생활에 집중하면서 UPOINTS 분류법을 통해 치료받으면 극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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