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시인이자 국회의원인 도종환의 처음 가는 길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처음이란 단어는 설레임을 간직하고 있지만 새로움이라는 두려움도 내포한다. 그래서 처음이란 단어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COVID-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한 자문단 회의 결과를 발표, 임상3상을 전제로 품목허가를 권고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가 '처음'으로 치료제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어 대한민국이 설레고 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분명히 하자.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회복기간을 3일,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는 5일 줄였으니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이를 뒷받침 할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의학계에서는 데이터의 신뢰도가 95% 이상 즉, P값이 0.05 이하여야 그 결과를 신뢰한다.

그러나 식약처의 발표에서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신뢰성의 지표라 할 수 있는 P값(유의 확률)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식약처는 렉키로나의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시간의 P값은 공개했지만, 정작 중등증 환자의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분명히 이유야 있겠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또 렉키로나 투여 환자의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뀌는 시간, 바이러스 음전에 대한 부분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음에도 마치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얼버무렸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 않았지만 렉키로나 투여 후 체내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관찰됐다는 이유다.

식약처의 발표를 보고 있자니, 첫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를 만들어주기 위해 불리한 데이터는 배제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

물론 기자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개발, 상용화되는 걸 마다하는 염세주의자는 아니다. 좀 더 엄격하자는 바람이다.

사실 식약처가 '처음'이란 단어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처음이 아니다. 

국산 첫 수술로봇이 개발됐을 당시에도 임상시험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처음이란 단어의 설레임은 문학적 감성에서나 해당하는 말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과 과학에서의 처음은 철저한 검증과 고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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