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 욕구 증가…외모 투자도 지속

 "올해는 예년같은 휴가 특수라는 건 없었어요. 기존 가격에 비해 30% 이상 파격 할인 행사도 해봤지만, 경기 불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네요."(A성형외과 원장) 경기가 좀처럼 상승세로 전환되지 못하면서 개원가는 여전히 불황의 그늘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폐업 병·의원의 수는 2006년 1901개에서 2007년 2147개, 2008년 2218개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정된 수가로 인해 환자수가 줄어든 급여 진료과목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동안 휴가철 특수를 누렸던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급여 진료과목까지 불황에 타격을 입고 있다.



보톡스·지방이식 등 저비용 성형으로 눈돌려
"엄마와 함께하는…" 가족애 자극도 한 방법
고객수 감소 여건은 비슷… 조급함 버리자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A성형외과의 경우 매몰법 쌍꺼풀 수술을 100만원에서 60만원까지, 사각턱 보톡스도 5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떨어뜨렸다.

B피부과 역시 80만원 하던 레이저 시술을 반값으로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고객들에게 알림 문자를 보냈다.

예약에 한해 평일은 10시까지, 주말에도 가능한 한 고객의 편의를 배려하며 시술을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보다 고객 수가 턱없이 줄어들면서 불황의 분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A원장은 "개원가 특히, 성형, 피부미용의 비급여 진료과목조차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많은 병·의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친절교육을 강화하고 여러가지 새로운 시장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B원장도 "지역 내에서 입지를 굳혀 탄탄한 고객을 확보하던 그동안에 비해 불황에 지속되고 경쟁 병원들까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 않던 온라인 마케팅에도 손을 써보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에 비해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불황을 이겨낼만한 좋은 방법은 없을까. 우선 불황을 오히려 역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불황으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돕는 "스트레스 클리닉"이 그 예다. 차병원, 동서신의학병원 등 많은 대학병원에서 도입한 스트레스 클리닉은 최근 정신과, 한의원 등 개원가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스트레스 클리닉은 스트레스 정도를 지수화해서 지속적인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며, 스트레스 정도나 건강 상태에 따라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환자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여성이 주 타깃 고객층인 C한의원은 얼마전 스트레스클리닉을 오픈하고, 생리통, 생리불순 등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며 치료에 나섰다. 스트레스 진단 후 스트레스로 인해 온몸의 열이 퍼져 나가는 수준을 파악하고, 함께 해결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C원장은 "모든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으며, 사실 스트레스와 엮으면 어떤 치료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알코올중독 치료, 우울증 치료 등 정신과에서도 치료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D정신과 원장은 "정신과로 한정지을 경우 병원의 문턱을 높게 생각하지만, 스트레스 클리닉으로 홍보하니 사람들이 조금 편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스트레스지수를 측정하고 실시하는 음악치료의 경우 시간당 8만원가량의 비급여 수익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거기에 한방적 관리방법을 더하거나 명상 체험, 웃음치료, 미술치료 등도 약물치료에 의존하길 꺼리는 이들을 위한 좋은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단다.

 또한 예뻐지고 싶어하는 욕구는 그대로지만,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비수술적인 성형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보톡스를 이용한 사각턱 교정, 미세 자가지방이식을 이용한 볼살 이식이나 유방확대, 필러를 이용한 코성형 등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고 수술시간도 1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장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줄었다.

갸름한성형외과 박노혁 원장은 "지방이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흡수돼 절개없이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시술 받으면서도, 자가물질로 부작용에 대한 부담없이 지속적이고 자연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얼굴굴곡과 함몰부위나 비대칭, 야윈 얼굴, 긴 얼굴, 무턱 교정에 효과가 좋고 낮은 코, 눈 주위 꺼짐, 깊은 주름, 턱 선 교정과 흉터 지움 등 얼굴 부위의 많은 곳에 다양하게 적용 될 수 있어 고객이나 의사에게 사용하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반영구화장전문병원을 표방한 E의원 원장은 "반영구 화장은 피부의 제일 바깥층인 표피층 아래부분에 색을 입히는 것으로 옅게 화장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술로 시술에 부담이 큰 성형에 비해 선호되고 있는 추세"라며 "병원에서 전문의가 시술하는 만큼, 위생적인데다 테스트를 거쳐 안전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란의원은 미니스커트, 핫팬츠 열풍을 휜다리 교정으로 해결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휜다리를 가지고 있으면 미니스커트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물론, 골반이 기울어지고 허리가 휘는 등 체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수연 원장은 "본인의 휘어진 방향과 상태에 맞게 비수술적 맞춤 휜다리 교정 프로그램을 개인에 맞는 맞춤 처방대로 치료해야 한다"며 "휜다리 뿐만 아니라, 전신척추체형 교정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적으로 틀어진 부위를 카이로프랙틱이나 운동치료, 기구·장비 치료를 해줘야 건강하고 아름로운 체형을 가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6개월이라는 장기 교정 프로그램임에도 불구, 미니스커트 열풍과 함께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불황에는 가족애를 자극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비록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돈은 아끼더라도 부모와 함께 할 수 있거나 자녀건강을 위해서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F피부과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엄마와 함께 받는 피부관리 이벤트를 실시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엄마와 딸이 함께 나란히 병원을 찾으면, 1명에게는 레이저 시술에 50% 가격만 적용한다는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한 것. F피부과 원장은 "레이저 시술은 1회에 그치지 않고, 시술결과에 만족하면 꾸준히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20,30대의 경우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온라인에서 정보를 많이 얻고 있는데, 엄마와 함께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문구를 통해 더욱 쉽게 결정해서 고객 수가 상당히 늘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G안과의 경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우리 아이를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의 강좌에 나섰다.

 시력이 떨어질수록 병원을 지속적으로 찾아야하는데다, 안경을 쓰면 불편을 겪어 학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드림렌즈를 홍보한 것. 이처럼 적극적으로 모성을 자극한 것이 효과를 얻어 걱정되던 이번 방학에도 고객수가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 없는 회복기(Jobless Recovery) 유망 산업"의 7가지 중 하나로 불황에도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하는 병원 관련 업종을 선정했다.
 병원 관련 업종은 불황이라고 해서 마냥 줄어들지만은 않는다는 뜻으로, 분명 어딘가에는 돌파구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불황에 대해 느끼는 것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나 다른 산업군은 물론, 고객 수가 급격히 줄어든 듯한 느낌은 다른 병원들도 똑같다. 그저 조급한 마음으로 비용을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다른 병원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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